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中 부채위기 못 믿겠다면 '강주아오 대교' 봐라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입력 2021. 9. 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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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해외 언론에서 중국에 투자하고 사업하는 외국인들이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려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중국 시장의 성장에서 한몫하려는 사람들의 지나친 동조가 중국에 대한 평가를 왜곡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국가 부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의 270.1%로 이는 우리 돈으로 5경 원에 달한다.

중국은 지난 2018년 10월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참석한 가운데 이 다리의 개통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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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베이징특파원
9년간 23조 투입한 '강주아오 대교'
연간 총수입 290억에 불과하지만
관영 매체 '고성장 상징으로' 보도
헝다도 개별문제로 끝나지 않을 듯
[서울경제]

최근 한 해외 언론에서 중국에 투자하고 사업하는 외국인들이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려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그런데 현지에서 피부로 느끼는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피해자가 가해자 편을 들어 그들을 변호한다는 의미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우리 금융업계 관계자에게 “중국의 국가 부채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이러다가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면 대개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면서 인플레이션으로 통화가치가 떨어져 결국 부채 체감도가 줄어들게 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또 “부채는 늘어나는 데 벌써 중국 인구는 줄어든다”에는 “여전히 14억 인구고 농촌인구의 도시 유입도 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반응도 많다.

이런 대답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 학자들의 발언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자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인사들도 포함된다. 가끔씩 중국과 적대적인 언사를 주고받다가 추방되는 해외 인사들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언론인도 해당된다.

어떤 정부가 자국에 대해 비난하는 인사나 그룹을 제어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게 훨씬 심하다. 이에 더해 중국 시장의 성장에서 한몫하려는 사람들의 지나친 동조가 중국에 대한 평가를 왜곡하기도 한다.

하지만 팩트는 분명하다. 중국은 현재 시스템을 영원히 갖고 갈 수 없다. 중국 초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파산 위기에서 보듯 중국의 부채는 이미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국가 부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의 270.1%로 이는 우리 돈으로 5경 원에 달한다. 연간 이자만 2,000조~3,000조 원을 물어야 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이런 부채는 어떻게 생겼을까. 대표적인 사례가 홍콩~주하이·마카오의 55㎞ 바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다. 중국은 지난 2018년 10월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참석한 가운데 이 다리의 개통식을 가졌다. 당시 이를 ‘세계 최장’ ‘건설사의 기적’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총 공사비는 9년간 1,296억 위안(약 23조 원)이 투입됐다.

현재 상황은 비참하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요즘 강주아오 대교의 하루 차량 통행량은 500대 내외다. 도로는 사실상 텅 비어 있다. 이 다리의 평균 차량 1대 통행료는 150위안(약 3만 원)으로 한 해 통행료 총 수입은 1억 6,000만 위안(약 290억 원)에 불과하다. 공사비의 1년 대출이자만 1조 원인데 갚는 것은 어림도 없다. 공사비는 중국 정부의 보증으로 국유은행들이 대출했다.

강주아오 대교를 어쨌든 만들겠다는 정치적 이유로 당초 교통량 전망치를 터무니없이 부풀려 잡은 결과다.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다. 이런 식의 도로·철도·공항 등 인프라 및 공공 시설 공사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진행된다. 중국에서 부채가 쌓이는 이유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를 고도성장의 상징으로 자랑하고 또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헝다의 파산이 개별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끝이 아닌 이유다.

중국 전체 경제에서 부동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나 된다. 전형적인 토건 경제다.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경제성장에 목을 매는 중국 정부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경제의 미래를 밝다고 할 수는 없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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