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에 분노했던 학생들, 곽상도 아들에 너그러운 이유

장영락 2021. 9. 3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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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조국 임명 사태 당시 서울대, 고려대생들 시위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 사건에는 비교적 온건한 반응
사안 특성, 20대 보수지향 등 영향 추정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수령 사태로 ‘선택적 분노’라는 단어가 소환되고 있다. 2년 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사태 당시 학내에서 시위까지 벌이던 서울대, 고려대 등이 이번 사태에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 당시 열린 서울대 학생들 집회. 사진=뉴스1
29일 온라인 공간에서는 유명 교육 유튜버 강성태씨의 이중적 태도를 조롱하는 유튜버 이용자들의 댓글들이 화제가 됐다.

2년 전 조 전 장관 딸 조민씨의 대학 입학 등 특혜 의혹이 불거졌던 당시 영상을 통해 비판 목소리를 냈던 강씨가 이번 곽 의원 아들 사태에는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까닭이다. 이 때문에 강씨가 공정성, 정직성과 같은 보편적 가치가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논평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최근 영상 댓글에 쏟아졌다.

이처럼 정치인의 공정성 시비에서 보이는 ‘이중 잣대’에 대한 논란은 조 전 장관 딸의 입학 특혜 의혹으로 시위까지 꾸렸던 서울대, 고려대 등 이른바 명문대생을 향해서도 제기된다.

특히 여권 지지층들 사이에서는 여권 인사의 특혜 의혹에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 학생 계층에 대한 반감이 곽 의원 사건을 계기로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조 전 장관 사태가 벌어진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그보다 훨씬 심각한 논란이 터진 데 대한 반응이 이 정도로 차이 날 수 있느냐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공정성 호소? 정체성 확인?

이같은 차이는 먼저 사안의 직접적 연관성과 관련 있어 보인다. 당시 학생들 시위는 조 전 장관 딸의 특혜 의혹이 ‘좋은 대학 입학’이라는 자신들의 직접적 이해관계와 연관된 사안이라 더욱 확산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힘들게 들어온 대학을 왜 남은 쉽게 들어왔느냐’는 심리가 행동의 주요 동인이었던 것이다.

또 공정성을 강조했던 이른바 ‘개혁진영’의 이중성에 대한 비판이 학생들의 행동심리 근저에 있었던 점도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또다른 요소로 꼽을 만하다.

여기에 당시의 학생 시위가 가지는 성격이 공정성에 대한 호소 그 자체보다, 그들 자신의 ‘정체성 확인’을 위한 과시였음을 보여주는 단서도 존재한다. 그같은 비판은 이미 2년 전 시위 당시에도 학생 사회 내부에서 제출된 바 있다.

2019년 8월 서울대에서 2차 시위가 이루어지기 전 학교 내 게시판에 붙은 한 대자보가 그 같은 사례다. 서울대생으로 추정되는 ‘K’라는 인물이 내건 이 대자보에는 학생들의 분노가 과연 정당한지를 묻는 장문의 글이 실렸다.
2019년 8월 서울대 중앙도서관 터널 게시판에 붙은 ‘K’의 대자보. 사진=뉴스1
K는 “조 후보 딸에 대해 우리가 부러움을 느끼고 박탈감을 느끼고 분노를 느끼는 것이 설사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로라 하더라도, 거기에 정의와 공정의 수사를 덧붙이기에는 진실로 그 가치들이 향하고 구현되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많지 않느냐”며 “우리가 못 본 체 했으며 모른 체 해온,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청년들이 너무나 많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적어도 우리들만큼은 나름 소소한 승리를 거둬온, 그리하여 이처럼 언론들의 주목도 용이하게 받을 수 있게 한 학벌 타이틀을 쥐어 준 현 사회 제도를 보다 철저히 수호하고 강화하기 위한 촛불 아니냐”며 당시 학생들의 시위가 가지는 성격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시위가 공정성과 정의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대학의 학생들이 가진 배타적 특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 아니었느냐는 지적인 셈이다.

이같은 요인들에 더해, 최근 20대의 보수 지향성 역시 사안에 대한 판이한 접근을 낳은 요인으로 지적될 만하다. 실제로 최근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20대,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30~50대보다도 야권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게 더 높은 것으로 일관되게 조사되고 있다.

이는 젊은 세대 역시 기성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진영 논리’로 사회 현상을 바라본다는 분석을 낳는 지점이기도 하다.

장영락 (ped1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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