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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선명해진 카톡 글자, 이토록 작은 서비스 개선도 시각 장애인에겐 큰 선물이죠

이용익 입력 2021. 10. 08. 16:48 수정 2021. 10. 0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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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Interview] 더 나은 장애인서비스 만드는 김혜일·정현화 카카오 링키지랩 접근성팀
'나도 저시력자' 김혜일 팀장
중학교 때 이유없이 눈 나빠져
시각 잃은후 수술로 겨우 회복
접근성팀 10명 중 6명이 장애인
누구보다 IT서비스 장벽 잘 알아
'더 나은 세상 위해' 정현화 팀원
지도화면 확대+·축소-버튼도
말초신경 불편한 사람에 큰 도움
장애인 위한 '사소한' 기능 개선이
모바일 편의성 크게 앞당겨
카카오 링키지랩 접근성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혜일 팀장(왼쪽)과 정현화 팀원이 장애인도 쓸 수 있도록 수정해온 서비스들을 보여주고 있다. 김 팀장은 그 자신도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화면을 확대해서 봐야 하는 저시력 장애인이지만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환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국내 등록장애인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263만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1%에 달한다. 쉽게 말해 국민 스무 명 중에서 한 명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이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장애인이라도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시도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들도 정보기술(IT) 분야에서만큼은 불편함 없이 서비스를 누리고 각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기술의 존재 이유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모두를 연결하라(Linkage all us)'는 기치 아래 만들어진 카카오 자회사 '링키지랩'에 근무하는 김혜일 팀장과 정현화 팀원은 IT를 통해 장애인들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본인이 저시력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 팀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장애인이 편해지면 비장애인 역시 더욱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접근성팀이라는 조직명이 익숙하지 않은데 무슨 일을 하는가.

▷김혜일 팀장=우리 팀은 장애인 사용자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영어 단어인 'Accessibility'를 번역해 접근성이라 하는데 일종의 편의성과는 다르다. 어떤 건물이 지하철역에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면 그런 뜻이겠지만 장애인들에게 접근성은 편하냐, 안 편하냐가 아니라 쓸 수 있느냐, 없냐의 문제다.

나는 중학교 때 이유 없이 시력이 떨어지면서 한쪽 눈은 보이지 않고 나머지 눈도 안경을 쓴 최대 교정 시력이 0.06, 시야도 40% 정도 남은 시각장애인이 됐다. 농구를 좋아했는데 패스도 잡을 수 없었고 책도 못 읽게 됐다. 망막 상태가 안 좋아져 시각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까지 갔다가 2002년에 수술을 받고 월드컵을 볼 수 있게 됐던 기억이 난다.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 언젠가 눈이 더 나빠져도 IT 서비스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하게 됐다. IT가 만드는 새로운 세상이 내 감각기관을 대신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남의 일을 돌아다니면서 봐주다 보니 바쁜데 어떻게 장애인까지 신경 쓰냐는 말도 듣고, 기껏 고쳐놨는데 서비스가 업데이트되면 도루묵이 되는 일도 많더라. 그래서 한 회사에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일에 집중하게 됐다. 우리 팀원은 10명 정도지만 나를 포함해 총 4명의 시각장애인과 2명의 지체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개발자는 접근성 개념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으니 아쉬운 우리가 우물을 파는 셈이다.

▷정현화 팀원=웹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고 계속 IT 분야에서 일해왔다. 그러던 중 웹 접근성 가이드라인(WCAG)에 대해 알게 돼 김 팀장에게 교육을 받으며 재미를 느껴 접근성 컨설팅에 관심을 가졌고, 추후 합류하게 됐다. 우리 일을 설명하자면 서비스를 구체적인 단위로 쪼개고,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지 사용자 평가 업무를 한 뒤 문제가 되는 코드를 보며 개발자들에게 개선 방안을 전달하는 식이다. 그러니 개발자는 아니지만 개발자 업무를 알아야 한다. 또 장애인들이 쓰는 보조 프로그램과 웹, 하드웨어 등의 호환성도 고려해야 한다. 입으로 물고 누르는 마우스, 호흡으로 클릭하는 마우스 등도 있지만 가격이 1000만원대에 달할 정도니 잘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갤럭시의 토크백, 아이폰의 보이스오버 등 스마트폰에도 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넣고 있는 추세다.

