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프간 난민 K-국격'은 어디에? "'새우꺾기' 가혹행위, 책임자 처벌해야"

김윤주 2021. 9. 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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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돼 있던 모로코 출신 ㄱ씨가 이른바 '새우꺾기' 자세를 한 채 수 시간 동안 격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이주인권단체들이 정부에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법무부 등이 "난동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밝히는 것에 대해서도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특별기여자를 수용하며 '국격'을 내세운 정부의 태도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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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국적 ㄱ씨 "이곳은 화성 관타나모"
이주인권단체 "보호소 내 인권유린 규탄"
법무부 장관 사과 등 요구
화성외국인보호소면회시민모임마중 등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외국인보호소 내 인권유린 규탄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그들은 나를 동물처럼 취급했다. 시시티브이(CCTV)에 모두 나와 있다. 당신들도 볼 것이다. 3월부터 내게 있었던 모든 일을 다 하나도 잊지 않았다. 모든 상세한 일들까지 다 기억난다.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것 같다.(…)나는 난동을 부렸다.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겪은 부당한 폭력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 폭력을 방조하고 은폐하는 이곳을 화성 관타나모(테러범을 고문으로 유명한 미국의 수용소)라고 불러야 한다.” (대리인단이 전한 ㄱ씨 입장문)

경기도 화성시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돼 있던 모로코 출신 ㄱ씨가 이른바 ‘새우꺾기’ 자세를 한 채 수 시간 동안 격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이주인권단체들이 정부에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법무부 등이 “난동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밝히는 것에 대해서도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특별기여자를 수용하며 ‘국격’을 내세운 정부의 태도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단법인 두루·난민인권네트워크 등 이주인권단체들은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일어난 인권유린을 규탄한다”며 ㄱ씨에 대한 즉각 보호 해제, 책임자 처벌,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또 화성외국인보호소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이번 사안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ㄱ씨의 대리인단이 확보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면, ㄱ씨는 지난 6월10일 하루에만 4시간24분 동안 ‘새우꺾기’ 자세로 있었다. ‘새우꺾기’는 뒷수갑을 채워 손목을 포박하고 등 뒤로 두 발을 묶어 사지를 연결해 새우등처럼 몸을 꺾게 하는 자세다.

단체들은 당시 ㄱ씨가 난동을 피우고 자해를 해 불가피한 조처라는 보호소 쪽 해명을 비판했다. 이들은 “법무부와 화성외국인보호소는 ㄱ씨의 평소 언행을 들어 ‘자해를 막기 위해’, ‘난동을 피우는 것을 막기 위해’라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이런 취급을 받을 만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며 “보호소가 아니라 교도소에서조차, 어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도 이런 고문을 이토록 상습적으로 가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접했던 출입국본부 간부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사건이 알려지면 국민의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확산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황 변호사는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외국인 혐오에 기대 맞불을 놓겠다는 경고이자 협박”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증거가 명백한데도 이주민을 괴물로 만들고 외국인혐오를 극대화해 어쭙잖은 물타기를 하려는 이들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난민 신청자들을 도와온 시민모임 ‘마중’의 심아정 활동가는 “법무부는 아프간 사태 당시 한국을 도왔던 아프간인들에 대해서는 ‘특별기여자’라는 이름으로 입국시켜 환대하면서도 외국인보호소에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비인간적 대우를 한다”며 “결국 난민 자격을 얻지 못한 보호소 외국인들은 이런 식으로 가둬두고, 아프간 사태 같은 특별 상황이 발생하면 태도를 바꾸는 건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머무르는 ㄱ씨가 지난 6월10일 보호소 공무원들에 의해 뒷수갑을 찬 채 포승줄로 두 발이 묶인 이른바 ‘새우꺾기’ 자세를 한 채 독방으로 된 특별계호실에 격리됐다. 특별계호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갈무리·ㄱ씨 대리인단 제공

■ㄱ씨가 대리인단을 통해 밝힌 입장

치통이 심해서 발치를 위해 외부진료를 요청했지만 보호소 직원이 이를 거절했고, 나를 독방으로 데려가 특별계호라며 감금했다. 나는 이날 독방에서 하루 종일 극심한 치통에 시달렸다. 그들은 내가 두 병의 샴푸를 마시기 전까지 나를 방치했다. CCTV를 통해 사태를 파악한 그들이 나를 병원으로 데려갔고, 비로소 발치를 할 수 있었다. 돌아와서 다시 독방에 갇혀서 닷새를 지냈다. 지난 4월에도 약이 끊어져서 너무 힘들었는데 보호소는 나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한 시간 동안 전화로 물을 달라고 호소했다. 직원들은 CCTV로 나를 보고 있었을 텐데 아무도 와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난동을 부리는 것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수갑이 채워지고 밧줄로 묶였다. 바닥에 배를 대도록 나를 눕힌 상태였다.

그들은 나를 동물처럼 취급했다. CCTV에 모두 나와 있다. 당신들도 볼 것이다. 3월부터 내게 있었던 모든 일을 다 하나도 잊지 않았다. 모든 상세한 일들까지 다 기억난다.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것 같다.

그들은 숨기고 싶을 것이다. 그들은 나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 범죄를 저질렀다. 매달 진료와 치료가 필요한 사람임에도 보호소는 나의 질병에 대한 어떤 지식도, 나의 건강에 대한 어떤 배려도 없이 나를 대했다. 여기 보호소에서 겪은 폭력으로 트라우마가 생겼다.

하루하루, 매 시간, 매 분, 매 순간 이곳에서는 인권 침해가 일어난다. 우리는 한 방에, 그것도 철장 안에 갇혀서 24시간 내내 갇혀있다. 나는 이곳에 온지 이제 7개월이 되었고 그동안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교도소에서 온 친구들도 있다.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차라리 교도소가 백 배 낫다고 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동물원의 동물처럼 케이지에 갇혀서 24시간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갇혀 있다.

나는 난동을 부렸다.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겪은 부당한 폭력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 화성보호소에 나를 고문했던 사람의 얼굴과 모든 것을 기억한다. 폭력을 방조하고 은폐하는 이곳을 화성 관타나모라고 불러야 한다.

김윤주 장예지 기자 kyj@hani.co.kr

▶바로가기: 손은 뒷수갑, 발엔 포승줄…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가혹행위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31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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