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부도 위기' 전세계 긴장..이번주 법안처리 못하면 셧다운 우려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 9. 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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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미국의 ‘국가 부도 위기’가 또다시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미 의회가 국가 재정과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아 관련 예산 법안들에 대한 정치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 이번주까지 해당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정부가 부분적으로 행정 기능을 상실하는 ‘셧다운’이 발생할 수도 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의회는 연방 정부의 부채 한도 유예,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복지 예산 지출 등을 골자로 한 예산 법안들을 이번 주에 논의한다. 상·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법안의 강행 처리를 추진하는 반면, 공화당은 이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 중 부채 한도에 대한 법안은 일단 12월 3일까지 연방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현재 연방정부의 법적 부채 한도 적용을 내년 12월까지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일 올 회계연도가 끝나는 이달 30일까지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 연방정부의 기능이 일부 차질을 빚는다. 팬데믹 기간 중 공공 의료 서비스가 일부 중단될 수 있고 공항 보안검색, 국립공원 운영 등 행정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한다. 다만 연방정부 셧다운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을 비롯해 간간히 발생한 적이 있어 그리 충격이 큰 사안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국가 디폴트’ 우려다. 미국은 정부 부채의 상한을 법으로 정해 놓는데, 이를 넘기면 정부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돈을 빌리는 게 불가능하다. 연방정부의 부채는 28조 달러로 법적 한도인 22조 달러를 초과한다. 현재 부채 한도는 2019년 설정됐는데 적용 시점이 올해 7월말까지 유예됐다가 8월 1일부터 부활됐다. 이에 따라 현재 연방정부는 채권을 발행해 빚을 더 내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재무부는 계획돼 있던 정부 지출을 미루는 등 ‘비상조치’를 통해 겨우 연명하고 있지만 조만간 이마저도 한계에 봉착할 전망이다. 보유 현금이 소진돼 사상 초유의 국가 디폴트가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시점을 다음달 중하순 정도로 보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초당파 정책연구센터’는 국가 부도 시점을 뜻하는 ‘X 데이’가 10월 15일~11월 4일 사이에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도 10월 20일을 예상했다. 이 때까지 의회에서 부채 한도 합의가 안 되면 미국이 말 그대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진입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셧다운 방지 및 부채 한도 유예 법안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다른 예산법안들에 사실상 묶여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안과,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교육·복지 예산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데 공화당은 이중 규모가 큰 교육·복지 예산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이 법을 철회하는 등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부채 한도 유예나 증액에 합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주초에 상원에서 부채 한도 유예 법안을 단독으로 표결에 부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한 상원에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피하기는 불가능하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파국을 막기 위해 공화당의 반대가 심한 교육·복지 예산의 감액을 검토하고 있지만 합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만일 미국의 국가 부도가 현실화된다면 그 충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을 때마다 양당이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하면서 파국을 피해 온 만큼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커지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피해는 상당할 수 있다. 2011년에도 의회의 부채 한도 협상이 계속 지연되자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했고 글로벌 시장에 엄청난 회오리가 발생했다.

미 당국은 의회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에 대비해 각종 비상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WSJ은 미국의 국가 부도가 현실화될 경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부도난 국채를 직접 매입해 시장을 안정화하는 조치에 착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미 조폐국이 백금 주화만큼은 제한 없이 제조할 수 있게 한 허술한 규정을 이용해 액면가 1조 달러의 동전들을 발행해 재무부에 입금한다는 방안까지 시장에선 다신 언급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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