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시다 일본 새 총리, '100대 총리'다운 '발상 전환' 바란다

한겨레 2021. 10. 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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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가 일본의 새 총리로 4일 선출됐다.

2012년 말 자민당이 재집권한 뒤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의 뒤를 잇는 일본의 100번째 총리다.

기시다 총리는 '위안부 합의' 당시 외무상이었고, 일본의 식민 지배 배상 문제에 대해 '한국이 국가 간 합의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말 총선거가 끝나고 나면 '아베 전 총리의 그림자'가 아니라 일본의 100대 총리로서 새 역사를 써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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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가 일본의 새 총리로 4일 선출됐다. 2012년 말 자민당이 재집권한 뒤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의 뒤를 잇는 일본의 100번째 총리다. 100이란 숫자의 상징성이 큰 만큼 의욕도 클 것이라 본다. 새 총리의 취임이 꽁꽁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도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베 총리와 스가 총리 시절 한-일 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일본 정부와 맺은 ‘위안부 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파기하고,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자 일본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했다. 과거사 해법을 둘러싼 갈등에 일본이 경제 보복을 한 것은 사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 한국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선언했다가, 통보의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양국 정부 간에 날카로운 말이 오갔고, 양국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도 현저히 떨어졌다.

기시다 총리와 그가 이끄는 내각이 당장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위안부 합의’ 당시 외무상이었고, 일본의 식민 지배 배상 문제에 대해 ‘한국이 국가 간 합의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기시다 총리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기시 노부오 방위상을 유임시킨 것도 외교·안보 정책은 연속성을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이런 냉각 상태를 이어가는 것이 양국 모두에 해롭다는 것을 기시다 총리가 모를 리 없다고 본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말 총선거가 끝나고 나면 ‘아베 전 총리의 그림자’가 아니라 일본의 100대 총리로서 새 역사를 써가야 한다.

양국은 일제의 식민 지배라는 악연을 갖고 있지만,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도 협력할 것을 협력하며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동아시아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지금도 양국은 서로를 매우 필요로 한다. 양국 간 냉각 상태가 풀리지 않는 것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흔드는 어떤 것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경직된 태도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가 전제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강창일 주일대사의 면담 요청을 끝까지 거부한 채 총리직을 마친 스가 전 총리와는 다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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