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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20대 공무원 딸, 가방 손괴범 몰려 숨져..책임 묻겠다"

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입력 2021. 09. 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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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동생과의 대화에서 "시청에서 칼쟁이년 된 것 같아. 벌벌 떨려"
C씨 "수사 의뢰했지만, A씨 지목하지 않아..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
보배드림 캡처

경기 동두천시청 소속 20대 여성 공무원이 동료의 가방을 손괴한 범인으로 몰려 괴로워하다 숨지자 유족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 16일 오전 7시쯤 양주시의 한 아파트 현관 인근에서 쓰러져 있는 A(29,여)씨를 주민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스스로 아파트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됐다. 15층에서는 A씨의 휴대전화는 있었지만, 유서는 없었다.

◇ 유족 "가방 손괴 범인 몰려 차가운 시선 견디지 못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A씨가 동료의 가방을 손괴한 범인으로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B씨는 "우리 딸이 동두천시청에서 근무하다가 팀원 C씨의 가방이 흉기로 손괴됐다"며 "B씨가 범인으로 우리 딸을 지목해 경찰서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런 증거 없이 정황상 우리 딸을 범인으로 몰았고, 팀 구성원들도 우리 딸을 범인으로 몰아붙였나 봅니다"라며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받고 그 압박감 그리고 팀원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해 자택 15층에서 뛰어내렸다"고 덧붙였다.

B씨는 "동생한테 자기가 안 했다고 억울하다고 계속 이야기했다"며 "C씨가 우리 딸을 범인으로 지목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은 지금 삭제됐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어제 근무하다 경찰로부터 우리 딸이 의정부성모병원 영안실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갔더니 차가운 냉동실에 안치돼 있었다"면서 "우리 딸의 억울함을 풀어줄 방법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B씨는 딸이 생전에 동생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삭제되기 전 캡처한 C씨의 인스타그램을 공개했다.

A씨는 동생에게 "오늘도 많이 힘들다. 막 진짜 시청에서 나 칼쟁이년 된 거 같아.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벌벌 떨려"라고 토로했다.

C씨의 인스타그램에는 "자기 혼자 모르겠지만, 다 너인 거 안다. 앞에서 말만 못 할 뿐이지. 다들 네가 한 짓인 거, 또라이라는 거 사이코패스라는 거, 네가 섬뜩하다는 거 다 알고 있어. 나이 처먹고 하는 짓은 중딩 수준이라니 네 인생이 불쌍타, 하 짜증나"라고 적었다.

보배드림에 올라온 해당 글은 2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댓글들에 1000여 명이 함께 했다.

C씨 인스타그램. 보배드림 캡처

◇ C씨 "A씨 지목해서 고소하지 않아…정신과 치료 중"

C씨는 "사무실 내에는 CCTV가 없지만, 복도 CCTV를 확인한 결과 당시 잠시 방문한 민원인 할머니를 제외하고 A씨 밖에 없었다"며 "자리를 비운 사이 가방이 칼로 찢겨 있어 충격을 받았고, 이후 트라우마가 생겨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A씨를 지목해 경찰 고소를 한 것도 아니고, 몇 일간 숙고 후 범인을 밝혀달라고 수사 의뢰했던 것"이라며 "팀원 전체가 A씨를 일방적으로 범인 취급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A씨 편에서 격려해 준 팀원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확인 결과 C씨는 실제로 가방을 손괴한 범인을 찾아달라며 수사 의뢰는 했지만, A씨를 지목하진 않았다.

최용덕 동두천시장은 "시의 최종 관리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인과 유족들에게 사죄한다"고 밝혔다.

최 시장은 "고인은 가방 손괴 범인으로 몰렸지만, 그에 대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경찰에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겠지만, 시에서도 나름대로 조사하고 무엇보다도 2차 가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씨의 부친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NS 등을 통해 딸을 범인으로 몰아간 C씨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앞으로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다해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어떤 사람이 대낮에 직장 사무실 내에서 자신이 의심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동료의 가방을 칼로 손괴하겠느냐"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빚어지는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갈등을 키운 부서장과 팀원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k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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