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17] 적선과 뇌물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1. 10.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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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보시’에서 시작된다. 재물과 먹을 것을 나누는 게 보시다. 육바라밀의 첫째 단추가 바로 보시다. 도를 닦으려면 제일 먼저 보시를 할 줄 알아야 되는 것이다.

보시에서 결국 지혜도 나온다. 보시를 하면 여러 사람과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그러다 보면 거기에서 아이디어와 지혜가 나온다. 집단 지성이 발동하는 셈이다. 그래서 사회생활의 시작은 보시다. 베풀 것이 없으면 육보시(肉布施)라도 해야 한다. 청소, 설거지, 밥 해주는 것도 육보시다.

보시를 다시 인수분해하면 적선과 뇌물로 나눠진다. 적선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베풂을 가리킨다.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 차원 높은 보시다.

반대로 뇌물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에는 3가지 장치가 있다. 첫째는 낚싯바늘이다. 낚싯바늘이 들어 있는 뇌물을 받으면 가시가 목에 걸린다. 낚싯바늘이 목에 걸린 고통과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시로 바늘을 잡아당긴다. 바늘을 잡아당길 때마다 끌려가야 하는 비굴함과 서글픔. 정치자금을 많이 받아본 어느 다선 의원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돈은 어떻게 먹어야 됩니까?” “가시를 발라 먹어야지.” “가시를 어떻게 바르죠?” “이 사람아, 그게 노하우야. 가시가 없는 고래 고기를 먹어야지. 고래가 재벌이야.” “고래도 가시가 없지만, 문어도 가시는 없지 않습니까?” “말 잘했네. 문어는 계파 보스가 주는 돈이야.” 요즘은 재벌도 쉽게 돈 안 주고 계파 보스도 사라진 시대가 되었다. 어떻게 자급자족할 것인가. 부동산 개발에서 활로를 뚫어야 하지 않을까.

둘째는 비상(砒霜), 이거 들어간 돈을 먹으면 바로 사망이다. 깨끗하다고 알려진 인물일수록 몇 천만 원 먹고도 바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 몇 년 전에 4000만원인가를 먹었다고 자살한 정치인이 이 케이스에 해당한다. 비상이 들어 있는지 감별할 수 있는 안목이 바로 내공이다.

셋째가 설사약이다. 이걸 먹으면 설사를 해서 속옷과 바지에 똥이 묻고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설사약이 들어간 돈을 먹은 전 대법관, 검찰총장, 특검, 민정수석이 그 냄새를 사방에 풍기고 있다. 물론 외형은 합법적일 수가 있다. 법률가는 합법을 강조하지만, 국민적 상식은 뇌물로 본다. 합법과 상식이 충돌하면 어떻게 되는가. 상식이 이긴다. 법률은 소수 전문가의 의견이지만 상식은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상식을 법률로 찍어 누르면 민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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