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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파워 타고난 한국.. 엄청난 성공스토리 썼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입력 2021. 10. 07. 03:02 수정 2021. 10. 0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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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파워' 개념 만든 조셉 나이 교수, 그가 본 한류와 미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의 ‘소프트파워(soft power·연성권력)’가 미국 워싱턴DC의 정책 담론 세미나에 등장했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5일(현지 시각) ‘안보를 넘어: 한국의 소프트파워와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한·미 동맹의 미래’라는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 콘퍼런스에는 1990년 처음 소프트파워 개념을 제시했던 석학 조셉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나이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세계의 가장 위대한 성공 스토리 중 하나”라며 “한국은 막대한 소프트파워를 가졌다. 올바른 투자와 노력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파워는 강압이나 거래가 아니라 매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이라며 “1989년 베를린 장벽은 포화를 맞아 무너진 것이 아니라, 철의 장막을 건넌 서구 문화와 방송 노출로 변화된 사람들이 휘두른 망치와 불도저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소프트파워에는 국가의 ‘문화’, ‘국내적 가치’와 ‘대외적 정책’이란 세 가지 자원이 있다. 한국은 (K팝과 대중문화 등) 문화 측면의 소프트파워를 잘 타고 났다”고 했다. 그는 “국내적 가치와 그 적용이란 면에서도 한국은 상당한 성공 스토리”라며 “우선 (한국에는) 위대한 경제적 성공이 있었고, 그것이 좀 변덕스럽지만 활기차고 성공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위대한 정치적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파워의 세 번째 자원은 한 국가의 대외 정책”이라며 “특히 다른 국가를 도와주거나 다른 국가의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통해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한국이 더 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또 “한국이 대외 정책을 통해 ‘성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데 탁월해질 수 있다”고 했다. 나이 교수는 한국과 중국의 소프트파워도 비교했다. 그는 “중국은 매년 100억달러를 쓰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퓨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프트파워는 수퍼파워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 문화산업이 가장 역동적인 소프트파워” -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 설치된 국제 자선 콘서트‘글로벌 시티즌 라이브’개막 무대에 올라 카메라를 향해 섰다. 이들 뒤로 숭례문 현판과 지붕과 기와 등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 콘서트는 24시간 동안 유튜브에서 생중계됐으며 엘턴 존, 콜드 플레이, 빌리 아일리시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참여했다. 아래 사진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돼 전 세계에서 1위에 오른 한국 드라마‘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빅히트뮤직·넷플릭스

존 햄리 CSIS 소장도 콘퍼런스를 시작하는 연설에서 “소프트파워는 사회의 힘과 자신감, 건전하고 건설적인 구조에서 자라난다”며 “그래서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이 가장 역동적 소프트파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나이 교수는 기조 연설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2시간여 이어진 토론에 참석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서구 영화뿐만 아니라 몇몇 영화배우도 좋아했지만 정책에 바로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김정은이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의 매력에 바로 영향을 받을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러자 빅터 차 CSIS 수석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소프트파워가 (국가)지도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말은 맞지만 사회에는 영향을 준다”며 “북한 사람들이 한국 음악, 한국 영화 같은 것에 열중하는 것은 보통의 북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파워의 외교적 영향에 대해 나이 교수는 “트럼프(전 미 대통령)가 ‘미국이 한국에 (미군을) 계속 주둔할 것인가’란 의문을 남겼는데 여기서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미국민들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민들이 한국을 가깝게 연결된 나라로 느끼고 한국 대중 문화의 영향력이 유지될수록 (주한미군 철수 같은) 트럼프의 행동이 거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K팝 해외 유통 전문가 버니 조 DFSB 콜렉티브 대표는 “대중문화는 자동차에 이어 한국이 둘째로 많이 수출하는 소비재”라며 “K팝뿐만 아니라 K팝의 비즈니스 모델도 수출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대나 기아차를 독일에서 설계하고 미국의 공장에서 제조한 뒤 남미에 판매하듯 K팝도 진정 ‘글로벌’해져서 (다양한 국가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다국적, 다언어, 다문화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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