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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대법관 때 '대장동' 관련 재판 두 차례나 참여

하준호 입력 2021. 09. 27. 00:02 수정 2021. 09. 27.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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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의 고문 등으로 활동한 전직 고위 법조인들에 대한 비판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각종 위법 의혹뿐 아니라 거짓 해명, ‘내로남불’, 이해충돌 논란까지 제기되면서다.

화천대유 고문을 맡으면서 매달 1500만원 정도의 보수를 받은 권순일 전 대법관은 자신에 대한 고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유경필)에 배당되면서 수사를 받게 됐다.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은 채 법률 자문을 한 만큼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고발 요지다. 2020년 7월 이재명 경기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무죄 판결 때 그 역시 무죄 의견을 냈다는 점 때문에 사후수뢰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화천대유 관련 법조계 인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법조계 일각에서는 “그 회사와 관련된 최근 의혹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는 권 전 대법관의 해명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한다. 이 지사가 재판받던 선거법 위반 혐의 중 하나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건의 2심 판결문에는 ‘화천대유’란 단어가 세 번이나 등장한다.

권 전 대법관은 또 2017년 9월 대장동과의 결합 개발이 추진됐던 경기도 성남시 신흥동 제1공단 부지 개발과 관련한 소유권 확인 소송 최종심에도 참여했다.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가 2011년 새로운성남(NSI)으로부터 신흥동 개발 사업권을 양수받은 뒤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을 했다가 성남시가 반려하며 사업이 무산돼 발생한 분쟁이었다. 당시 이와 관련한 민사·행정소송은 모두 원고 측의 패소로 끝났고, 이 과정에서 성남시가 결합개발 계획을 분리개발로 변경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게 됐다. 금융피해자연대에서 활동하는 이민석 변호사는 “자신은 몰랐다고 하지만 대장동 사업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꿰고 있을 만한 이가 권 전 대법관”이라고 주장했다.

‘내로남불’ 논란도 있다. 권 전 대법관은 2015년 변호사들의 형사사건 성공보수와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판 주심을 맡아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만큼 형사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랬던 그가 별다른 업무도 없이 연봉 2억원 수준의 고액 고문 보수를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한 변호사 커뮤니티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화천대유와 연을 맺은 다른 전직 고위 법조인들에 대해서도 이해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강찬우 자문변호사는 수원지검이 2015년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할 당시 수원지검장이었다. 당시 1심 재판에서 남 변호사를 변호했던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는 특검 임명 전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했다. 1, 2심이 진행되던 무렵 검찰총장이었던 김수남 전 총장 역시 퇴임 후 몸담았던 로펌을 통해 화천대유와 고문 계약을 하고 법률 자문을 했다. 다만 이들은 모두 화천대유 고문 활동과 남 변호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해충돌을 떠나 법조계의 최고위직 출신 공직자로서는 극히 부적절한 처신이며 본인들이 적절히 회피했어야 했다”며 “법조윤리를 내팽개친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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