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있던 작년에.. 김만배, 뭉칫돈을 수천만원씩 쪼개 현금 인출

김승재 기자 2021. 9. 27.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장동 사업 논란] 50억은 빙산의 일각? 4000억 수익 어디로
2021년 9월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김지호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가 직원이었던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31)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4000억원 넘는 배당금과 분양 수익을 올린 화천대유의 자금 사용처를 두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곽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2015년 6월부터 올 3월까지 월 250만원 정도 받는 대리급 직원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그런 곽씨가 5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을 포함해 화천대유 자금 수십억 원이 이 회사 대주주 김만배씨 등의 개인 계좌를 거쳐 현금화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천대유를 비롯한 대장동 사업 투자자에 대한 전면적 계좌 추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제지 법조 기자 출신인 김만배씨가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 설립한 화천대유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은 자문 변호사로 일했다. 권 전 대법관은 고문료로 월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인은 “이들에 대한 고문·자문료가 각종 인허가나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방패용이 아닌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만배씨는 화천대유 설립 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장기 대여금 명목으로 473억원을 화천대유에서 빌렸다. 김씨는 최근 본지 통화에서 “사업 초기 융통한 돈을 갚기 위해 빌린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김씨는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1호가 2018년 이후 지금까지 4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는데도 대여금을 화천대유에 갚지 않았다. 한 검사 출신 법조인은 “통상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 초기엔 인허가 등 사업 구조를 짜는 데 자원을 투입하는 점을 감안하면 김씨가 빌려간 자금이 이와 관련된 데 쓰인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화천대유는 박영수 전 특검 딸(40)과 곽상도 의원 아들을 2015년 6월 채용했다. 대리급으로 근무하다 올 3월 퇴사한 곽 의원 아들은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 화천대유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5~2020년 6년 동안 퇴직한 직원들에게 지급한 퇴직금 총액은 2억6000여만원이고, 가장 많이 지급된 지난해 액수가 1억3000여만원이었다. 지난해 지급된 퇴직금이 직원 1명에게 지급됐다고 가정해도, 곽 의원 아들이 이보다 38배 이상 받은 것이다.

곽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화천대유에서 임직원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성과금을 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박 전 특검 딸도 상당한 금액의 퇴직금을 받았거나 보장받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박 전 특검은 통화에서 “딸에게 확인한 결과 (거액의 퇴직금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며 “퇴직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화천대유 측에 확인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화천대유 주변에서 곽 전 의원 아들을 포함해 50억원을 받거나 받기로 했다는 이른바 ‘50억 약속 클럽’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만배씨 등은 화천대유 법인 자금을 자신들의 개인 계좌로 넘겨받고 수십억 원을 현금으로 인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주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473억원을 빌린 것 외에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또한 2019년 회사로부터 26억8000만원을 빌렸다가 갚은 뒤 지난해에는 다른 경영진과 함께 다시 단기 대여금 명목으로 12억원을 빌렸다. 김씨 등은 자신들의 계좌로 받은 화천대유 자금 중 수십억 원을 현금으로 인출했으며, 그와 같은 현금화 작업의 상당 부분은 총선이 있었던 2020년에 이뤄졌다고 한다. 수천만 원씩을 여러 번 현금으로 빼가자 은행 창구 직원이 “많은 현금을 이렇게 자주 찾아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상한 자금 흐름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도 포착됐고 FIU는 지난 4월 경찰청에 관련 금융 자료를 넘겼다. 이 첩보를 배당받은 서울 용산경찰서는 5개월이 경과한 27일에서야 김만배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인은 “화천대유를 둘러싼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 흐름을 확인하려면 특검이나 특임검사가 아니고선 힘들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