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태, '부동산 카르텔' 균열 계기[이환주의 시선 3]

이환주 2021. 10. 10. 01: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에서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부동산 공화국의 단면, 대장동 사태
국가권력은 크게 입법, 행정, 사법 3부로 나뉜다. 각각 법을 만들고, 이를 실행하며, 분쟁이 있을 시 이를 해결해 준다. 3부에 더해 4부에 흔히 '언론'을 포함하기도 한다. 3부에 대한 감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의 기초를 세운 토머스 제퍼슨이 남긴 "신문 없는 정부보다 차라리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언론 권력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만약 4부에 앞서는 '0부'가 있다면 아마도 '자본 권력'일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앞서 말한 0~4부 모두 연관됐다.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막대한 부동산 개발 수익(자본 권력), 전현직 국회의원(입법), 성남도시개발공사(행정), 전관출신 판·검사(사법)에 더해 로비와 인맥의 중심에 있는 전직 언론인(언론)까지 연루되며 부동산 공화국의 단면이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0월 25일 트윗을 통해 "언론은 '제4부'라고 합니다"라며 "입법, 행정, 사법, 이렇게 3부는 현실적인 권력이 힘, 언론은 진실이 가장 큰 힘입니다"라고 썼다.

■부동산이 주식보다 '꿀'인 이유
추석에 가족들이 모였다. S전자에 다니는 삼촌이 "이건 비밀인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내용인즉 2개월 뒤에 S전자가 미국 A회사로부터 수천억원의 계약을 따낸다는 거였다. 삼촌은 사돈, 팔촌, 은행 빚까지해서 10억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고 했다. 계약 공시가 나면 최소 10%~15%까지 주식이 오를 거라고 했다.

추석에 가족들이 모였다. 국토교통부 공무원인 삼촌은 "이건 비밀인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내용인즉 3개월 뒤에 경기도 외곽 A시가 신도시로 지정된다는 거였다. 삼촌은 사돈, 팔촌, 은행 빛까지해서 10억원의 땅을 샀다고 했다.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 최소 2배에서 3배는 땅값이 오를 거라고 했다.

첫번째 상황에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주식투자의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함께 이익(or 회피한 손실)에 대해 최대 5배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이익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두번째 상황에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투자를 한 경우 거의 대부분의 경우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올해 3월 불거진 LH 전현직 임직원의 비공개 정보 활용 신도시 투기의 경우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총 3차례 신도시를 개발했고, 수많은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있었지만 비공개 정보 활용으로 적발이 돼 처벌을 받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

기대수익과 리스크 측면에서 부동산은 대체로 주식보다 기대수익은 크고 리스크는 낮다. 특히 주식과 달리 부동산의 경우 한번 거래하면 다음 거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버티면 자산 가격 상승에 따라 적어도 본전 이상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

세금 측면에서도 부동산은 주식이나 근로소득과 비교해 매우 유리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월급을 받으면 소득에 따라6%~42%의 세금을 낸다. 주식을 투자해 배당을 받거나 은행 예금 이자를 받을 경우 15.4%의 세금을 낸다. 세금에 예외는 없다. 하지만 부동산의 경우 무주택을 전제로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할 경우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해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을 수 있다. '집'이라는 특수한 상품의 특성상 다양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부동산의 경우 규제가 복잡하고, 정보도 불투명한 경우가 많아 아는 사람만 혜택을 보는 '그들만의 리그화' 되는 경향이 컸다. 우리나라 수십년의 도시개발 역사에서 그들은 특혜와 반칙을 통해 막대한 자산을 형성했을 것이다. 'LH투기 사태'와 '대장동 개발 의혹'은 특혜와 반칙이 드러난 아주 일부분의 사례에 불과하다.

이강훈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이 지난 8월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LH 투기 사건 어디로 가고 있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부동산 자본과 언론의 역학관계
주식 투자자들이 보는 증권사의 기업 분석 보고서의 경우 '매도(그 기업 주식 파세요)' 리포트는 거의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상위 10개 증권사의 리포트 중 매도 리포트 비율은 0.3%다. 1000개 리포트 중 단 3개만 매도 리포트다. 반면 매수 리포트 비율은 88.4%, 중립은 11.3%다.