―IT 서비스를 어떻게 바꿔야 장애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건지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하다.

고대비테마를 카카오톡에 적용하면 비장애인은 큰 차이를 못 느낄지라도 화면에 있는 색의 명도 차이를 극대화해 저시력 장애인이 글자와 배경색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사진 제공 = 카카오]
▷김 팀장=대표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시각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장애인이 카톡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계속 일하고 있다는 증명이다. 비장애인이 원하는 것과 장애인이 원하는 것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하느니 장애인을 위한 개선이 비장애인에게도 좋아진다고 본다. 고대비테마가 좋은 예다. 횟집 접시에 올려진 천사채와 생선회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인 저시력자들은 노란색과 흰색의 대비도 구별이 어려울 때가 있다. 명도 대비가 국가 표준은 3대1인데 우리는 7대1로 설정해서 더 잘 보이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일반 서비스와 장애인 서비스가 몇 달씩 차이가 나고 그랬는데, 지금은 서두른 덕에 장애인들도 QR체크인, 코로나19 잔여백신 신청 등을 늦지 않게 할 수 있게 됐다.

▷정 팀원=카카오톡이 안 쓰면 사회에서 소외되는 느낌까지 받는 서비스가 되다 보니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할 때마다 접근성 관련 품질 테스트를 항상 한다. 시각 외에도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지도 서비스에서 두 손가락을 이용해 줄였다 늘렸다 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 버튼이 존재하는 것이고, 고객센터의 챗봇 도입도 청각장애인에게는 혁신일 수 있다. 간단한 인증을 할 때도 전화로 알려주면 청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기에 15초 후에 화면에 표시된 숫자를 누르는 방식을 추가하는 등 변화를 줬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지 않나. 각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모로 가는 길이라 해도 너무 어렵지 않게 말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위해 불편함을 참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개선이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해진다는 뜻인가.

▷김 팀장=물론 우리 팀에서는 장애인을 중요하게 보지만 비장애인 수가 더 많으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돼야 맞는다. 사람과 로봇을 구분하는 보안문자 캡처 기능을 보면 사실 비장애인도 헷갈릴 때가 있지 않나. 장애인을 고려해 소리로 읽어주는 버튼을 추가했지만 비장애인 사용 비율도 작지 않다. 쇼핑몰이나 영화관 사이트에 움직이는 배너 광고를 멈추는 기능도, 은행 사이트에서 로그인 연장 버튼이 생긴 것도 마찬가지로 원래 장애인을 위한 편의 기능이었지만 비장애인도 편하게 쓰고 있다.

▷정 팀원=사실 표면적인 부분에서 많이 변경하는 것보다 뒤에서 수정하는 일이 많다 보니 비장애인들은 뭐가 달라졌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쓰기도 한다. 결국 서비스가 단순해지면 인식하기가 쉬워지고 모두에게 좋아지는 것이다. 라이터도 원래 성냥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해서 나온 것이라고 하지 않나.

―흔한 업무가 아니다 보니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일도 많을 것 같다.

▷김 팀장=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해외에선 접근성에 많이 투자하다 보니 일하면서 좋은 예시를 찾아보면 해외 사례인 경우가 많다. 해외 방식을 단순 적용하기보다는 왜 이렇게 했을까를 고민해보고 개선해 적용하려고 한다. 해외든 여기든 바쁜 각 부서에서 알아서 장애인을 다 고려하긴 쉽지 않고, 연계된 서비스가 많을수록 더욱 그렇다 보니 챙겨주는 존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페이스북은 업무 과정에서 접근성을 고려하도록 돼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고접근성관리자(CAO)를 따로 두기도 한다.

