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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반칙 아닙니까?"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리사이틀 [공연리뷰]

양형모 기자 입력 2021. 09. 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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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이 있는데 왜 굳이 라이브를?"이라는 '우문'에는 이날의 리사이틀로 '현답'하고 싶다.

9월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의 음반 'Das Leben' 발매를 기념한 리사이틀이다.

음반을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천상의 음색을 들려주었던 김응수는 이날 무대에서 음반에서는 경험하기 쉽지 않았던 강렬하고 무거운 사운드, 야수 같은 어택, 자유분방한 리듬까지 객석을 향해 뿌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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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Das Leben' 발매 기념 리사이틀
김응수의 '모든 것'을 펼쳐 보인 현 위의 2시간
피아니스트 채문영, 바이올린 소리에 입체감 더해
사진제공 | 더블유씨엔코리아
“음반이 있는데 왜 굳이 라이브를?”이라는 ‘우문’에는 이날의 리사이틀로 ‘현답’하고 싶다.

9월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의 음반 ‘Das Leben’ 발매를 기념한 리사이틀이다.

음반은 반복된 연주와 녹음을 통해 최대치를 기록한 결과다. 그래서 한때는 음반의 연주를 그대로 무대에서 재현하는 것을 최고의 연주로 치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무대연주와 음반은 같은 아티스트의 결과물이지만 어찌 보면 둘은 전혀 다른 예술장르에 속할지 모른다.

이는 다분히 감성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음반의 완성도와는 전혀 다른 미덕인 ‘일회성 예술’만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무대연주이기 때문이다.

김응수는 피아니스트 채문영과 함께 2시간 가까이 두 곡의 앙코르를 포함해 총 9곡을 연주했다. 이 중 음반 ‘Das Leben’에 수록된 곡은 6곡이었다.

음반을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천상의 음색을 들려주었던 김응수는 이날 무대에서 음반에서는 경험하기 쉽지 않았던 강렬하고 무거운 사운드, 야수 같은 어택, 자유분방한 리듬까지 객석을 향해 뿌려댔다.

스포츠카의 3열 폴딩, 장갑차의 드리프트 코너링. 박도로 양파를 썰고 과도로 참치를 해체하는 듯한 경지. 이쯤 되면 ‘반칙’이란 단어가 떠오를 지경이다.

야나체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길지 않지만 김응수 연주의 바닥까지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2악장 아디지오의 피날레는 오직 김응수만의 소리로 맺는다. ‘반칙일 정도로’ 아름다운 소리다.

김응수는 마지막 곡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에 다다르기까지 떡갈나무처럼 무대에 우뚝 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곡은 음반 ‘Das Leben’의 마지막 곡이기도 하다.

산이 깊으면 골이 깊은 법. 그의 바이올린은 어마어마한 배기량을 지닌 자동차처럼 으르렁대다가도 아침 햇살을 받은 숲의 이슬처럼 투명하게 사라져갔다. 몇 번이나 끊어진 줄이 그의 활에서 너풀댔다. 종내는 그의 바이올린마저 생명력을 얻은 듯했다. 예를 들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사진제공 | 더블유씨엔코리아
일반적인 연주라면,

연주자 ▷ 바이올린 ▷ 관객

이런 순서로 감정이 전달되어 온다. 그런데 이날 김응수의 연주는 사뭇 이런 느낌이다.

바이올린 ▷ 연주자 ▷ 다시 바이올린 ▷관객

혹은

바이올린(연주자) ▷ 관객

그래서일까. 김응수의 바이올린이 내는 소리는 딕션이 정확한 베테랑 아나운서의 멘트처럼 정확하고 아름답게 객석으로 전해져 왔다. 바이올린이 알아서 노래하고, 시를 읊으며, 춤을 추었다.

김응수의 연주는 “이게 이런 곡이었어?”하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다. 자주 들어온 곡도 그가 연주하면 새롭고 신선하게 들린다. 하지만 악보를 들여다보면 덧댄 자국이 하나도 없음을 발견하고 또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다.

사진제공 | 더블유씨엔코리아
이날 김응수와 함께 한 채문영의 피아노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김응수의 연주를 단순히 돋보이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물론 소리에까지 개입해 더욱 단단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김응수는 관객의 기립박수와 함성을 가라앉히고 두 곡의 앙코르를 연주했다. 첫 곡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 두 번째 곡은 슈베르트의 이른바 ‘꿀벌’이다. “안녕히 돌아가시라”는 인사 그리고 익살, 농담 같은 표정의 마침표.

끝까지 김응수다웠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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