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남시에 민원 제기했더니 화천대유가 고발.. 대리 고발 의혹

권순완 기자 2021. 9. 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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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부지 인근을 지나는 송전탑 문제로 사업 시행자인 ‘성남의뜰’과 갈등을 겪던 예비입주자협의회 대표 박모씨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둘러싸고 성남시와 시행사 ‘화천대유’의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됐다. 박씨 등은 성남시에 송전탑 관련 민원을 제기했는데 정작 박씨를 고발한 건 성남시가 아닌 화천대유였기 때문이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2019년 3월쯤 성남시 대장동을 관할하는 한강유역환경청에 ‘대장동 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개발부지 내 송전탑을 지하화 해야 한다’는 민원을 넣었다. 송전탑으로부터 나오는 전자파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환경청은 이에 따라 2019년 12월과 작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이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송전탑 지하화 계획을 제출하라’는 취지의 이행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환경청과 성남시에 찾아가 담당 공무원들에게 “송전탑 지하화가 빨리 돼야 한다. 공무원들이 아무것도 안하면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민신문고에도 비슷한 민원을 넣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생겼다. 같은 해 3월 화천대유와 성남의뜰이 “박씨가 공무원들을 부당하게 협박했다”며 강요미수,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박씨는 “환경청과 성남시에 민원을 넣었는데 이 내용을 화천대유 측이 어떻게 알고 나를 고발했다”며 성남시가 화천대유에 고발을 하게 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의정부지검은 작년 10월 박씨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본지가 입수한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박씨가 성남시청에 찾아와 적극적인 행정을 시행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직무유기로 고발한다’고 말한 사실만으로 강요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서에는 박씨가 제기하는 ‘고발 사주’ 의혹을 연상케 하는 진술도 일부 담겼다. 박씨의 민원을 받았던 환경청 공무원은 검찰에서 “(박씨의 요청이) 민원인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로 생각한다”며 “필요하면 자신이(내가) 고발하면 되는데 다른 사람(화천대유 등)이 자신에게 동의나 양해 없이 고발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성남시 공무원은 화천대유의 고발 취지와 비슷하게 진술했다고 한다. 특히 박씨가 국민신문고에 접수한 내용이 화천대유가 제출한 고발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신문고 접수 내용은 당사자인 박씨와 성남시 정도만 알 수 있다.

이기인(국민의힘) 성남시의원는 “대장동 개발이 사업 이익을 시민에게 환수시켜주는 공공개발이라고 자랑하면서, 한편으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주민 민원에 대해서는 형사 고발하는 표리부동한 행태”라고 말했다. 한편 이 ‘송전탑 지하화 계획’ 이행명령에 대해서는 성남의뜰이 불복해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앞서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권순일 전 대법관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한 배경에 대해 “송전탑 지하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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