▷정 팀원=특정 콘텐츠에 따라 강점이 있는 회사들 사례를 보면서 반영하려고 한다. 쉴 때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이들이 제어 버튼, 재생 컨트롤러 활용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식이다.

―IT 서비스를 개선 중인데, 그 외에 일반 생활에서 개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김 팀장=장애인은 돈이 많이 든다. 버스를 탈 때도 번호가 잘 안 보이니 가까운 곳에서도 택시를 타게 되는 식이다. 집에서도 그렇다. 월패드나 보일러, 초인종 등 눈 감고 쓸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더라. 기술적으로 분명히 가능한 일인데 그런 것을 만드는 회사들이 인식을 못하고 있는 단계라서 안타깝다.

―반대로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을 위한 일을 하면서 스스로 바뀐 부분이 있을까.

▷정 팀원=단순한 얘기지만 인권을 왜 배려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싶은 사람이 됐고,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됐다. 또 장애를 가진 분들과 일을 하며 편견이 사라지더라. 청각장애지만 디자인을 깔끔하게 잘하는 사람도 있고, 지체장애지만 그 누구보다 능력 있는 개발자도 있다. 자신이 못하는 것도 있지만 그 외에 잘하는 것을 찾으면 된다. 장애인으로 보기 전에 그냥 사람으로 보면 가능성이 보인다.

―장기적으로 접근성팀이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김 팀장=모든 서비스 담당자들이 굳이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장애인을 고려할 수 있길 바란다. 정말 나쁘게 보면 접근성팀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접근성을 생각하지 않기에 따로 만들어서 맡긴 것이고, 아직 독특하기에 이런 인터뷰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장기적으로는 우리 팀이 힘을 잃을지라도 그런 회사, 사회가 되길 바란다. 어디 가서 내 일을 말하면 "좋은 일 하시네요" 혹은 "장애인이 일하는 것을 처음 봐요"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그만큼 장애인을 모르고 섞여보지 않다 보니 어떻게 대해줄지도 잘 모르는 거다. 나는 스스로 봉사활동, 자선사업이 아니라 그냥 서비스 품질을 올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들이 신체에는 장애가 있을지라도 사회적 장애는 겪지 않도록 만들고 싶다.

▷정 팀원=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딸이 일곱 살 때 레고를 가지고 노는데 팔이 없는 레고가 있기에 뭐냐고 물으니 그게 뭐 이상하냐는 듯이 장애인 친구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그냥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팀에 있는 전맹 장애인 직원은 혼자 살고 있지만 얼마 전에 에어프라이어를 사서 이리저리 후기를 찾아 작동법을 익힌 뒤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고 뿌듯해하더라. 장애인이 타인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하고픈 일을 할 수 있게 환경만 만들면 된다. 자신이 장애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더 이상은 장애가 아니지 않을까.

▶▶김혜일 팀장은…

1980년 전라북도 김제 출신으로 중학교 재학 당시 원인 모를 시력 저하로 장애인이 됐다. 아예 시력을 잃기도 했었으나 두 차례 수술을 거쳐 2015년부터 저시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낭독 프로그램 개발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해 접근성 컨설팅 활동을 하다가 2014년 이후 다음과 카카오에서 접근성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다. 올해 고용노동부 산업포장 서훈을 받기도 했다.

▶▶정현화 팀원은…

1975년 인천에서 태어나 웹디자이너, 웹퍼블리셔 등 IT 관련 업무를 해왔고 코딩 및 디지털 미디어리터러시 강사로도 활동했다. 2009년부터 웹접근성 컨설턴트로 일하기 시작해 2018년 링키지랩에서 접근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7년부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웹접근성 지킴이로도 활동 중이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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