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참으래"..'계부 성폭행' 소녀, 이 말 이틀뒤 극단선택

최종권 입력 2021. 9. 28. 15:34 수정 2021. 9. 2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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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혐의 계부와 동거해 화 키워”


지난달 19일 성범죄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주 여중생 2명을 기리는 추모제가 청주 성안길 사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계부에게 아동학대 등을 당한 뒤 친구와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이 평소 우울증을 앓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오창 여중생 사건’으로 딸을 잃은 A양 아버지와 유족을 돕는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 회장은 28일 충북NGO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구 B양의 생전 휴대전화 메시지를 공개했다. 성범죄 피해로 조사를 받던 A양과 B양은 지난 5월 12일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에서 생을 마감했다.

두 여중생에게 성범죄를 일삼은 가해자는 B양의 의붓아버지 C씨다. 그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B양의 친구 3명과 나눈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지난해 9월~10월부터 B양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자살 징후를 보인 것을 확인했다”며 “지난해 12월께 자해한 사진도 확보했다. 공소장에 나온 계부 C씨의 성범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이 지속돼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과 A양 유족은 B양이 다른 친구 2~3명과 나눈 휴대전화 메시지를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A4용지 80~100장 정도 메시지를 훑어보니 B양은 목숨을 끊기 전 우울증을 앓았음에도 ‘더는 정신과 치료와 약을 복용하지 않겠다’고 몇 차례 말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목숨을 끊기 이틀 전인 5월 10일에는 ‘아빠(계부)가 한번 참고 이겨내보래’란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여중생 유족 “피해자 분리로 성범죄 사건 막아야”


지난 5월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 화단에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 2명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있다. 최종권 기자

그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딸에게 정신과 치료와 상담, 약물 복용을 중단시킨 게 사실이라면 성범죄뿐만 아니라 자살을 방조한 책임도 계부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숨진 A양 유족과 김 회장은 “계부 C씨와 B양을 사전에 분리하지 못하고, 아이들이 목숨을 끊기 전인 3월~5월 사이 체포·구속 영장이 3번이나 반려된 게 화를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친모와 떨어져 계부와 지낸 B양이 사실상 범죄를 제대로 진술할 수 없는 처지가 됐고, 범행을 당한 A양에겐 미안한 감정이 상존했을 것 같다”며 “계부가 고소된 이후 범죄 상황에 대해 ‘꿈인 것 같다’고 말을 바꾼 것과 탄원서 형식의 유서도 분리 조처가 늦어져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A양 유족과 충북법무사회는 이날 오창 여중생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명시한 ‘범죄행위자’ 개념 개정, 피해 아동에 대한 응급조치(분리) 개선, 분리 조처가 필요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조항 신설 등 4개 조항을 손보거나 추가하는 안이다.

이들은 아동에게 성범죄를 가한 피의자를 처벌하는 규정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현행법은 피해 아동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합의를 강요한 사람을 처벌하게 돼 있다. 김 회장은 “B양의 사례처럼 계부가 유일한 보호자 역할을 할 경우 피해 아동은 어떤 강압 없이도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에 아동과 가해자의 분리 조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유족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추가 증거자료가 담긴 수사의견서를 청주지검에 제출할 예정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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