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고 기가 막힌 고발 사주 의혹 '말말말'

나경희 기자 2021. 10. 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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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캠프와 국민의힘은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정치공작, 제보 사주,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라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싼 '말말말'을 팩트체크했다.

지난 9월2일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이날부터 윤석열 캠프나 국민의힘은 ‘정치공작이다’ ‘고발 사주가 아니라 국정원의 제보 사주다’ ‘국정원 정치 개입이다’라고 주장했다.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싼 ‘말말말’을 팩트체크했다.

ⓒ연합뉴스

“어떤 페이퍼, 종이 문건이든지 디지털 문건이든지 간에 그 출처와 작성자가 나와야,

그게 확인돼야 그것이 어떠한 신빙성 있는 근거로서

그걸 가지고 의혹도 제기하고 문제도 삼을 수 있는 건데,

그런 게 없는 문서는 소위 괴문서라고 하는 거다.

이런 괴문서를 가지고 국민들을 혼동에 빠뜨리고.”

- 9월8일, 윤석열 후보 기자회견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진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첫 공식 기자회견. 윤 전 총장은 이 사건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면서 고발장 등을 출처와 작성자가 불분명한 ‘괴문서’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이후 대검찰청(대검) 감찰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3부는 디지털 증거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냈다. 검찰과 공수처는 디지털 포렌식 결과 제보자 조성은씨(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가 지난해 4월3일 오전 10시12분(지○○ 페이스북 캡처 사진), 오후 1시47분(지○○ 판결문 3건), 오후 4시19분(고발장)에 각각 내려받은 파일 생성 기록을 확인했다.  ‘손준성 보냄’ 사진 파일(고발장·페이스북 캡처·판결문)이 사후 조작됐을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다.

또 검찰과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과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가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검찰과 공수처는 4월3일 김웅 의원이 텔레그램으로 전한 ‘손준성 보냄’ 파일을 조성은씨가 받은 것은 ‘팩트’라고 확인한 것이다.

공수처는 9월28일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 밑에서 일했던 성 아무개 당시 수사정보2담당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찰연구관이었던 임 아무개 검사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괴문서라는 말과 달리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자가 검사들로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연합뉴스

 

“정당과 국회의원은 공익신고의 대상으로 이에 대한 공익 제보를

마치 청부 고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공익 제보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다.”

- 9월2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 입장문

10월7일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보든 당시 상황에서 보든, 설득력이 전혀 없는 입장문.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파일이 건네진 2020년 4월3일과 4월8일 당시 손준성씨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검사였다. 김웅 의원도 국회의원이 아닌 국회의원 후보 신분이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는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하는 행위다. 여기서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란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및 이에 준하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상대방의 범죄 혐의를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형식인 고발장 내용은 공익신고가 될 수 없다(김웅 의원 논리대로라면 모든 고발장은 공익신고다). 즉, ‘손준성 보냄’의 고발장은 공익신고로 간주하기 어렵다. 오히려 수사기관에 근무하는 검사가 중립성을 의심받을 만한 행위를 한 정황을 보고 이를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인식해 신고한 조성은씨의 제보가 공익신고의 일반적 정의에 해당된다. 10월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씨가 부패·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발장을 전달한 김웅 당시 후보와 조성은씨 사이의 통화 내용(지난해 4월3일)이 복구되었다. 10월6일 언론들을 통해 공개된 김웅 의원의 당시 발언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만들어서 보내줄게요” “(고발장을) 그냥 내지 말고 왜 인지수사 안 하냐고 항의를 해서 대검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하세요”.

9월2일 김웅 의원의 입장문은 ‘의도적인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결과적으로 김웅 후보의 말(복구된 통화 내용)이 김웅 의원의 말(9월2일 입장문)을 팩트체크한 셈이다.

ⓒ시사IN 이명익

 

“발신자의 텔레그램 메신저상의 이름을 손준성으로 지정하기만 하면

그 사람의 실체가 누가 됐든지 손준성이 보낸 것처럼 찍히게 된다.”

- 9월3일, 김경진 윤석열 캠프 대외협력특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10월7일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검사 출신 김경진 특보의 주장이 틀린 것으로 확정되었다. 검찰과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윤석열 캠프는 해당 자료들의 ‘발신자’가 손준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면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해왔다. 윤석열 캠프나 국민의힘에서 내놓은 정치공작의 유일한 근거는 제보자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정원장의 만남 정도. 윤석열 캠프 측은 박지원 원장과 조성은씨가 서로 공모해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했다며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우리 방 보좌관이 보고를 받아서 당무감사실에 넘겼는데

누구한테 받았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 9월9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한겨레〉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8일 ‘손준성 보냄’으로 조성은씨가 전달받은 사진 파일은 최강욱 의원(열린민주당)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장이었다. 이 고발장은 4개월여 뒤인 8월25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명의로 검찰에 접수된 고발장의 문구와 내용이 똑같다. 심지어 ‘손준성 보냄’의 고발장에 기록된 최강욱 의원의 잘못된 주민등록번호 및 최 의원이 출연한 유튜브 채널 ‘매불쇼’ 조회수(4월8일 현재)가 4개월 뒤 미래통합당의 고발장에 기록된 내용과 일치한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을 ‘팥빵’으로 잘못 쓴 오기도 똑같다. 미래통합당 법률자문위원인 조 아무개 변호사는 당무감사실에서 초안을 받아 문장만 손봐서 검찰에 접수시켰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무감사실에 고발장 초안을 넘긴 장본인은 정점식 의원이었다.

지난 9월3일 윤석열 후보 캠프 총괄상황실장을 맡은 장제원 의원은 “윤 후보가 진짜 야당 고발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그 당시에 이 법률 지원과 관련된 책임자가 정점식 의원이다. 정 의원이 책임자이고 윤 후보와 정 의원은 가장 가깝다. 그분에게 전달해서 바로 고발하는 게 맞지 왜 건너건너서 이런 짓을 하느냐”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발언의 가정(‘정점식에게 고발장을 전달했을 것이다’)이 일주일 후 (주장이 합리적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실제 있었던 사건으로 밝혀진 셈이다.

조성은씨는 ‘손준성 보냄’의 파일을 당에 건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4월8일 김웅→조성은씨 경로와는 다른 통로로 당에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검찰과 공수처 수사가 밝혀야 할 부분이다.  

ⓒ연합뉴스

 

“손준성이가 보냈다, 그리고 김웅 의원이 그걸 받았다, 그게 뭔 문제가 되죠?

그런 걸 찾아내면 표창장을 줘야지 그게 뭐가 문제가 돼요?”

 

- 9월14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 인천·경기 예산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연히 문제가 된다. 검사 직분을 이용해서 제3자의 판결문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고발장을 전달했으며(검사의 직분은 고발장을 받는 것이지 작성하거나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선거에 활용하려 했다는 의심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발 사주라는 사건은 없다. 얼토당토않은 터무니없는 짓을

공수처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다.”

- 10월6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점식 의원실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기자들을 향해

디지털 증거가 조작이 아니었다고 확인되었지만, 김기현 원내대표는 여전히 ‘고발 사주’는 실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김 원내대표뿐 아니라 국민의힘은 이 사건을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은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정원장이 꾸민 ‘제보 사주’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고발 사주 의혹을 조사하겠다며 공명선거추진단을 꾸렸지만 개점 휴업 상태로 알려졌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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