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매머드 캠프' 홍준표의 '단기필마'..누가 웃고 있나

김일창 기자 2021. 9. 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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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원 대거 참여 尹캠프, 각종 구설에 커지는 부담.."소통 부족도 노출"
'의원 2명' 洪캠프 "현안 집접 챙기는 洪, 이준석모델 차용..'독단' 견제해야"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 뉴스1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후보 적합도 1, 2위를 다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신(新) 경쟁 구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캠프에 대규모 전·현직 의원을 거느리며 '조직력'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반면에 홍 의원은 현역 의원이 2명뿐 사실상 후보 '개인기' 하나로 돌파하면서다.

28일 정치권은 새로운 형태의 경선 양상이 11월5일 최종후보 선출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예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경선 반환점을 앞둔 지금까지 홍 의원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윤 전 총장의 세력화는 지난 6월29일 윤 전 총장의 출정식에 국민의힘 의원 24명이 자발적으로 행사장을 찾으면서 예견됐다. 실제 이들 중 상당수가 윤 전 총장의 대선준비 조직인 '국민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나 많은 인원만큼 여러 구설에 휘말리는 점은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각 인사의 개인적인 일이지만 캠프 구성원이란 점에서 부담은 고스란히 윤 전 총장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캠프 총괄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아들 용준씨(활동명 노엘)의 무면허운전·경찰관 폭행 등 논란에 책임을 지고 이날 캠프에서 하차했다. 장 의원은 "죄송하고 송구스럽지만 결국 후보(윤 전 총장)의 허락을 득하지 못하고 캠프 총괄실장직을 내려놓는다"며 "직을 내려놓는 것이 후보께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동산 법령 위반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12명 의원 중 5명도 윤 전 총장 캠프 인사였다. 이들 가운데 안병길·한무경·정찬민 의원이 권익위 발표 직후 캠프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정치 활동 초반에는 당시 대변인이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다. 전 의원인 신지호 캠프 정무실장은 지난달 당 경선준비위원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이준석 대표를 탄핵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윤 전 총장은 "캠프 모든 분들에게 당의 화합과 단결을 해하는 언동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면서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유감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대세론을 형성하면서 전현직 의원들이 몰려 들어간 측면이 있다"며 "윤 전 총장 입장에서 이를 통제할 수 없었을 거라고 보는 데, 사람이 많은 만큼 다양한 구설에 휘말리고 비판은 윤 전 총장으로 향하면서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많다 보니 캠프 내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6일 3차 TV토론에서 윤 전 총장은 홍 의원과 토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문에 대해 "못 들었다"고 답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무면허 음주운전과 경찰관을 폭행한 래퍼 노엘을 즉각 구속 촉구하는 동시다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2021.9.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당장 윤 전 총장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캠프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캠프의 최우선 업무가 주요 현안을 파악하고 요약해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것인데, 이것이 누락된 점을 여과 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보'가 보수의 최우선 가치임을 고려하면, 캠프가 후보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캠프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크든 작든 얼마나 내실 있게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윤 전 총장이 '김여정 담화문'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다는 점은 캠프에서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 즉 캠프 내부 간, 캠프와 후보 간 소통이 부족하고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과 달리 홍 의원은 사실상 '개인기'로 경선에 임하고 있다. 홍 의원 캠프에 속해 있는 현역 의원은 조경태(5선)·하영제(초선) 의원 둘뿐이다. 전직 의원과 대학교수 등이 포함돼 있지만 큰 규모로 볼 수준은 아니다.

홍 의원은 주요 현안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힌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홍 의원은 아침에 뉴스를 정독하고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오래전부터 길러왔다"며 "어떤 질문을 받아도 대답이 가능한 건 이런 습관을 체득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개인기는 지난 6·11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준석 대표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과 달리 캠프를 꾸리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역을 방문했고, 페이스북을 활용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 대표의 당선은 보수의 변화를 바라는 당원과 국민의 의중이 투영된 결과지만, 조직을 동원하지 않아도 승리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하나의 본보기로 작용했다. 이같은 본보기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캠프 해체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홍 의원은 '줄서기 시대'는 끝났다며 개인기로 최종후보, 나아가 대권까지 잡겠다고 자신한다.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머릿수로 경선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각 캠프에 나가 있는 국회의원 분들은 핵심 요원만 남고 모두 국회로 돌아가서 국정감사에 전력을 다하라"고 충고했다.

신 교수는 "홍 의원의 정치 경력과 정책적 마인드는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며 "큰 규모의 조직을 갖출 필요성은 없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이 경우 본인이 다 할 수 있다는 것, 즉 독단으로 빠질 수 있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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