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 평화상 언론인 2명은

박하얀 기자 입력 2021. 10. 8. 21:01 수정 2021. 10. 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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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필리핀 레사 “사실이 없는 세계는 진실과 믿음이 없는 세계”
러 무라토프 “숨진 기자들 위한 상…억압적 현실 대변할 것”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8일 202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왼쪽 사진)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 평화상은 독립언론을 이끈 언론인들에게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마리아 레사와 드미트리 무라토프를 선정했다.

레사와 무라토프는 각각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가 민주주의 수호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의 수상은 권위주의 정권이 세계 곳곳에서 권력을 잡은 오늘날 언론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노벨위원회는 “민주주의와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전제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알리려는 것”이라면서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실에 근거한 저널리즘은 권력 남용, 거짓말, 전쟁 선전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레사는 필리핀 출신 언론인으로 필리핀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Rappler)의 공동 설립자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이 벌인 ‘마약과의 전쟁’의 폭력성을 조명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만연한 ‘가짜뉴스’에도 집중해왔다. 위원회는 래플러가 “두테르테 정권의 논란이 많고 살인적인 마약 반대 캠페인에 비판적인 관심을 집중해왔다”고 평했다.

레사와 그가 이끄는 매체를 눈엣가시로 여겨온 필리핀 당국은 지난 2년 동안 레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10차례 발부했다. 당국은 2019년 2월 래플러가 한 사업가에 대한 허위 내용을 보도한 혐의가 있다는 명목으로 레사를 체포해 이듬해 6월 유죄를 선고했다. 레사가 항소하면서 보석으로 석방됐다. 당시 인권단체와 언론계는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저널리즘을 위축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레사는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사실(fact) 없이는 어느 것도 가능하지 않다”며 “사실이 없는 세계는 진실과 믿음이 없는 세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기자가 되기 가장 좋은 때이다. 가장 위험한 때가 가장 중요한 때”라면서 “우리는 계속 빛을 비출 것”이라고 말했다.

무라토프는 1993년 러시아 반(反)정부 성향 신문인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창립해 1995년부터 24년 동안 편집장으로 일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온 이 신문은 창간 이래 기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정부패나 경찰의 불법행위, 선거부정, 친정부 댓글부대 등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기사를 전해왔다. 위원회는 무라토프가 “러시아에서 수십년에 걸쳐 점점 더 험난해지는 환경에서 언론의 자유를 수호해왔다”고 설명했다.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무라토프는 “이번 노벨 평화상은 나 개인이 아닌 노바야 가제타와 (신문에서 일하다) 숨진 기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텔레그램 뉴스채널 ‘포디옴’에 “억압받는 러시아 언론을 계속 대변할 것”이라며 “ ‘외국 첩보원’으로 낙인찍혀 공격받고 국외로 추방되는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실은 이날 무라토프의 수상에 대해 “그는 재능 있고 용기 있는 사람으로 자신의 이념에 헌신하고 고집스럽게 일해왔다”면서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래플러는 “크렘린궁은 (정권을) 비판한 언론인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환영한다”고 일갈했다.

노벨위원회는 앞서 지난 3월1일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 개인 234명과 단체 95곳 등 329명이 올랐다고 밝혔다. 평화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스웨덴크로나(약 13억5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올해 노벨 평화상 시상식은 오는 12월10일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에 맞춰 노르웨이 오슬로대 강당에서 열린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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