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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유권 해석 철회 불똥, 미래에셋 1.3조 퇴직연금랩 중단

여다정 입력 2021. 09. 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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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관련 공지

미래에셋증권이 운영해오던 퇴직연금 랩어카운트가 시장에서 사라진다. 고용노동부가 랩 상품에 대한 기존 유권해석을 재해석한 것에 따른 조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3일부터 퇴직연금 랩의 신규판매를 중단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상품 가입 고객들에게 계약 해지 및 타 상품으로 변경 조치를 공지했다. 계약해지 기간인 2022년 6월 말까지 계약을 해지하지 않을 경우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따라 고객 안내 후에 일괄적으로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포장하다(Wrap)와 계좌(Account)의 합성어인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맡긴 재산에 대해 자산구성부터 운용, 투자, 자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통합서비스다. 증권사가 개인과 1대 1 계약을 맺고 퇴직연금을 대신 운용하고, 고객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는 리밸런싱을 통해 수익을 남기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자산을 알아서 운용해주고 수수료가 저렴한데 비해 수익률이 높아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지난 8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랩가입자 수는 총 2만여 명, 총 운용금액은 약 1조3000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09년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이 상품을 도입했다. 이후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랩을 운용했으나 NH투자증권이 2014년부터 판매를 중단하면서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미래에셋증권만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미래에셋증권 이외의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는 랩 어카운트의 신규 출시가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퇴직급여 보장법은 연금사업자가 보험계약과 신탁계약에 의해 자산 관리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하면서 신탁계약은 특정금전신탁으로 한정했다. 위탁자가 신탁재산 운용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면 퇴직연금 사업자는 그에 따라서만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 다만 2014년 현행법이 마련되기 이전부터 운용되던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랩은 예외적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퇴직연금 랩 상품을 둘러싸고 여러 지적이 제기됐다. 수수료의 비용처리나 세제혜택 등 불분명한 부분이 많은데다, 퇴직연금 제도에 랩을 씌운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월에는 미래에셋증권도 퇴직연금과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으면서 수수료 부과기준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받았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랩 계약에서 고객의 요청으로 편입되는 원리금 보장삼품에 대해 사실상 투자일임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음에도 투자일임수수료를 징수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수수료 부과 시 계약해당일의 전일 평가금액을 기준으로 징수하는 등 수수료 부과기준을 불합리하게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에도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랩을 계속 운용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유권해석 덕분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08년 8월 고용노동부에 퇴직연금 랩을 판매해도 되는지 판단해달라며 '퇴직연금 내 투자일임계약 가능 여부'를 질의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현 자본시장법)이 허용할 경우 투자일임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미래에셋증권에 '투자일임계약 방식 퇴직연금 상품 관련 행정해석 폐지' 공문을 전달했다. 기존 유권해석을 철회해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랩이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연금랩의 신규판매 중단 및 기존 가입고객에 대한 계약해지 등의 조치를 하고, 이를 고용노동부에 보고해야 한다. 위반 시에는 시정명령 및 퇴직연금사업자 등록 취소까지 가능하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성실히 따르고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여다정기자 yeop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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