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키맨' 유동규 구속.. 檢 '윗선 규명' 촉각

김청윤 2021. 10. 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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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증거인멸·도주 우려" 영장 발부
檢, 설계 때 화천대유 가담 여부 조사
김만배, 박영수 인척에 100억 건네
인척, 위례 이어 대장동서 분양 업무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의 핵심인물인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장 직무대리)이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주목된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넘어 ‘윗선’을 염두에 두고 실체를 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법 이동희 당직 판사는 3일 유씨를 대상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유씨가 시행사인 ‘성남의뜰’ 주주협약서에서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빼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 민간업자에 거액이 돌아가도록 설계해 성남시가 손해를 입었다고 보고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이 협약에 따라 성남의뜰은 배당 1순위임에도 1830억원대를, 화천대유 등 민간업자는 4040억원대를 배당받았다.

검찰은 유씨가 이런 설계를 해준 대가로 11억원대를 수수한 것으로 판단, 특경가법상 뇌물 혐의도 적용했다. 유씨 변호를 맡은 김국일 변호사는 영장심사를 마친 뒤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 “사업 자금과 이혼에 따른 위자료가 필요해 정민용 변호사에게 빌린 것이지 뇌물을 받아 축적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700억원 약정 의혹에 대해서도 “농담처럼 대화한 것이 범죄사실에까지 포함돼 소명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정 변호사를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씨 밑에서 대장동 사업 초기 공모 때부터 관여,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인물이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대학교 과후배인 정 변호사는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공사 평가위원으로 참가해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인 머니투데이 기자 출신 김만배(57)씨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 사업자 이모(50)씨에게 100억원을 건넨 사실도 포착했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1∼2월 이씨가 대표인 코스닥 상장사에 사외이사로도 재직했다. 이씨의 회사는 대장동 사업에서 분양업무를 맡은 것은 물론, 천화동인 4, 5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관여한 위례신도시 사업에서도 분양업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 측은 “이씨는 촌수를 계산하기도 어려운 먼 친척”이라며 “그들 거래에 대해 관여한 사실이 없고 전혀 모른다. 특검을 맡은 이후로는 김만배씨와도 관계를 단절해 전혀 연락하지 않았다”고 연루설을 부인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변호를 맡은 김국일 변호사가 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참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수익 설계’ 유동규 단독 결정 어려워… 진술 정도 따라 정세 요동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장 직무대리)에게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 혐의를 적용한 것을 놓고 검찰 수사가 유 전 본부장의 ‘윗선’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누군가의 지시 혹은 묵인 없이는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에 막대한 이득을 보장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는 그만큼 손실을 입히도록 설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에서다. 성남시가 100% 출자한 성남도시개발의 손실은 곧 성남시의 손실로 귀결된다.

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행사 ‘성남의뜰’ 주주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은 행위를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주협약서 탓에 ‘50%+1주’로 1순위 우선주를 가진 성남도시개발은 1830억원의 배당금만 받는 데 그쳤고, 7%에 불과한 지분을 가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404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배당금을 챙겼다. 화천대유 등이 가져간 배당금은 곧 성남도시개발의 손해라는 구조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의 핵심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 측은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이 수익성 부족으로 한 차례 좌초된 전례를 바탕으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협약에 넣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화천대유 등도 사업 좌초 위험에 따른 각종 재무적·법적 부담을 안고 있었고, 성남도시개발 입장에서는 사업 순항을 위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 민간사업자를 유치했다는 논리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수익 설계 과정에 배임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 두 가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유 전 본부장이 단순히 성남도시개발의 공적 업무로서 대장동 사업에 수동적으로 관여한 것이 아니라 사업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나아가 자금 대여와 지불 및 변제란 복잡한 과정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성격상, 유 전 본부장은 돈의 출발점과 귀착점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를 감안하면 유 전 본부장이 어느 정도로 작심하고 진술할지에 따라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의 수위와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배임은 범죄 특성상 수사기관의 재량 여지가 넓다는 점도 유 전 본부장의 심리를 압박하는 데 주효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하나는 타인의 사무를 업무상 임무에 위배되게 처리하는 배임행위에 있어 윗선이 인지했는지의 여부다. 만약 유 전 본부장의 행태를 윗선이 알고 있었다면 공범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의미를 몰랐다면 무능하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라는 게 야권과 여권 일각의 주장이다.

이 경우에는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독단적 결정과 은폐, 허위보고 여부를 밝혀내고 이를 어떻게 부각할지에 따라 파장도 달라질 전망이다. 유 전 본부장이 배임적 결정을 내리고 이를 윗선에 은폐했거나 허위로 보고했다면, 윗선에서도 정치적으로 항변할 여지가 생긴다.

유 전 본부장의 뇌물 혐의에 대해선 배임죄에 비해 의미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유 전 본부장의 개인적 일탈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에 유리하게 수익구조를 설계해 주는 대가로 11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검찰 판단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성남시 윗선 등은 유 전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벌인 일탈이라고 꼬리를 자를 수 있다.

김청윤, 박현준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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