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그 이름이 왜 거기서 나와

정희상 기자 2021. 10. 7.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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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인 곽상도 의원은 정치 입문 과정을 전후해 다른 부동산 관련 의혹에도 휘말린 적이 있다. 〈시사IN〉은 2014년 그의 공인 자격을 검증하면서 부조리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논란으로 의원직 사퇴를 요구받고 있는 곽상도 의원. ⓒ연합뉴스

곽상도 의원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가 점입가경이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은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전개 과정에서 아들의 화천대유 취업 사실이 드러나자 처음에는 “월급 250만원짜리 직원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아들 곽 아무개씨(32)가 퇴직금 50억원을 수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재빠르게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퇴직금 50억원은 아들이 정당하게 열심히 일한 대가로 받은 돈이며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본인이 화천대유 핵심 관계자들 각각으로부터 정치후원금의 연간 최대한도인 500만원씩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치자금법(한 사람이 1년간 국회의원 1인에게 최대 500만원 후원)을 비켜나가기 위한 ‘쪼개기 후원’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곽 의원이 화천대유 관계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시기는 아들의 화천대유 입사 무렵인 2015년 6월 이후 지속되었다. 그는 제20대 국회가 개원한 2016년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에게서 후원금 500만원을 받았다. 이성문씨는 2019년에도 500만원을 추가로 후원했다. 2017년에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현 NSJ홀딩스)와 5호를 각각 소유하고 있는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가 곽 의원에게 역시 개인 후원금의 최고 한도인 500만원씩을 건넸다. 남욱 변호사의 아내도 따로 500만원을 후원했다.

그러나 곽상도 의원은 자신이 화천대유와 무관하다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는다. 결국 당에 대한 여론 악화에 민감한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들고일어섰다. 강민국·박대수·박성민·백종헌·엄태영·정동만·최승재 등 초선의원 7명은 9월2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곽상도 의원직 사퇴’를 공개 촉구했다. “곽상도 의원의 32세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받았다는 50억원 퇴직금은 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께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께서는 오늘 하루도 몇만 원 벌기 위해 목숨 걸고 노력하는데, 단지 ‘열심히 일해 번 돈’일 뿐이라는 식의 변명은 더 큰 국민적 공분을 살 뿐이다.” 이들은 이어 “이번 일로 곽 의원은 이미 공직자로서, 국회의원으로서 그 자격을 상실했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국회의원직에 연연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상도 의원은 오랜 검찰 생활 이후 박근혜 정부 초대 민정수석과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정치인이다. 검찰 출신 중 검사장(지검장급 이상)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 수석으로 입성한 유일한 사례다. 그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초선으로 국회에 들어가 재선을 거치기까지 가장 즐겨 활용한 대정부 공격 소재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였다. 곽 의원은 문씨를 둘러싼 특혜 의혹을 폭로하는 저격수를 자처하며 자신을 누구보다 청렴하고 도덕성을 지닌 사람인 것으로 포장해왔다. 그가 2019년 초 낸 자전적 저서 〈7할의 행동과 3할의 숙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나는 돈 문제에 지나칠 정도로 강박관념이 있다. 국회의원이 돼서는 후원금을 받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혹시 무슨 단서가 붙는 것은 아닌가 싶어 늘 조심이 따랐다.”

2014년 <시사IN>은 신천지농장 소유 임야의 등기부등본에서 곽상도 의원의 이름을 발견했다. 사진은 경기도 시흥시 당시 신천지농장 부지.ⓒ시사IN 신선영

이런 곽 의원이 비리 의혹 때문에 같은 당의 초선의원들로부터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압박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검찰 출신인 곽상도 의원은 정치 입문 과정을 전후해서 다른 부동산 관련 의혹에도 휘말린 적이 있다.

신천지농장 소유 임야에 이름이?

〈시사IN〉은 곽 의원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인 2014년부터 이번 국민의힘 초선의원들과 똑같은 잣대로 그의 공인 자격을 검증하면서 부조리 관련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2014년 3월20일 경찰은 ‘단군 이래 사상 최대 1조8000억원대 대출 사기 조직 적발’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KT 자회사인 KT ENS 협력업체들이 낀 대출 사기 조직 16명을 적발해 그중 8명을 구속했다는 내용이었다. 핵심 주범은 ㈔한국스마트산업협회장이자 휴대전화 액세서리 부품 유통업자인 ㈜중앙티앤씨(TNC) 서정기 대표였다.

