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임대차3법에 치솟은 전세가격..임대·임차인간 갈등 격화

이영웅 입력 2021. 9. 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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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임대료 카드 검토 나선 정부, 전세난 속에 매물잠김만 확대 우려도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정부가 임대차 시장 안정화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추진한 임대차법이 전세 가격을 올리고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품귀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시세는 6억2천402만원으로 새 임대차법 시행직전인 작년 7월 시세 4억 8천874만원에 비해 크게 올랐다.

서울의 아파트 한 모습 [사진=아이뉴스24 포토DB]

새 임대차법 시행 1년 전인 2019년 7월에서 시행 직전인 작년 7월까지 4천92만원 오른 것에 비해 3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강남구 아파트 전세시세는 1년만에 2억5천857만원이나 상승해 11억3천65만원에 달했다. 이어 송파구 2억1천781만원, 강동구 1억9천101만원, 서초구 1억7천873만원 순으로 상승했다.

전세가격이 치솟는 배경에는 임대차법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 등으로 전환하고 나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추가로 2년 계약연장을 보장받고, 임대료는 기존 계약 임대료의 5%내에서 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결국 임대인은 전세를 내놓을 경우 계약가에서 5% 수준으로 최대 4년간 전세를 유지해야 하면서 전세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정부의 전세공급 대책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 서울 공공전세주택과 신축매입약정 주택을 각각 265가구, 2천432가구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실행률은 26.5%, 81.1%에 그쳤다.

◆ "계약갱신청구 안할 테니 위로금 달라" vs "바닥 찍혔으니 수리비 내야"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은 커지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료 증액 및 계약갱신 관련 조정건수는 155건으로 2019년(48건)의 3.2배 수준이다. 임대차법 상담 건수는 지난해 1만1천589건으로 전년(4천696건)의 2배를 넘었다

임대차 분쟁 관련 상담 건수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7월 425건에서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8월 무려 8천100건으로 증가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평균 6천여건을 유지하고 있다. 임대차법 이후 법적 권리와 의무 등이 구체화되면서 사소한 갈등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 글이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다. 계약만료 한달 가량을 앞두고 기존 계약갱신 의사를 번복해 주택처분계약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하는 임대인이 늘고 있다. 이를 빌미로 이사비 등 위로금을 요구한다. 또 작은 하자에도 막무가내식 하자보수 요구를 쏟아내는 식이다.

반면, 임대인은 원상회복청구권으로 맞서고 있다. 민법상 임차인은 차용물인 임대목적물을 반환시 원상회복해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시간 경과에 따른 상태의 악화와 가치의 감소를 의미하는 통상의 손모에 관해서는 귀책사유가 없다면 원상회복의무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임대인은 바닥 긁힘 자국이나 타일 오염, 벽지 훼손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지적한 뒤 이에 대한 원상회복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임대인은 전세상한이 제약됨에 따라 임차의 하자보수에 제때 응하지 않고 있다.

◆ "임대인 규제로 매물 줄었는데…" 정부, 표준임대료 도입 '만지작'

정부는 전세난 확대에 따라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전월세 가격 안정 및 시장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에 대해 시장 전문가, 연구기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연말까지 강구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갱신요구권 도입에 따라 갱신계약 임차인의 76.9%가 인상률 5% 이하로 계약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신규계약은 이같은 임차인과 임대인간의 협의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만큼 전세시장에 이중가격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부동산 전세시장의 이중가격 문제 해결 방안으로 신규계약에서 상한선을 도입하는 '표준임대료'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표준임대료는 지자체가 주변 시세와 물가 등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미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또다시 표준임대료 등으로 가격을 규제할 경우 음성적인 계약이 이뤄지면서 전세거래 다운계약까지 성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거래신고제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의 적정 표준임대료를 산정하는데 근거가 부족하고 각종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임대차 3법도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시장은 더욱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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