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곽상도 아들이 문화재 문제 해결해 50억 받았다고?.."한 적 없고, 할 수도 없는 일"
[경향신문]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의뢰로 문화재 발굴 조사를 진행한 전문기관 관계자가 곽상도 의원 아들이 ‘퇴직금 50억원’의 근거로 내세운 업무 성과에 대해 “상식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곽 의원 아들 곽병채씨(31)는 지난 26일 화천대유에서 받은 50억원에 대해 “7년간 근무한 공적을 회사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요 업무 성과로 ‘사업지 내 문화재 발견 이후 공사 지연 사유를 제거한 점’을 꼽았다. 만 5년9개월 근무 후 퇴사하면서 50억원을 챙긴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그 돈에는 업무 성과에 대한 보상 성격이 포함돼 있다’는 취지로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곽씨가 밝힌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2015년 화천대유 입사 초기에는 경영지원팀 총무로 일하다 2016년부터 토지 보상업무를 맡았다. 2017년 단지조성공사가 시작된 후에는 후속 인·허가와 현장 관리, 감독 업무를 수행했다. 입장문에서 곽씨는 “이 돈(퇴직금)은 모두 제 계좌에 있고 제가 화천대유에 입사해서 일하고 평가받은 것”이라며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은 공로, 업무 과중으로 인한 건강악화에 대한 위로, 7년간 근무한 공적을 인정해 회사에서 결정해 줬다”고 밝혔다.
곽씨가 특히 강조한 업무 성과는 사업지 내 문화재 발견 문제 해결 건이다. 곽씨는 “문화재가 발견돼 공사 지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발견 구간과 미발견 구간을 다른 사업구간으로 분리시켜 버리는 등 공사 지연 사유를 제거했다”는 주장을 앞세운 뒤, “이렇게 까다로운 일들을 원활하게 처리하면서 회사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공사지연은 비용 지출”이라며 “공사 지연 사유를 제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도 했다.
곽씨의 주장에 대해 당시 현장에서 문화재 발굴 조사를 진행한 중앙문화재연구원 측은 “곽씨는 문화재 문제에 대응한 적이 없고 본인이 나서서 하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라고며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대장지구에서 문화재 발굴 조사에 참여한 연구원 관계자는 2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문화재 발굴을 의뢰한 시행사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곽 대리였던 것은 맞다. 화천대유라는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고, 성남의뜰 직원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시행사 직원은 문화재 발굴 조사에는 일절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발굴조사를 총괄했던 연구원 관계자는 “지표조사, 시굴조사를 거쳐 (문화재가) 없다고 나오면 공사하는 게 통상적인 절차”라며 “곽 대리의 주장은 사업지에서 유구(문화재)가 나왔는데, 본인이 그 지역만 분리하도록 해 나머지 공사를 진행시켰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50억원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되니까, 발굴이 실시된 지역을 제외하고 공사가 진행된 최종적인 결과를 두고 ‘내가 이만큼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말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 사업 부지 내 매장 문화재 발굴조사는 철저히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개발사업자가 문화재청으로부터 발굴 허가를 받고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한 이후 문화재연구원 등에서 발굴 조사를 수행한다. 사업 부지에 대한 시굴·발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표본조사(사업 면적 중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면적의 2% 이하 범위), 예비 조사 성격의 시굴조사(매장문화재 유존지역 면적의 10% 내외), 정밀발굴조사(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매장문화재 분포지역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작업) 등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 조사 단계마다 외부 학계·전문가들이 모여 학술자문회를 열어 구체적인 발굴 면적과 추가 발굴 조사·보존 조치 여부를 결정한다. 시행사 관계자나 직원이 중간 단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한다.
게다가 곽씨는 문화재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곽 의원도 아들의 화천대유 근무에 대해 “대학을 갓 졸업해서 일배우고 심부름 한 직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부동산 개발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해 온 김윤우 변호사는 “시행사 직원이 문화재 발굴 조사 현장에서 하는 일은 작업이 차질을 빚지 않는지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라며 “처음 개발일을 하는 업무 지원 담당 직원이 혼자 문화재 문재를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반기웅·강은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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