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무반주 노래의 반전..'대통령 위로'가 세계를 울렸다
2015년 6월1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한 교회 내부는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다.
백악관에서 날아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하다말고 몇 초간 말을 멈췄다. 다시 연단에서 들린 건 노랫소리. 흑인들의 영가, 찬송가이면서 '소울 뮤직' 격인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였다.
노래 자체는 이상할 게 없었다. 예배는 물론, 각종 행사에서 많이 불려 미국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곡이다. 그런데 엄숙한 추모사를 하러 올라온 대통령이 무반주로 그 노래를 시작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참석자들은 이내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알았다. 교회는 노랫소리로 가득찼다. 추모객들은 울고, 웃으며 함께 불렀다. 이 장면은 세계를 달궜다. 오바마 대통령의 탁월한 연설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공감능력, 애드리브 실력까지 뛰어났다. 그런 줄만 알았는데…
반전이 숨어 있었다. 즉흥이 아니라, 다 계획된 연출이었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날 전용헬기(마린원)를 타고 백악관을 출발했다. 헬기 안에서 영부인 미셸, 그리고 친구처럼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재럿과 마주앉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고 처음 공개했다. 나중에 재럿의 기억에 따르면, 미셸의 반응은 "Why on earth would that fit in?"이었다. "대체 왜 그래야 하죠?"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장례식장에 노래라니. 한 마디로 황당하다는 거다. 미셸은 그때까지 남편의 연설문을 읽지않은 상태였다.
재럿의 반응은 더 회의적이었다. "흐음"(Hmmm...) 하고 즉답하지 않았다. '최측근' 두 명 모두 부정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서는 듯했다.
"하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고…그렇지만 할 수도 있으니 두 사람에게 미리 말해놓는 거라고요."
재럿의 "흐음"에도 이유가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한 행사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당시 재럿 등 참모들은 이를 말렸다. 대통령은 이번에도 노래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총격 사고로 숨진 목사를 위한 장례식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덧붙였다. "만약, 만약에 내가 노래를 한다면…다들 함께 부를 것 같단 말이죠."
추모객들은 대통령이 연단에 서는 순간부터 대통령과 한 마음이 된 듯 보였다. 그들의 반응과 몸짓에서 재럿은 "그래요, 뭐든지 얼마든지 얘기하세요. 우린 듣고 있어요."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계획을 실행했다. 실은 그 연설이 희생자를 애도하고 추모하면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단어로 나아가게 돼 있었다. 그 대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어메이징 그레이스"란 말을 곱씹은 다음 노래를 부른 것이다. 위로의 노래, 누구나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공감의 목소리였다.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재럿이 물었다.
"아까 잠시 뜸들인 건, 노래를 할까 말까 고민하신 거에요?"
오바마의 대답은 뭐였을까.
"아니, 아니요. 노래는 어차피 할 거였어요. 어떤 음으로 시작해야되나 생각했다니까요."
오바마의 위트에 재럿은 웃었을테고, 재럿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 또다른 청중들도 폭소를 터뜨렸다. 재럿은 그해 7월, 아스펜연구소(Aspen Institute)가 주최한 행사에서 이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정치권이 어지럽다. 청와대에도 아쉬움이 있다. 지원, 재촉, 독려는 보이는데 '위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국민들은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를 2년간 온몸으로 부딪쳐 이겨내고 있다. 뼛속까지 지쳐버렸다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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