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찬민, 용인시장 취임 직후부터 부동산 투기..가족·지인 동원해 땅 헐값 매입"

조해람 기자 2021. 10.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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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장 신청서에 혐의 적시
친분 있던 부동산 업자에
“큰 건 해라” 브로커 사주도
시세 24억→38억으로 ‘껑충’
국회서는 ‘체포동의안’ 가결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용인시장 재직 당시 사업 편의를 대가로 가족·지인 등이 개발업자로부터 시세보다 4억원가량 싼값에 땅을 매입할 수 있게 한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정 의원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서를 보면, 정 의원은 자신의 직무권한을 이용해 친형과 지인 2명으로 하여금 개발 예정지인 경기 용인시 땅을 시세보다 싼값에 살 수 있도록 해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고 있다.

정 의원은 2014년 용인시장 취임 무렵 용인의 주택개발업자인 A씨가 용인시 기흥구 일대 임야와 토지를 대량 매입해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어 인·허가권자인 자신의 직무권한을 이용해 A씨의 편의를 봐주는 대신 개발사업 예정 부지 중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땅과 인접한 부지를 지인들이 시세보다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정 의원이 사후적으로 이들로부터 소유권을 재이전받는 방식으로 땅을 취득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은 평소 친분이 있던 부동산중개업자 B씨를 2014년 10월쯤 시장실로 불러 “네가 부동산 일을 했으니 A씨를 만나 큰 건을 해라. 내가 도와주겠다”며 ‘브로커’ 역할을 맡겼다. B씨는 A씨를 만나 “인·허가를 도와줄 테니 시세보다 싼값에 땅을 넘기라”고 했고, A씨는 정 의원의 형 정모씨에게 시세보다 1억9981만원 싼 1억9136만원에 땅을 넘겼다. 취·등록세 880만원도 A씨가 대신 냈다.

정 의원은 2015년 연말에도 B씨를 불러 지인인 홍모씨가 땅과 건물을 살 수 있도록 했다. 홍씨는 이듬해 2월쯤 당시 시세 7억6087만원의 필지를 6억원에 자신의 지인 조모씨 명의로 매입했다. A씨는 취·등록비용 2760만원을 냈다. 홍씨는 이 필지와 연결된 땅도 조씨 명의로 시세 3억7834만원보다 74만원 싼 3억7760만원에 샀고, 이때도 취·등록비용 920만원을 A씨가 냈다. 같은 방법으로 정 의원의 지인 유모씨도 시세보다 약 4400만원 저렴한 4억1660만원에 땅을 사고 취·등록세 1104만원을 대납받았다.

경찰은 이들 3명이 시세차익 4억579만원과 취·등록세 5664만원을 더해 총 4억6243만원의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정 의원에게 해당 금액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A씨의 개발 사업 관련 인·허가가 공휴일을 제외하고 13일 만에 이뤄진 점, 관계자들의 자백과 진술 등을 토대로 당시 시장이던 정 의원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12일 기준으로 이들이 매입한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 시세는 총 38억1906만원으로 매매 당시 시세인 24억9135만원보다 13억원 이상 올랐다.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정 의원은 혐의 사실 일체에 대해 부인하며 관계자들과 허위 답변을 준비했고, 다수 사건 관련자들과 접촉해 회유를 시도했다”며 “자신의 영향력을 통해 주요 피의자들과 참고인들이 진술을 번복하게 하는 등 압력을 행사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 29일 본회의를 열고 여야 의원 251명 참석에 찬성 139명, 반대 96명, 기권 16명으로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21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건 정정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직 무소속 의원에 이어 3번째다.

정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체포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주면 법원에서 명명백백하게 억울함과 결백함을 밝히고 여러분 앞에 당당하게 서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다음주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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