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초대박 투기, 정관계 떤다..드러나는 대장동 비밀[뉴스원샷]

하남현 2021. 10.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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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 사회1팀 차장의 픽: 드러나는 대장동 8000억 특혜 비밀


대장동 210번지 일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자리한 대장동은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동(洞) 이름일 겁니다. 개인 투자자 7명이 현재까지 8000억, 사업이 끝나면 1조원 넘는 수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투자금이 3억 5000만원인 걸 감안하면 단군이래 초대박 투기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비롯해 여야 유력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독특한 민관 합동 개발 방식과 천문학적인 수익, 상식과는 다른 이익분배 구조, 그리고 의혹에 엮인 유명 정치인과 법조인. 이번 뉴스원샷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대장동 의혹’을 정리해 봅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사실상 ‘성남의 뜰 = 화천대유’…대장동 도시개발 시행


대장동은 판교 신도시 바로 남쪽 산 너머에 있습니다. 성남시 분당과 판교 개발로 이곳은 마지막 남은 ‘알짜’ 땅이 됐습니다. 2004년 첫 개발계획이 나온 이후 공영 개발 혹은 민간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무산됐습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당시 성남시장)는 공영개발에 민간투자를 결합하는 민관합동 개발 방식을 고안해 2015년 시행했습니다. “택지 개발 이익을 공공영역으로 환수하겠다”라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대장동 일대 그린벨트 임야 및 논·밭 96만㎡(약 29만평)에 아파트 5903가구를 조성한 ‘대장판교 프로젝트’입니다.

성남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2월 13일 ~ 3월 26일 대장판교 도시개발 공모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공모가 끝난 다음 날인 그해 3월 27일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당시 성남시의 공모지침서에는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하도록 했습니다. 이 PFV가 ‘성남의 뜰’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공사업자로 전체 지분의 ‘50%+1주’를 가졌습니다. 민간사업자는 금융기관(하나‧국민‧기업은행, 동양생명, 하나자산)이 43%,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0.9999%,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이름을 가린 7명의 개인 투자자, 천화동인 1~7호가 6%를 가집니다.

금융기관 컨소시엄은 자금 조달(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위해 끌어들인 것이니, 실제 민간사업자는 화천대유와 관계사 천화동인입니다. 화천대유는 성남의 뜰의 자산관리회사입니다. 성남의 뜰은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여서 직원을 둘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산관리 및 수탁업무를 대신해 줄 자산관리회사(AMC)가 필요합니다. 화천대유가 이 역할을 합니다. 결국 민관합동 성남의 뜰이란 외피를 쓰고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겁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공영‧민간 개발 ‘메리트’만 극대화한 ‘민관합동 개발’

‘민간+공영’의 민관합동 개발은 ‘묘수’가 됐습니다. 공영 및 민영 개발의 장점이 모두 활용했습니다. 대장동 개발은 우선 공영 개발의 외피를 통해 그린벨트 해제 등 인·허가 문제는 쉽게 풀고 까다로운 개발 조건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원래 사업 시행자는 대상 토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소유하고 토지 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도시개발법상 개발공사가 100분의 50을 ‘초과’해 출자하는 사업의 경우 필요한 토지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에 1주를 더한 이유가 짐작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당연히 토지 수용시 비용이 절감됩니다. 대장동 원주민들은 “사실상 반값으로 토지를 수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헐값에 토지를 수용해 택지를 조성한 뒤 2단계로 아파트를 분양할 때는 ‘민간 개발’로 분양가 상한제에서 제외되는 혜택을 챙겼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이 크게 오른 민간택지나 공공공기관이 개발한 택지에 상한제가 적용됩니다. 그런데 사업시행자가 공공기관(성남도시개발공사)이 아닌 민간사업자 ‘성남의 뜰이어서 상한제를 피해갔습니다. 결론적으로 원주민에 땅을 싸게 수용해 비싼 아파트를 지어 분양해 개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시행사 성남의 뜰의 주주이자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가 5개 필지를 사서 직접 아파트 분양 사업을 벌인 것에 대해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화천대유’ 8000억 초대박 이익 어떻게 몰아줬나


