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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칼럼] '레포데'에서 '백포블러드'까지! 팀 액션게임의 고찰

이원희 입력 2021. 10. 0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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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이자 게임작가인 동시에 열혈 게이머인 필자 '소금불'의 개발자 칼럼 코너입니다. '소금불' 필자가 현업 경험을 살려 다양한 시각으로 게임과 관련된 주제를 풀어 독자 여러분께 알기 쉽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주 >

[글='소금불' 김진수] 2008년에 등장한 '레프트4 데드(이하 레포데)'의 글로벌 히트는 또 하나의 액션게임 장르를 확립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랜선 친구들과 함께 목적지까지 살아남기, 그들의 피와 살을 노리는 좀비떼,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플레이어의 숨통을 노리는 돌연변이(엘리트)까지. 이러한 특징들은 장르의 문법이 돼 이후 여러 온라인 액션게임에 영향을 끼쳤다.
람보형 액션 히어로 대신 등장한 친근한 이웃집 캐릭터는 이용자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좋은 역할을 했다('레프트4데드2', 밸브).
◆'레포데'류 팀 액션게임

특히 플레이어 한 명은 거뜬히 무력화시키는 엘리트 몬스터는 이 장르의 꽃이다. 벼를 베듯 느릿한 좀비들을 처리하는 일만 반복하면, 자칫 단조로운 게임플레이가 돼 버리기 쉽다. 여기에 비범한 능력의 엘리트 몬스터 한 둘을 섞어주면 플레이 텐션이 올라가고 유저 간에 협동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 마치 심심한 맛의 산나물, 밥 위에 고추장 한 숟가락을 똑 얹는 느낌이랄까. '레포데'류(流) 팀 액션게임의 핵심 재미는 적들을 쓸어버리는 무쌍[1]과 고도의 엘리트 전술이 잘 어우러진, 비빔밥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레포데'의 스모커(왼쪽)와 다음에 소개할 게임 '버민타이드'의 팩마스터. 둘 다 플레이어 하나를 보쌈하는 엘리트 몬스터다(밸브(좌), 팻샤크(우)).
◆청출어람! '버민타이드'

이후 '레포데'의 게임 요소를 차용한 많은 팀 액션게임이 등장했다. 좀비떼(swarm) 연출의 극치를 자랑한 '월드워Z'와 우주최악의 피조물, 에이리언을 진압하는 '파이어팀 엘리트'까지, 테마(적)와 장르의 문법을 변주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중에 개발사 팻샤크(fatshark)가 대놓고 오마쥬라 공언하고 만든 '버민타이드'는 선조격인 '레포데'에게 제일 이쁨 받는 후손이다.

에이리언 '파이어팀 엘리트(콜드아이언 스튜디오)'.
'월드워Z(세이버 인터랙티브)'.
발사체 무기보다 근접무기가 중시된 '버민타이드2(팻샤크)'.
'워해머' 세계관에서 악당을 맡고 있는 쥐 인간, 스케이븐이 등장하는 이 게임은 발매초기 '중세 레포데'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게임 구성을 빼 닮았다. 그러나 폭력의 미학을 살린 타격감과 깊이 있는 근접전투 시스템으로 참신한 재미를 선사하며, 단순한 아류작이라는 인상을 날려버렸다. 이어서 등장한 2편은 발매 첫 주 50만 장을 팔아 치우며, 또 하나의 팀 액션게임 장르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염원의 작품 '3탄'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바이러스의 공포를 마치 기념이라도 하듯, 이번 달에 '백4블러드'가 발매된다. '레포데'의 정신적 계승작이란 소식에 한껏 고무된 '레포데' 팬들은, 이미 이 작품에 '레포데 3탄'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개발사는 오픈베타 동접자 10만 명(스팀)이란 축포와 함께 화려하게 스타트를 끊으며, 또 한 번의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세이브 포인트에서 물자를 재정비하고 다시 전장에 나서는 장면도 흡사하다.
특히 새로 도입된 카드 시스템은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다. 무작위로 부여되는 버프 카드와 페널티(부패 카드)는 리플레이 가치를 높이는 요소이다. 한가지 재밌는 점은 '버민타이드'의 최근 업데이트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도(로그라이트[2])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 것은 아케이드 게임처럼 짧은 게임 수명을 보강하기 위한 비책으로, 장르를 대표하는 두 개발사의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게임 시작 전 버프 카드를 짜는 장면('백포블러드', 터틀락).
무작위로 주어진 무기를 구매하는 장면('버민타이드2' 카오스 웨이스트, 팻샤크).
◆밸트 스크롤 DNA

'백4블러드'의 Swarm 모드는 5분에서 15분 사이의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간식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게임 모드입니다

-터틀락 스튜디오 프로듀서 리앤 팝(Lianne Papp)- (폴리곤 인터뷰)

개발자의 '10분 간식' 얘기를 듣고, 점심시간에 몰래 학교 담장을 넘어 오락실 게임 한 판을 즐겼던 옛 추억이 떠올랐다. 담배연기와 뿅뿅 사운드 가득한 그 곳에서, '야구왕'이 방망이 하나로 몬스터 무리를 쓸어버리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케이드 게임장은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졌고, 이제는 가상인지 현실인지 모를 엄청난 게임들이 거실 TV 속에서 돌아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빈 병을 팔아 마련한 푼돈을 쥐고 허름한 반지하 게임장에 가서, 십여 분짜리 4인용 액션게임을 했던 그 때가 가끔 그립기도 하다.

우주 최강 2D 팀 액션게임 '닌자베이스볼 배트맨'. 한글 번안 제목은 '야구왕'이다(irem).
외길 진행, 떼 지어 몰려오는 적들, 친구와 전우애를 다지며 보스를 잡는 것까지. 그 옛날 벨트 스크롤 장르[3]는 요즘 온라인 액션게임과 닮은 점이 꽤 있다. 애틋한 추억이 깃든 고전 게임의 미덕을 전승하고 이렇게 팀 액션 장르가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인생을 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인 듯하다. 이제 글 마감이 끝났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온라인 벗들과 함께 '백4블러드' 한 판 하러 가야겠다.

[1] 무쌍: 일본개발사 코에이의 액션게임 '삼국무쌍'의 짧은 호칭. 적 100명은 기본으로 쓸어버리는 호쾌함이 특징
[2] 로그라이트(Roguelite): 1Level 초기화, 랜덤맵, 랜덤 아이템이 특징인 장르 '로그라이크(Roguelike)'의 순한 맛 버전
[3] 벨트 스크롤 장르: 가로로 강제 스크롤 되는 배경 위에서 즐기는 다인용 2D 액션게임. 대표작으로 '파이널 파이트', '던전앤드래곤', '천지를 먹다2', '닌자베이스볼 베트맨' 등이 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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