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무반주 노래의 반전..'대통령 위로'가 세계를 울렸다

김성휘 기자 입력 2021. 10.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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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위로]
(애틀랜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대선을 하루 앞두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집회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2015년 6월1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한 교회 내부는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다.

백악관에서 날아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하다말고 몇 초간 말을 멈췄다. 다시 연단에서 들린 건 노랫소리. 흑인들의 영가, 찬송가이면서 '소울 뮤직' 격인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였다.

노래 자체는 이상할 게 없었다. 예배는 물론, 각종 행사에서 많이 불려 미국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곡이다. 그런데 엄숙한 추모사를 하러 올라온 대통령이 무반주로 그 노래를 시작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참석자들은 이내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알았다. 교회는 노랫소리로 가득찼다. 추모객들은 울고, 웃으며 함께 불렀다. 이 장면은 세계를 달궜다. 오바마 대통령의 탁월한 연설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공감능력, 애드리브 실력까지 뛰어났다. 그런 줄만 알았는데…

반전이 숨어 있었다. 즉흥이 아니라, 다 계획된 연출이었다는 사실이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오바마 전 대통령/사진=동영상 캡처, 미국 의회방송 C-SPAN

부인·참모도 "대체 왜?"
밸러리 재럿(Valerie Jarrett)은 오바마 부부 모두와 막역한,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선임고문이었다. 백악관 집무실을 넘어 한밤 대통령의 사적 공간까지 들어갈 수 있는 극소수 참모중 하나다. (재럿은 젊은시절 미셸 오바마와 만나 친구가 됐고, 이게 오바마 부부와 인연이 됐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날 전용헬기(마린원)를 타고 백악관을 출발했다. 헬기 안에서 영부인 미셸, 그리고 친구처럼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재럿과 마주앉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고 처음 공개했다. 나중에 재럿의 기억에 따르면, 미셸의 반응은 "Why on earth would that fit in?"이었다. "대체 왜 그래야 하죠?"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장례식장에 노래라니. 한 마디로 황당하다는 거다. 미셸은 그때까지 남편의 연설문을 읽지않은 상태였다.

재럿의 반응은 더 회의적이었다. "흐음"(Hmmm...) 하고 즉답하지 않았다. '최측근' 두 명 모두 부정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서는 듯했다.

"하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고…그렇지만 할 수도 있으니 두 사람에게 미리 말해놓는 거라고요."

재럿의 "흐음"에도 이유가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한 행사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당시 재럿 등 참모들은 이를 말렸다. 대통령은 이번에도 노래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총격 사고로 숨진 목사를 위한 장례식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덧붙였다. "만약, 만약에 내가 노래를 한다면…다들 함께 부를 것 같단 말이죠."

밸러리 재럿은 2021년 현재 오바마재단 회장을 맡고있다./사진=위키피디아·오바마재단

청중과 교감하며 마음 울린 노래
교회에 들어선 다음, 오바마 대통령 연설 순서가 되자 걱정은 사라졌다. 재럿은 직감했다. "아, 되는구나."

추모객들은 대통령이 연단에 서는 순간부터 대통령과 한 마음이 된 듯 보였다. 그들의 반응과 몸짓에서 재럿은 "그래요, 뭐든지 얼마든지 얘기하세요. 우린 듣고 있어요."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계획을 실행했다. 실은 그 연설이 희생자를 애도하고 추모하면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단어로 나아가게 돼 있었다. 그 대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어메이징 그레이스"란 말을 곱씹은 다음 노래를 부른 것이다. 위로의 노래, 누구나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공감의 목소리였다.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재럿이 물었다.

"아까 잠시 뜸들인 건, 노래를 할까 말까 고민하신 거에요?"

오바마의 대답은 뭐였을까.

"아니, 아니요. 노래는 어차피 할 거였어요. 어떤 음으로 시작해야되나 생각했다니까요."

오바마의 위트에 재럿은 웃었을테고, 재럿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 또다른 청중들도 폭소를 터뜨렸다. 재럿은 그해 7월, 아스펜연구소(Aspen Institute)가 주최한 행사에서 이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경북 포항 영일만 해상 마라도함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해병대 1기 이봉식 옹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1.10.01./사진=[포항=뉴시스] 김진아 기자

대통령, 최고'힐링'책임자
대통령에겐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지난 1일 국군의날 행사때 자주 등장한 "군 최고 통수권자"같은 거다. 국민 입장에선 그것 말고도 최고위로책임자, 'Chief of Healing Officer'를 기대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다.

정치권이 어지럽다. 청와대에도 아쉬움이 있다. 지원, 재촉, 독려는 보이는데 '위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국민들은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를 2년간 온몸으로 부딪쳐 이겨내고 있다. 뼛속까지 지쳐버렸다는 이들이 많다.

지금은 그런 이들에게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표현이 절실하다. 누군가는 나와 눈을 맞추고 내 말을 들어줄 것같은 안도감. 국내에 어떤 현직 정치인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 하는, 강점이 있는 분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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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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