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일보 전면 실린 "모든 여자들아 교회에서 잠잠하라" 광고는?

장슬기 기자 2021. 10. 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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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일보 1일자 전면광고 "모든 여자들아 교회에서 잠잠하라"
신옥주 목사를 '성령'이라며 신격화, '억울하게 수감됐다'는 메시지도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타작마당'이라는 종교의식이라며 목사가 신도를 폭행하거나 신도간 폭행을 지시해 지탄을 받은 은혜로교회가 일간지에 “여자들아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내걸었다. 왜곡된 성차별인식을 이용해 담임목사의 악행을 옹호할 뿐 아니라 '성령'이라고 표현하며 신격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지난 1일 각각 은혜로교회의 입장과 관련된 성경구절이 담긴 전면광고를 실었다. “이제 온 천하는 잠잠하라”는 제목 옆에는 “송사에 원고의 말이 바른 것 같으나 그 피고가 와서 밝히느니라”(잠언 18장 17절)라는 성경구절과 “하나님의 법으로 온 세상의 거짓을 판결한다”는 소제목이 함께 실렸다.

또한 “모든 '여자들'아, 교회에서 잠잠하라”라는 메시지도 실었다. 여기서 '남자'는 그리스도, '여자'는 '교회와 목사 곧 성경을 가르치는 지도자'라고 한 뒤 실제로는 목사 신씨를 비판하는 신학자와 목사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이들을 '여자'라고 했다. 일부 성경구절을 인용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성차별 인식을 비유로 들며 반성이 아닌 과거 행적에 대해 합리화하는 내용이다. 은혜로교회는 해당 광고에서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고린도전서 14장의 성경구절도 함께 인용했다.

▲ 1일 조선일보 26면 전면광고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상해, 사기,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은혜로교회 담임목사 신옥주씨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한 메시지다. 목사 신씨는 교인들의 여권을 빼앗아 집단 숙소생활과 강제노동을 시켰으며 피지에 거주하게 해주겠다며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은혜로교회는 해당 광고에서 “여자는 위에 있는 예루살렘인 신령한 교회의 표상이자 하나님께서 장가드신 실상의 여자, 다윗 집의 열쇠를 받은 빌라델비아 교회의 사자인 진리의 성령인 나 신옥주 목사를 뜻한다”고도 했다. 수감 중인 신씨를 '성령'이라고 칭하며 여전히 신씨의 행동을 옹호하는 메시지다.

이는 사회적 비난이 잠잠해지자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데일리굿뉴스 8월31일자 보도를 보면 신씨는 수감상태지만 은혜로교회는 교인들을 집단생활시키면서 국내에서 사업확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사들이 기사와 광고면을 분리하고, 통상 광고의 내용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 관행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을 향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경우 이를 기사화할 언론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광고면을 구입해 지속적으로 자신들 주장을 유포하는 것이다.

은혜로교회는 앞서 지난 6월과 7월에도 수차례 동아일보에 실린 전면광고를 냈다. 이들은 “나는 은혜로교회 신옥주 목사다. 나는 전 성경을 통으로 보고,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해서 성경 속에 감추어 두신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밝히는 목회를 하던 중, 자칭 목사, 자칭 기독교인들, 우리에게서 나가 후욕하는 자들이 '이단이란 프레임'을 씌워, 성경대로 보고 듣고 믿고 행동한 일들을 두고 2018년 7월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성도와 함께 긴급 구속되어 '특수폭행, 공동 상해, 폭행, 중감금, 특수감금, 사기, 상법위반, 아동복지법위반 교사죄'라는 더러운 죄명으로 7년형을 선고받고 2년 11개월째 옥에 갇혀 있다”며 “나는 나를 고소한 자들이 말한 그 어떤 죄도 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씨가 억울하게 수감됐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 교인을 폭행하는 은혜로교회 목사 신옥주씨. 사진=노컷뉴스

이에 강호숙 박사(기독인문학연구원)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씨가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가부장적 남성 중심의 왜곡된 리더십을 답습하고 성경을 입맛대로 해석하며 폭력적인 모습을 유지한다”라며 “실제 교회에서 문제제기하는 여자들이 많기도 하고, 비판하는 사람을 여자라면서 잠재우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기독교 주류에선 은혜로교회를 이단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다. 강 박사는 “성경은 폭력이 아니고 평화의 메시지여야 하는데 가부장 남성중심주의, 종교의 폐쇄성, 강자중심주의 등 나쁜 것을 다 가져와서 부패한 목사들이 오히려 약자들을 억압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정통 교회에서도 '여자들에게 잠잠하라'라면서 성경으로 자신들을 합리화하기 때문에 정통에서 얘기하는 것을 (은혜로교회가) 가져다 쓰는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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