대장동 의혹은 처음엔 ‘화천대유 의혹’으로 통했습니다. 그만큼 화천대유가 누린 이익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입니다.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천대유는 천화동인 1호의 100% 지분을 보유했습니다.
성남시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지분 6%(3억원)을 투자한 천화동인 1~7호 투자자별 배당금 추정 액수. 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성남의 뜰은 지난 3년간 전체 주주에게 5903억원을 배당했습니다. 대장동 사업으로 조성한 주택·상업·공공용지를 비싼 값에 팔아 생긴 이익을 배당한 겁니다. 이중 4040억원이 화천대유(577억원)와 천화동인(3463억)에 배분됐습니다. 이들은 3억50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1153배 수익을 낸 겁니다. 사업 정산이 끝날 때까지 늘어나는 배당금과 별도로 화천대유는 직접 아파트 분양 사업으로 최소 4500억원 분양 수익을 추가로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전에는 돈을 많이 벌라는 의미로 “대박나세요”라고 했는데, 이제는 “화천대유하세요”라고 해야 할까요.

대장동 사업 주주 간 수익 배분을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22억원의 확정이익만 가져가고 이후 초과이익 전부는 민간사업자 몫으로 하는 이익 구조를 짰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민관 복합 개발에서 이런 방식은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재명 캠프 측 자료는 이를 민간사업자 입장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패하면 큰 이익 대신 빚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의 지나친 이익을 제한해야 한다는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 목소리가 묵살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 인물 관계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런 큰 이익은 누가 가져갔을까요? 화천대유 및 천화동인을 둘러싼 핵심 인물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업 구조를 짠 것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인 법조기자 출신 김만배씨, 법조계와 화천대유, 성남도시개발공사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는 남욱 변호사 등입니다.

김씨는 화천대유와 관계사 천화동인 1호 대주주입니다. 그의 부인과 누나는 천화동인 2호와 3호의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는데, 각각 872만원을 투자해 101억원의 배당을 받았다고 합니다.

법무법인 강남 소속 남욱 변호사는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입니다. 2009년 LH공사가 대장동 공영개발을 포기하도록 정·관계에 불법 로비를 혐의로 2015년 구속기소됐다가 무죄를 받고 풀려났습니다. 천화동인 5~7호 소유자도 각각 수천만원을 투자해 수백억원을 거둬들였습니다.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의 실제 소유주라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10억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미 체포됐습니다. 검찰은 천화동인 2~7호 역시 마찬가지로 실소유주가 따로 있는 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화천대유의 임직원도 ‘돈벼락’을 맞았습니다. 대표적인 게 곽상도 무소속 의원의 아들입니다. 화천대유에서 6년간 일한 뒤 대리직급으로 퇴사했는데, 무려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습니다. 최근 퇴직한 다른 임원(전무)은 100억원 가까운 퇴직금을 받는다고 합니다. 정치권에선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한 정관계 인사들, ‘50억 약속 클럽’이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거물급 법조인, 정치인 연루…정관계 로비설도

화천대유에서 활동한 전직 대법관과 검찰총장 등 초호화 고문단도 논란이 됐습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검사장, 이경재 변호사 등입니다. 이들을 화천대유 고문단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 김만배 씨는 “좋아하던 형님들로 대가성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컨대 김씨는 지난해 7월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무죄 판결 전후로 당시 권 대법관을 8차례 만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권 전 대법관은 당시 대법관 7대 5 전원합의체 무죄 판결 과정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재판 얘기는 안 했다’고 했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이 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전격 체포하면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연합뉴스


사업을 주도한 유 전 본부장이 체포되면서 앞으로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로 향할 수도 있습니다. 화천대유 주주들이 유 전 본부장과 대화한 내용을 녹음한 ‘대장동 녹취록 ’이 검찰에 제출되면서 이재명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측근들을 포함해 어떤 이름이 나오느냐에 달렸습니다. 이미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원 퇴직금을 포함해 350억원 규모의 정·관계 로비설까지 나왔습니다.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이 화천대유에 배당금 등 이익을 몰아준 뒤 리베이트의 규모가 얼마나 되며, 어디까지 전달됐는지 의혹을 규명해야 합니다. 과연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지, 당분간은 대장동이라는 이름이 계속 오르내릴 듯 합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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