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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용자 김상철 [기후위기 최전선, n개의 목소리 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입력 2021. 09. 27. 13:14 수정 2021. 09. 2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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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면허증이 없다고 하면 재차 ‘진짜냐?’고 확인하는 질문에 익숙합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에서 자동차 운전이라는 것은 술을 살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인이 되었다는 증명이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자로 절망할 때는 황무지 벌판에 버려진 듯한 KTX 역사에 내리거나, 1시간에 한 대 꼴인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릴 때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통 요금이 지나치게 싸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입니다. 마치 제 몫을 다 내지 않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것처럼 말하는 정부나 서울시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동차가 없는 것’이 뭔가 구차한 일이 되어버리고 마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정말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일방적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맞을까요.

공공교통네트워크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승용차를 하루에 한 번 이용할 때 마다 1만4000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반면 휘발유나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은 4000원 정도에 불과해 승용차를 이용한다는 것만으로도 1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사회적으로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반면 버스는 그런 비용을 이용자로 나누어 사회적 비용을 줄입니다. 한국의 교통 요금이 싸다는 말도 어폐가 있습니다. 싸다는 요금은 1회 이용요금 기준일 때고 정기 이용을 전제로 했을 때는 한국의 교통 요금은 오히려 비쌉니다. 해외의 도시들은 요금제가 다양한데 특히 정기권의 할인률은 매우 큰 편입니다. 런던이나 도쿄의 경우에는 절반 가량 할인이 될 정도니까요. 하지만 한국은 이런 할인권이 없습니다. 버스 요금 결제를 민간 회사가 하고 있다 보니 요금 구조를 다양화할 수가 없습니다. 정기권을 싸게 제공하는 것은 출퇴근을 하거나 통학을 하는 정기적인 이용자들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지원 정책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유일한 교통 복지인 노인 지하철 요금을 운송 기관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반면 자가용을 유지하는 비용은 해외 어디보다 쌉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430만대라고 하는데 2019년과 비교해 69만대나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인구는 통계청 기준으로 2만838명 줄었는데 말이지요. 가장 큰 문제는 주차장인데 한국은 이를 대부분 정부가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차장은 얼마나 될까요. 1개의 주차장 면적이 13㎡ 정도고 여기에 등록차량 수를 곱하면 316㎢입니다. 이는 여의도의 300배 이상이며 경기도 양주시보다 넓고 경상남도 남해군보다 작은 면적입니다. 엄청난 면적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이동 편의성을 고려하면, 생활권의 중요한 도시 공간들이 1톤 짜리 쇳덩어리를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공공 주차장의 주차 요금은 2001년 이후 20년 동안 오르지 않았습니다. 같은 기간 지하철 요금은 650원에서 1250원으로 올랐는데 말입니다. 폐차할 때도, 새 차를 구입할 때도 지원금과 세금을 깍아 주는 정책이 있습니다. 운수사업자에겐 기름 값도 지원해주고 ‘운수업체 보조금’이라는 독립적인 회계 항목의 지원까지 합니다. 하지만 대중 교통 이용자에게는 ‘값싼 요금 때문에 적자가 쌓인다’는 원망만 쏟아집니다. 이런 상황이니 혼잡 통행료나 교통세를 걷어서 대중교통 요금을 보조해주는 해외의 사례는 외려 이상할 지경입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기후위기비상행동 제공

기후 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라 하더군요. 어떤 기술이 발명되더라도 그것을 적용하고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가장 빠르고 구체적인 뺄셈이 될 수 있습니다. 내연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고, 도로를 넓히는 대신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늘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요금을 지원하는 것은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기후 위기 대응 방법입니다. 대중교통 이용자인 나는 불필요하게 도시의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고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시민 중 한 명 입니다. 나에게 전기차를 사라고 보조금을 주거나 공짜 도로를 깔아서 주는 것보다, 더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을 주시기 바랍니다. 대중교통 이용자들을 계속 대중교통 이용자로 남도록 하는 것이 기후 위기 대응의 가장 손쉽고 분명한 방법입니다. 또한 자가용에 기울어진 도로 위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의로운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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