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르디올라 색깔입힌 '익수볼', 낭떠러지 매달렸던 FC서울 일으킨다

김용일 입력 2021. 9.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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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수 FC서울 감독. 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수원=김용일기자] ‘과르디올라 표’ 포지션 파괴를 녹인 ‘익수볼’이 낭떠러지에 매달렸던 FC서울을 일으키고 있다.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32라운드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 라이벌전에서 후반 터진 조영욱, 나상호의 연속골로 2-0 완승했다. 서울은 박진섭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고 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를 기록, 승점 33(8승9무14패)을 확보하면서 하위권 탈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반면 지난 강원FC전(3-2 승)에서 11경기 만에 승수 쌓기에 성공한 수원은 다시 패배를 떠안았다. 승점 39(10승9무12패)로 6위를 지켰으나 다득점에서 뒤진 7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39), 8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7)와 격차를 벌리지 못하면서 파이널A 진입이 험난해졌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의 비상을 이끄는 건 잦은 위치 변화와 풀백의 전술 활용도를 극대화한 새 전술과 벼랑 끝에 몰린 선수들의 투쟁심이다. 특히 ‘익수볼’로 불리는 서울의 전술은 팀의 반등과 더불어 팬의 보는 재미를 끌어내고 있다. 서울은 4-1-4-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두지만 공세 시엔 3-2-4-1, 수세 시엔 5-4-1 형태로 돌아선다.

특히 공격으로 올라갈 때 좌우 풀백인 이태석과 윤종규가 3선 중앙으로 이동해 빌드업의 시발점 구실을 한다. 최후방 수비 부담을 덜어내면서 2선 요원이 상대 위험 지역에 더 깊숙이 들어가 기회 창출을 끌어낼 수 있다. 이는 세계적인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과거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시절부터 현재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면서 선보이고 있는 전술과 똑 닮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측면에 국한한 역할을 한 풀백을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이도록 해 실리와 전술 다변화를 이끌었다.

안 감독은 실제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하는 경기 영상을 수십번 돌려보며 분석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선수의 신체 조건과 특징에 어우러지도록 가공해 자신만의 전술을 그렸다. 서울 부임 전 지휘봉을 잡은 선문대학교에 이 전술을 입히면서 지난해 U리그 왕중왕전과 올해 춘·추계대학축구연맹전 우승을 이끌었다. 안 감독은 과거 부산 아이파크, 성남FC를 이끌 때 ‘질식수비’라는 수식어와 함께 약속한 틀 안에서 경기하는 것을 즐겼다. 그러나 이런 포지션 파괴를 기반으로 한 공격 축구에 확신을 품으며 플랜B, C까지 그리고 있다. 하반기 강등 위기에 몰린 서울 소방수로 부임했으나 잠재력을 지닌 선수들을 믿고 ‘익수볼’을 마음껏 펼쳐보이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전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이 2선과 센터백을 오갈 때 풀백이 측면, 중앙을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전방에서는 나상호~조영욱~강성진 공격 삼각 편대가 도전적인 플레이와 잦은 위치 변화로 수원을 교란했다. 전반 막판 센터백 이한범의 부상 변수가 발생했지만 후반 18분 강성진의 왼발 크로스를 조영욱이 오른발 결승골로 연결했고 후반 40분엔 조영욱이 번뜩이는 돌파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나상호가 깔끔하게 차 넣었다.

박건하 수원 감독은 후반 부상에서 돌아온 권창훈 등을 투입하며 맞섰으나 서울의 공세에 별다른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서울이 슛 수에서 13-6으로 압도하는 등 슈퍼매치를 지배한 날이었다. 안 감독은 부임한 뒤 짧은 기간에 전술 완성도를 높인 얘기에 “선수들이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라며 “주장 기성용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열심히 따르고 이를 경기장에서 표현하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결승골을 꽂은 조영욱은 안 감독 부임 이후 치른 4경기에서 3골을 집어넣으며 공격의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과거 안 감독이 U-20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을 때도 핵심 공격수로 활약한 적이 있다. 서울에서 재결합하면서 서로에게 커다란 동력이 되고 있다. 조영욱은 “과거 안 감독께서 (U-20 사령탑으로) JS컵을 치를 때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일본을 만나 내가 득점한 기억이 있다. 팀 내에서 내가 가장 감독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포지션 변화가 잦아 상대 수비가 힘들어하는 것을 느낀다. 공격수도 재미있게 뛰고 있다”면서 ‘익수볼’의 선두 주자로 팀의 비상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조영욱이 활약하면서 베테랑 골잡이 박주영의 입지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안 감독은 수원과 라이벌전에서 박주영을 출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취재진에 “특정 선수를 말씀하는 건 다른 선수에 대한 존중이 아니다. (경기에 대해) 함께 같은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주영이도 공감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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