서씨는 2008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5년여 동안 KT ENS 시스템영업개발부 부장 김 아무개씨와 공모해 허위 매출채권 양도승낙서, 사용인감계 등을 위조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하나은행·농협·국민은행·우리은행 등 금융기관 16곳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총 463회에 걸쳐 1조8000억원 상당의 사기 대출을 받아 챙겼다. 주범 서정기씨는 사기 대출한 돈으로 경기도 시흥 소재 농장 35만 평을 사들이고 ㈜신천지농장이라고 이름 붙였다. 2009년 인천지검 안산지청이 농장 구입자금 출처를 수상히 여겨 서씨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으나 중단하고 말았다. 당시 서씨를 대리한 변호사가 바로 곽상도 현 의원이었다.

〈시사IN〉(제351호)은 2014년 5월 “‘사상 최대’ 대출 사기에, ‘그 이름’ 왜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사건을 다룬 바 있다. 여기서 ‘그 이름’은 ‘곽상도’다. 〈시사IN〉이 신천지농장 소유 임야의 등기부등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는 이 농장의 수십 필지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해두고 있었다. 사기범이 사기 친 돈으로 매입한 부지에 검찰 출신 변호사의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다는 것은 범상치 않은 사실이었다. 더욱이 그는 2013년 초 박근혜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입성하자 신천지농장에 대한 근저당 설정을 해제했다.

끝내 알 수 없었던 3100억원의 행방

해당 보도에서 〈시사IN〉은 곽상도씨(보도 당시는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뒤였다)가 사기범 서씨에 대한 안산지청의 수사에 영향력을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의 곽상도씨는 〈시사IN〉에 “의뢰인들로부터 (신천지농장 구입자금이) 제3자로부터 차용한 돈이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안산지청에 해명해준 바 있다”라고 밝혔다.

사기범들에 대한 안산지청의 내사는 경찰의 사건 전모 발표(2014년 3월)보다 무려 5년이나 앞서 진행되었다. 사기단을 조사한 금감원은 검찰 안산지청의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뒤이은 1조8000억원대의 사상 최대 금융사기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으리라고 보았다.

이 사기로 금융권이 큰 피해를 입었다. 최대 피해자는 하나은행(1조1000억원)이었다. 사기단이 농락한 하나은행의 대출 심사 시스템에서 최종 책임은 당시 김승유 회장과 김종준 은행장에게 있었다. 두 사람은 대출 사기 사건과 관련해 금융감독 당국의 징계를 받았다.

김승유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권력 실세들과 유착해 은행 부실을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엄청난 수의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부도를 낸 미래저축은행 사태 당시 김승유 회장이 영업정지 직전의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하도록 하나캐피탈(하나그룹 자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당시 하나캐피탈의 대표가 바로 김종준씨였다. 김승유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통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소개받은 뒤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하나캐피탈은 미래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60억원대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 전 회장은 2012년 영업정지 직전 고객 돈 수백억 원을 빼내 중국으로 밀항하다가 중간에 체포됐다.

2013년 3월,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오른쪽)이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때 김찬경의 변론을 맡았던 이가 곽상도 변호사다. 곽 변호사는 수배자 김찬경 회장으로부터 수임료 5억원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KT ENS 사기 대출’ 사건의 주범 서정기씨가 대출한 1조8000억원 가운데 3100억원은 끝내 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금융권과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당시 대출 사기 사건 수사를 맡은 검경은 이에 대해 손도 대지 않았다.

2014년 5월 보도에서 〈시사IN〉은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하면서 곽상도 당시 변호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민형사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이후 3년여의 공방을 거치며 2심까지 올라간 소송전에서 〈시사IN〉이 모두 승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곽상도 의원은 당시 서정기씨 등을 대리하면서 수임료 96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세무신고는 하지 않았다. 당시 사건 내막을 잘 아는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사기 대출 주범 서정기씨가 230억원에 산 신천지농장을 쪼개 500억원에 팔았으니 300억원 가까운 차익을 남겼다”라며 곽상도 의원 계좌의 자금 흐름도 포착해서 검찰에 이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곽상도 의원이 권력 실세 축에 들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정치권과 수사기관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떨어진다. 곽상도 의원은 물론 이번 대장동 개발 의혹과 얽힌 정치인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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