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부럽다" 오징어게임도 해적판으로 본 中의 자괴감

신경진 2021. 10. 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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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매체 "中 젊은층 냉대받는 中작품에 불만"
'오징어게임' 검색 웨이보 17억, 더우인 25억
"문화대국 중국, 왜 한·일과 비교조차 못하나"
최근 연예계 정화운동 겹쳐 검열 찬바람 강화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 3200억원대 흥행 돌풍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인터넷 캡처

“솔직히 말해 아무런 금기 없는 창작 환경이 부럽다. 중국이 주선율(애국주의 작품)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에 수출할 수 없다. 수출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떠한 금기 소재도 어두운 이야기도 모두 찍었으면 좋겠다.”

지난 1일 중국의 패션 인플루언서(ID: Tangyimem)가 한국 제작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고 쓴 글이다.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한국 드라마의 거침없는 소재 개발에 부러움을 표시했다. 그러자 적지 않은 패션 피플이 댓글로 공감을 표시했다.
“중국처럼 큰 시장이 만일 국제 문화와 진정으로 융합·교류한다면 많은 우수한 작품들이 나올텐데 정말 유감.”(ID: Kawaii)
“내 평생 연모만 하다 끝날 듯”(ID: 少女A某)
“윗사람에게 문화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ID: 只想和你在永無島上曬太陽) 등등 열악한 중국의 창작 환경을 자조했다.

날카로운 분석도 보였다. “제약이 너무 많다. 게다가 중국 시장이 너무 크다. 해외 시장 없이 투자해도 돈을 충분히 번다. 게다가 해외에 플랫폼도 없다. 텐센트 wetv가 동남아에 영향력이 약간 있지만, 넷플릭스는 전 세계를 이미 장악했다.”(ID: MMMMMasquerade)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인 웨이보에 올라온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 관람평. 중국산 영화·드라마의 외국 수출 부진에 대한 자괴감을 표시하는 글이 많아지고 있다. [웨이보 캡처]


홍콩매체 “中 젊은층 해외 냉대 중국 작품에 불만”


이처럼 중국에서 ‘오징어 게임’ 인기가 치솟으면서 애국주의 주선율 영화 일색인 문화 현실에 자괴감을 토로하는 중국 네티즌이 늘고 있다. 홍콩 독립언론 ‘홍콩01’은 4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해적판으로 접한 중국 젊은이 사이에서 수출이 전혀 되지 않는 중국산 영화·드라마 현실에 비판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검색어 해시태그 #오징어게임# 검색 추이. 4일 현재 검색 클릭 수 17억건을 넘어섰다. [웨이보 캡처]


‘오징어게임’ 검색량 웨이보 17억, 더우인 25억 육박


중국에서 넷플릭스는 만리방화벽에 막혀 접근 불가다. 그래도 웨이보의 인기 검색 순위에 오징어 게임은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4일 현재 해시태그 #오징어게임#은 17억2000만 클릭, #오징어게임왜인기인가#는 2억6000만 클릭, #오징어게임복선#은 1억4000만, #오징어게임달고나뽑기얼마나어렵나#는 2억6000만 클릭을 기록 중이다.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抖音)에서 해시태그 #오징어 게임#은 무려 클릭 수 24억7000만 건을 넘어섰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은 만리방화벽부터 불만을 터뜨렸다. “우리를 얼마나 (보지 못하도록) 괴롭히려는 건가” “(정식 수입이 안 됐는데) 어떻게 매일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나” “중국서 보는 영상이 모두 해적판이라니 우스워 죽겠다” 등등이다.


“문화대국 중국이 왜 한·일과 비교조차 못하나”


불만의 화살은 다시 한국 드라마의 인기와 상반되는 중국산 작품의 현실로 향했다. “해외수출 네 글자는 중국산 작품과 연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왜 문화 대국 중국은 한국·일본의 문화 수출과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됐나.” “한국 드라마는 내용 소재에 제한이 없다. 일찌감치 다원화됐다. 심지어 대만의 아이돌 드라마조차 요즘은 달달한 내용만 찍지 않는다. 중국 영화·드라마 (제한을) 풀지 않는다면 모두 전멸할 것”이라는 제언이 쏟아졌다.

실제 중국의 검열 기관의 소재 제한은 엄격하다. 촬영이 금지된 내용만 추려도 다음과 같다. 우선 국가통일·주권·영토에 위해를 끼치는 내용, 국가 안보·영예·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내용, 민족 분열을 선동하거나 민족 단결을 파괴하는 내용, 국가 비밀을 누설하는 내용, 정상적이지 않은 성관계를 선양하거나 도덕적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내용, 음란하고 감각을 자극해 타락을 유도하는 내용, 봉건적 미신을 선양하거나 사회의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내용, 잔인한 살인과 폭력을 조장하고 법률의 존엄을 무시하고 사회의 치안 질서를 파괴하는 내용, 타인을 비방 모욕하는 내용, 국가가 금지를 규정한 기타 내용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 연예계 정화운동 겹쳐 검열 찬바람 강화


최근에는 ‘칭랑(淸朗)’이라고 이름 붙인 연예계 정화 운동까지 대대적으로 전개하면서 일본산 아동극 ‘울트라맨’도 모든 영상 플랫폼에서 사라졌다. 중국 현지 인터넷매체 제몐(界面)신문조차 중국의 과도한 검열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영상 전문가는 “영상 등급제도는 업계의 자율적인 기준이거나 소비자에게 참고로 제공할 뿐”이라며 “이론상 모든 등급의 작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등급은 미성년 보호자의 결정에 영향을 끼칠 뿐, 소비자 본인이 시장 행위를 통해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국주의 ‘장진호’ 3200억원대 흥행 돌풍


‘오징어게임’을 두고 문화적 자괴감을 토로하면서도 정작 중국 극장가는 한국전쟁을 다룬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가 흥행 석권 중이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중국판 블록버스터 ‘장진호’는 4일 오후 2시(현지시간) 현재 영화 예매 플랫폼 마오옌(猫眼) 기준 17억4800만 위안(322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당과 국가의 지원도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 산둥(山東)성즈보(淄博)시는 당정 주요 간부 전원이 지난달 30일 즈보대극장에서 장진호를 관람했으며, 허베이(河北)성과광둥(廣東)성 등에서도 당원 간부의 단체 관람을 지시했다고 홍콩 명보가 4일 보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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