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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대장동 로비 의혹' 변호사의 무죄와 내부자들

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입력 2021. 09. 26. 07:06 수정 2021. 09. 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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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변호인·검사장, 추후 한 회사에서 만나
2016년 수원지검 특수부, 이례적 상고 포기
불법성 미지수지만..법조인 모럴해저드 심각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연합뉴스

▶ 2015.11.6. 수원지법 남욱 변호사 1심 판결문 중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남욱)은 부동산 개발업자 이모씨에게 "LH공사가 대장동 사업을 포기하도록 하는 역할을 내가 한 번 해보겠다. LH공사는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산하이고, 내가 A의원의 보좌관을 잘 알고 있다. 그 의원뿐만 아니라 같은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B의원과 C의원도 알고 있다. LH공사와 국토해양위원회 양쪽에 민원을 넣고 A의원의 보좌관 등 아는 사람을 움직여서 LH공사가 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내가 그 일을 하려면 비용이 들어가니 비용을 달라. 나중에 LH공사가 사업에서 나가고 추진위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더 챙겨주면 된다"라고 하면서 15억원을 그 대가로 요구했다. 향후 형사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피고인과 법률자문용역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으로 돈을 달라고 했다.
수사 담당 검찰청의 지검장과 피고인, 변호인이 차후 같은 회사의 구성원으로 엮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우연이라기엔 너무 영화 같은 일이 최근 드러나고 있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에 얽히고설킨 내부자들의 이야기입니다.

화천대유 내부자들의 관계 파악을 위해 대장동 개발사업의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남욱 변호사 로비의혹 사건이 나옵니다. 2009년도에 벌어진 일이었고 2015년 검찰이 구속기소해 재판이 진행됐지만 1·2심 모두 무죄가 나왔습니다. 특수부 수사로 구속기소까지 된 로비 사건이 어떻게 전부 무죄로 끝난 것인지, 검찰은 왜 상고하지 않고 2심에서 멈췄던 것인지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검찰이 구성한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2009년 부동산 개발업자 이모씨가 눈독을 들이던 대장동 개발사업에 한국토지공사(LH공사)가 참여하게 됩니다. 성남시가 공영개발 사업으로 추진을 하게 되자 이씨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죠. 이씨는 LH가 사업에서 자진 철수하면 성남시가 공영이 아닌 민간개발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고 LH공사와 성남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집회를 열었습니다. 또 LH공사 임원과 성남시청 공무원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인사를 물색했습니다.

그렇게 연이 닿은 사람이 바로 남 변호사입니다. 이씨는 지인으로부터 남 변호사가 한나라당 청년부위원장이며 당시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정희수 의원 보좌진과 친분이 있다고 소개받았습니다. 국토해양위원회 의원을 통해 산하기관인 LH를 흔들 수 있다고 본 것이죠.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이나 보좌진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LH가 대장동 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할 수 있다'며 그 대가로 15억원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추후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돈은 법률자문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으로 받기로 하고요.

이씨는 2009년 11월 동생 계좌에서 1억원, 같은 해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 계좌에서 2억원, 2010년 1월 3억원, 그해 4월에 2억원, 5월 3천만 원을 각각 남 변호사의 계좌로 입금했습니다. 총 8억 3천만 원입니다. 남 변호사는 정상적인 법률자문 계약으로 자문료를 수수하는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 2015.11.6. 수원지법 남욱 변호사 1심 판결문 중 피고인 주장 요지
"8억 3천만 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중 2010년에 받은 총 5억 3천만 원은 이씨의 요청에 따라 현금화하여 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나머지 3억 원은 피고인이 사내변호사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법률자문업무를 수행한 데 대한 보수이다."
남 변호사 측은 법률자문업무를 수행하고 받은 보수일 뿐이라고 항변했습니다. 남 변호사의 변호는 당시 박영수 변호사가 맡았습니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인 그 박영수 변호사입니다.

△'LH가 사업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 남 변호사를 영입했다'는 이씨의 진술 △남 변호사가 검찰 수사단계에서 일부 공소사실을 자백한 듯한 취지의 진술 △남 변호사가 정희수 의원의 비서관을 통해 빼낸 LH공사의 대장동 사업 국정감사 자료 △'LH공사의 사업 참여 철회에 관한 법적 자문'이라는 취지가 기재된 법률자문계약서 △이 사건 수사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비용 우기는 것이 맞음'이라고 기재된 메모 등이 증거로 제시됐습니다.

다른 증거들을 판단하기 이전에,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증거인 이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우선 이씨에게 남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지인에 대해 검찰에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씨와 해당 지인은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남 변호사는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 등이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또 이씨는 남 변호사를 정치권 로비에 적합한 사람으로 생각해 거액을 줬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남 변호사가 국회의원들과 친분이 있는지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 의원의 비서관과 보좌관과 친분이 있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정 의원이 피고인의 뜻대로 LH공사에 대한 청탁 내지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비서관·보좌관을 통해 정보를 수집할 수는 있었겠지만 정치권 로비능력이 뛰어나다고까지 평가하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2심 재판부의 판단도 비슷합니다.(참고로 2심 재판장은 대선 후보로 나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입니다) 이씨에게 무고 전력이 있다는 점도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는 근거가 됐습니다.

수사팀은 2심을 끝으로 상고하지 않았습니다. 법조인이 연루된 로비 의혹이었던 데다, 특수부 수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것이 이례적이긴 합니다.

당시 수사팀을 이끌던 검사장은 강찬우 수원지검장입니다. 2005년 박영수 전 특검이 대검찰청 중수부장을 맡을 때 강 전 지검장이 중수3과장으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당시 수사팀 검사에게 '당시 사건을 강 전 지검장에게 특별히 보고하거나 수사지휘를 받았느냐'고 물었지만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연합뉴스

이씨의 진술을 보강할 주선자 조사가 왜 이뤄지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다만 (조사가 필요한 사람임에도 이뤄지지 않았다면) 연락이 안되거나 소재지 불분명 등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아마도 2015년 재판 당시엔 궁지에 몰린 남 변호사가 힘 있는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정도의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 드러난 상황은 좀 더 복잡합니다.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이고,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고문, 강 전 지검장은 화천대유 자문 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과거 피고인, 변호인, 수사총책인 검사장으로 만난 이들이 화천대유라는 회사에 함께 몸담고 있는 것이죠.

2015년 재판부는 남 변호사의 로비 능력이 국회의원에게 직접 미칠 정도인지는 증명되지 않아 무죄로 봤습니다. 그러나 최근 다시 그려지고 있는 내부자들의 관계와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에서 얻은 막대한 수익을 보면, 남 변호사의 능력을 검찰과 법원이 미처 못(안) 들춰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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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는 진행 중인 송사가 없지만 박 전 특검과 강 전 지검장을 비롯해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의 로펌 등 유력 법조인들을 자문·고문으로 뒀습니다. 과거 한 차례 겪은 수사와 재판을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일파만파 범위를 키우고 있는 화천대유 의혹에서 명백한 '불법'이 나올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법원과 검찰에서 고위직까지 지낸 인사들의 난잡한 처신은 가뜩이나 뿌리깊은 법조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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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jd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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