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근면 성실하다"..美에선 이 말이 칭찬 아닌 인종차별(?)
"한국인은 근면하고 성실하다." 이 말은 한국인을 칭찬하는 걸까, 비하하는 걸까. 미국에선 공화당 소속 한 의원이 한국계 판사 지명자에게 건넨 축하 발언을 놓고 인종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척 그래슬리 미국 상원의원은 루시 고(53· 한국명 고혜란) 연방고등법원 판사 내정자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 내정자의 상원 인준 청문회장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이날 고 내정자는 1946년 어머니가 북한에서 피난했으며, 가족들이 1970년대 미국 미시시피주로 넘어와 어려운 형편 속에서 지냈다고 자신의 성장 과정을 설명했다.
중국계로 미 의회 아시아태평양코커스(CAPAC) 의장을 맡고 있는 주디 추 하원의원은 편견에서 비롯된 발언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추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아무리 칭찬을 목적으로 했더라도 특정 민족을 하나의 성격으로 판단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 집단의 모든 구성원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일부 구성원의 행동에 대해 다른 구성원이 해명할 책임을 져야만 하는 학대를 초래할 수 있다"며 "다른 인종적 비방처럼 폭력을 선동하는 발언은 아니지만 해롭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시아계 권익단체인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존 양 사무총장 역시 "그래슬리 의원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발언은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해를 끼치고 분열을 초래한다"며 "근면성실함은 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문화와 인종이 다른 많은 미국인 사이에서 공유되는 직업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래슬리 의원 대변인은 "누구를 모욕하려 한 게 아니라 칭찬한 것이고, 한국계 미국인인 며느리에서 영감을 받아서 한 말"이라며 인종차별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그가 고 지명자를 미국인이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으로 규정하고 평가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모범적 소수자' 개념의 문제점도 짚었다. 모범적 소수자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아프리카계·라틴계 미국인, 아메리카 원주민 등 다른 집단보다 더 전문적인 성공을 누리고 있다는 인식을 의미한다. 언뜻 듣기엔 칭찬 같지만 비아시아계 차별을 정당화하는 한편 유색인종 간 분열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이 다이애나 팬 뉴욕 시립대 브루클린 컬리지 사회학 교수는 "모범적 소수자 개념은 미국 내 소수집단을 '좋은 소수자'와 '나쁜 소수자'로 분리해 인종을 계층화하고 분열시킨다"며 "유색 인종을 백인 문화와 분리하는 인종차별의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루시 고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판사를 제9연방고등법원 판사로 지명했다. 제9연방고법은 캘리포니아와 워싱턴·네바다·애리조나·오리건·알래스카·하와이 등 미국 서부 지역을 관할하는 대형 법원이다.
고 내정자는 워싱턴에서 태어났으며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후 1993년부터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법무부로 자리를 옮겨 연방검사로 근무했다. 2008년 당시 캘리포니아주지사였던 아놀드 슈워제네거 지명으로 샌타클래라 카운티법원 판사, 2010년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지명으로 한국계 첫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 판사에 임명됐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제9연방고법 판사로 지명됐지만 아쉽게 상원 인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 인준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첫 한국계 여성 연방 고법 판사가 된다. 고 내정자는 지난 2014년 삼성과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 1심을 주관했는데 당시 '삼성의 애플 특허 3건 침해, 애플의 삼성 특허 1건 침해'라는 배심원단 평결을 받아들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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