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탈원전 전력손실, 30년간 1000조" 보도에 "터무니 없어"

정철운 기자 입력 2021. 9. 28. 09:58 수정 2021. 9. 28. 14: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가기관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손실 비용 추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
양이원영 "근거 없는 가정과 편향된 데이터로 부풀린 터무니 없는 수치"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중앙일보가 지난 24일 '“탈원전에 전력손실, 30년간 1000조” 국회 첫 계산서'란 단독보도를 냈다. 이 신문은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의 의뢰를 받은 국회 입법조사처 분석 내용이라며 “국가기관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손실 비용을 추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많은 언론이 서일준 의원실에서 내놓은 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서일준 의원실은 원전과 석탄화력 및 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을 모두 허용한 탈원전 정책 이전 상태를 '최적시스템'으로, 원전과 석탄발전을 모두 폐기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인 상태를 '탄소중립시스템'으로 전제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생산 가격을 1kWh당 170원으로 가정한 뒤 최적시스템에서 올해 전력 생산 비용은 35조5600억원, 탄소중립시스템에선 36조9600억원으로 추산해 최적시스템 대비 1조4000억원의 비용이 더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9월24일자 중앙일보 단독기사.

입법조사처는 2050년의 발전 수요를 85만4027GWh 규모로 예측했다. 중앙일보는 “5년 뒤인 2026년엔 최적시스템의 경우 31조 3200억원, 탄소중립시스템의 경우 46조82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해 15조5000억원의 차이를 보였다. 정부가 탄소중립 원년으로 꼽는 2050년엔 각각 54조1900억원, 127조300억원으로 비용 격차가 72조8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입법조사처는 예측했다”면서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최적시스템 대비 누적 손실은 2050년 1067조4000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입법조사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증가에 따라 발전 생산단가도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적시스템의 경우 1kWh당 발전비용은 올해 59.74원, 2050년 59.97원으로 거의 동일한 반면 탄소중립시스템의 경우 올해 1kWh당 발전비용은 67.8원이었지만, 2050년엔 141.01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재생에너지 전문가인 양이원영 의원(무소속)이 “근거없는 가정과 편향된 데이터 선택을 통해 천문학적으로 부풀려진 터무니 없는 수치”라며 27일 반박에 나섰다.

양이원영 의원은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전기가 원자력과 석탄발전 전기보다 2~3배 비싼 상태가 변치 않고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정”이라면서 “최근 10년간 전 세계 태양광발전 비용은 10분의 1로, 풍력발전 비용은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 있다. 이미 미국, 유럽 등 많은 국가에서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이 석탄화력발전 비용보다 같거나 낮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반면 원전과 석탄은 위험비용과 환경비용의 상승으로 지속적으로 발전단가가 증가되고 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외 다수의 연구기관은 향후 십여 년 내에 우리나라도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현실과 향후 추세를 무시하면서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비싼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가정한 데 대한 근거를 보고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양이원영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양이원영 의원은 또한 “(보고서는) 원자력과 석탄발전의 유지 확대로 인해 예상되는 비용은 축소은폐하고 있다. 보고서의 소위 '최적시스템 시나리오'에 따르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을 건설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부채로 잡혀 있는 막대한 원전 사후처리비용은 이들 발전의 비용추정 시 고려되지 않았다”고 했으며 “석탄발전의 유지가 가져올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환경적 사회적 비용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재생에너지는 건설비와 시설비는 물론 제도 미비에 따른 간접비용을 반영한 데 반해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변동비(연료비)만을 반영한 정산단가 수치를 사용했다”면서 “이렇게 불합리한 수치로 원전과 석탄발전 비용은 향후 30년간 같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한다는 가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더불어 “(보고서에 의하면) 탄소중립시스템 시나리오에서 2050년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41.0%인 반면 LNG 발전 비중은 51.4%에 달한다.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위원회 시나리오 1안에서도 LNG 발전 비중은 최대 8.0%에 지나지 않는다. 탄소중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결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포함되지 않은 시나리오를 '최적시스템 시나리오'라고 표현한 것은 그 자체가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꼬집으면서 “이미 재생에너지를 먼저 개발한 선진국에서는 연료비가 들지 않고 설비단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재생에너지가 전기요금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커지는 것이 오히려 '비용 최소화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한 서일준 의원실의 반론을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관계자는 “서일준 의원실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우리는 보도자료에 개입하지 않았다. 양이원영 의원실 입장에 반박할 의사는 없다. 서일준 의원실의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밝힐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원자력발전소. ⓒ게티이미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태양광발전 단가는 지난 10년간 100원짜리가 10원이 됐고 풍력은 100원짜리가 30원으로 떨어졌다. 원전은 사고 위험성 때문에 주민 반대로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가 급속도로 늘어나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면서 '1000조'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밝힌 뒤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 세대가 길어도 60년 전기를 쓰기 위해 후세들에게 10만 년 이상 관리하는 기술과 돈이 들어가는 것을 물려주는 게 원전이다. 환경운동가는 원전을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라고 부른다”고 꼬집었다.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석광훈 박사는 이번 보도를 가리켜 “위험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전력망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없는 국회가 현재의 연료 가격을 기준으로 내놓은 단순 논리”라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이미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지 않으면 수출도 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시대적 용도가 끝난 기술에 아무리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들 부질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