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熱로 롯데타워 등 에너지 해결..기업 탄소저감 도우미 될 것"

정리=우영탁 기자 입력 2021. 9. 26. 17:56 수정 2021. 9. 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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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이 만난 사람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수열에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권욱 기자
[서울경제]

“수열(水熱)로 롯데월드타워의 에너지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팔당에서 인천으로 가는 광역 상수도망이 있는데 열만 빼내고 물은 다시 인천으로 보내면 3,000냉동톤(RT)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롯데 측은 냉난방비가 총 35%나 절약됐다고 밝혔습니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수열에너지 사업 확대에 힘을 주고 있다. 수열에너지 개발은 물의 특성을 활용한다. 여름에는 대기보다 차갑고 겨울에는 대기보다 따뜻한 물의 물리적 성질을 이용해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하천을 끼고 있는 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가장 훌륭한 대안으로 꼽힌다. RT는 0도의 물 1톤을 24시간 동안 0도의 얼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으로 1RT는 원룸 28㎡에서 에어컨 1대를 1시간 동안 가동할 수 있는 에너지양이다.

지난 9일 경기도 과천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에서 만난 박 사장은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관으로서 한국수자원공사가 글로벌 탄소 중립 시대에 국내 기업들의 탄소 저감 도우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오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고 세계 각국이 탄소 줄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탄소 저감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탈(脫)탄소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국수자원공사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담=서일범 경제부 차장 squiz@sedaily.com

水公, 국내 신재생에너지 최다 생산···춘천 등 水熱 거점 구축

올 5개 댐에 147㎿급 수상태양광, RE100 산단 건설도 추진

물관리 노하우 발판 해외진출·산업용 '초순수' 국산화 주력

한국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1GW의 수열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연간 980GW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24만 4,000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 박 사장은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한 시범 사업에 이어 삼성서울병원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역사가 들어서는 삼성역에도 수열에너지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1만 2,000RT, 삼성역 복합환승터미널은 4,000RT 규모다.

강원도 춘천 인근에는 수열 융복합 클러스터를 추진한다. 1만 6,500RT 규모로 2027년 준공 예정이다. 3월 투자선도지구 지정 및 기본·실시 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박 사장은 “데이터센터들을 유치해 이들 센터에 수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흥과 광명 사이의 산업 단지에는 2만 6,000RT 규모의 수열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으며 부산 에코델타시티(EDC) 내 평강천의 수열 활용 도시 냉난방 공급 시스템은 11월 준공된다. 한강 홍수통제소에도 수열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수열발전 이외에 수상 태양광 사업도 지속 확대한다. 이미 다목적댐 수면을 활용해 합천·보령·충주댐에 55㎿의 수상 태양광을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는 합천댐(40㎿), 임하댐(45㎿), 충주댐(2.4㎿), 소양강댐(8㎿), 군위댐(3㎿) 등 5개의 댐에 147.4㎿ 규모의 8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댐 수면을 활용해 2.1GW를 우선 개발하고 이후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9.4GW까지 늘린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마련에도 적극적이다. 수자원공사의 ESS는 양수발전이다. 한낮에 태양열발전의 남은 전기를 활용해 물을 올려놓았다가 해가 져서 태양광발전이 어려울 때 물을 다시 내려 수력발전을 하는 방식이다. 박 사장은 “배터리로 ESS를 만들 수도 있지만 댐 내에서의 양수발전도 가능하다”며 “관련 부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100% 조달하는 ‘RE100’ 산업 단지 건설도 추진한다. 산업 단지를 구성해 RE100이 필요한 회사들을 유치해주면 지역도 활성화되고 기업에도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보는 국가 미래 전략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리지 않으면 기업들의 국내 유치 또는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어떤 종류의 기업이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요구하는지 취합해 5개 정도 RE100 거점 산업 단지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권욱 기자

기존 발전소의 역량을 더욱 끌어내는 방법에도 적극적이다. 박 사장은 “시화호의 조력발전소는 현재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지만 이를 더 첨단화해 성능을 25% 늘리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화호조력발전소의 발전 용량은 254㎿h인데 60㎿h 이상 늘리는 것이다. 박 사장은 “기술력 향상으로 디지털 트윈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의 운영에서 발생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상 시스템에서 모의 시험을 해본 결과 충전 성능 25% 개선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박 사장은 “정부와 협의를 진행했고 이번 예산안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농업용수로 활용하기 어려운 방조제들에 조력발전소를 설치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박 사장은 “도시 개발로 농지가 없어졌거나 수질 악화로 사용하지 못하는 방조제에 조력발전소를 설치하면 해수 유통으로 수질도 개선되면서 발전도 할 수 있는 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수자원공사가 신재생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며 “정수장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공사가 운영하는 빌딩 1,600개에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장치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의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기본 사업인 댐 관리 등 물 안전 관리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물 안전 관리에 접목한다. 특히 지난해 홍수 피해를 많이 본 섬진강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한다. 박 사장은 “드론·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스마트댐 수량·수질·안전 관리 체계 구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50년간 축적된 물 관리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신남북방 국가를 중심으로 10개국에서 23개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물 문제 해결과 국내 기업들의 동반 진출에 이바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네시아의 광역 상수도 사업이다. 수도 자카르타 인근 3개 지방자치단체 약 200만 명의 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상반기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연내 금융 협상 완료 및 착공에 돌입해 2024년부터 수돗물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인도네시아 광역 상수도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DA), 대외협력기금(EDCF), 정부민간합작(PPP), 차관 사업까지 연결해 공기업이 수행할 수 있는 아주 건전한 모델을 하나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광역 상수도 사업은 ODA 사업으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뒤 EDCF 자금을 투입해 카리안댐을 만들었다. 국내 자금으로 만드는 카리안댐은 현재 완공 단계인데, 한국수자원공사는 완공 이후 상수도를 공급하는 민관 협력 사업의 사업자로 참여한다. 박 사장은 “우리나라 ODA 사업 예산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수력발전·상수도·스마트시티 등 세 가지 영역에서 해외 진출을 적극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소부장 사업 진출도 주목된다. 반도체 산업의 필수 원료인 초순수(初純水) 생산 기술 국산화에 뛰어들었다. 초순수는 오염 물질을 99.99% 이상 제거한 물로 반도체 및 2차전지·바이오 분야의 핵심 소재다. 현재는 일본이 관련 시장을 거의 선점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6월부터 환경부 주관 사업인 ‘고순도 공업용수 생산 공정 국산화 기술 개발’에 참여해 초순수 생산 핵심 공정의 운영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48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첨단산업에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유도하는 데 초순수의 국산화는 국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초순수를 비롯해 선진국들이 쌓아놓은 장벽 때문에 우리가 아직 진입하지 못했던 물 관련 분야가 있다면 한국수자원공사가 앞장서서 어떻게든 돌파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He is···

△1966년 통영 △1990년 서울대 토목공학 학사 △1992년 서울대 토목공학 석사 △1998년 서울대 토목공학 박사 △2004~2006년 인제대 공과대학 부학장 △2006~2007년 캘리포니아대 토목공학 객원교수 △2020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정리=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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