이는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가 '매도'리포트를 낼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항의와 함께 해당 기업에 대한 영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수익은 주식 시장이 좋을 때 더 늘어난다. 주식투자 수익은 물론, 거래 수수료 수익, 주식 담보 대출 수익 등이다.

주식시장 전망 기사의 경우 대체로 부정적인 전문가 멘트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는 이른바 전문가들 역시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이익을 보는 주식시장 관계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본과 언론도 증권사 리포트와 일정 부분 유사하다. 건설사들의 경우 언론사의 감시 대상이기도 하지만 언론사에 광고를 하는 광고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방송사나 신문사도 건설사가 대주주인 경우가 왕왕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건설사의 언론사 인수는 더 확대되고 있다.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종합 부동산세 폭탄', '양도세 폭탄' 등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 기사가 넘치는 이유도 일정 부분 언론사와 건설 자본과의 역학 관계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언론사의 이념(정치)적 성향도 기사에 영향을 미친다. 보수 언론의 경우 민간 시장 활성화와 건설 경기 부양 등 대체로 시장의 자율성 확대, 규제 철폐에 적극적이다. 반면 진보 언론의 경우 임대주택확대와 주거복지 등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여기에 더해 언론사에 소속된 개별 기자들의 나이, 주택보유 여부 등에 따라 기사가 달라지기도 한다. 기자라는 직업인 이전에 이들도 개인으로서는 시장경제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 수십억원 하는 아파트 2~3채가 있는 언론사 고위직과 수도권 외곽에 월세를 사는 초년병 기자의 시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딛고 있는 현실의 땅에 따라 기자의 시각도 변하기 때문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다 부동산 투기로 직을 내려놓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과거 뉴스타파의 경우 '기자와 부동산'이라는 심층 취재를 통해 부동산과 언론의 역할관계를 다룬적이 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주요 매체 기자가 소속된 관훈클럽 소속 기자들의 경우 약 700명이 서울에 살고 있었고 이들 중 약 44%(305명)가 서울에서 아파트가 가장 비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살고 있었다.

뉴스타파 '기자와 부동산' 편 유튜브 캡처.

■'수익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초기에 많은 언론사들이 투자금 대비 1000배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거둔 '수상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5000만원을 출자한 화천대유는 지난 3년간 577억원을,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1호~7호는 총 자본금 3억원으로 3463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억지 프레임'이다.

먼저 최초 법인 설립시 출자금을 기준으로 수익을 산정하는 것은 이상한 계산법이다.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설립할 때 주차장 창고를 법인으로 등록 했을 것이다. 보통 법인 설립 출자금은 최소 자본금 조건을 충족하므로 대략 5000만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후 스티브 잡스는 엔젤펀드, 정부 기관, 은행 등을 돌며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투자금을 모았다. 잡스는 초기 100억, 이후 지속 투자유치로 총 1000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몇 년 뒤 애플은 누적 50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 경우 애플의 투자 수익은 단순 계산하면 5배다. 1000억원(+5000만원)을 투자해 5000억원의 수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화천대유의 셈법은 잡스가 법인 설립에 5000만원을 투자해 5000억원의 수익을 벌었으니 1만배 수익을 거뒀다고 하는 식이다.

대장동 개발을 통해 수천억에서 수조원의 수익을 거뒀다 할지라도 수익의 크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경기도 고양시 탄형동의 두산위브더제니스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두산건설에 수조원의 손실을 입혔다. 이로 인해 두산건설은 상장폐지 됐고, 관계사인 두산중공업도 휘청였다.

부동산 시행·시공 사업의 경우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이 보장되지만 실패하면 그에 따른 손실도 기하급수로 커질 수 있다. 다만 대장동 개발 사업의 경우 '민관합작'으로 진행되며 공공이 사업 실패 리스크를 줄여 줬고, 주택 시장이 예상보다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의혹의 핵심은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로비와 뇌물이 오고갔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두산의 브랜드 아파트 위브더제니스

■관전포인트! 유동규에 적용된 '배임' 혐의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상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하며 '배임'과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배임은 유 전 본부장이 계약서에 추가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민간 사업자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회수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또 민간에 유리하도록 수익 배분을 설계하면서 사업자들에게 8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 중 배임 혐의가 흥미로운 부분은 기존 부동산 카르텔의 문법과는 정 반대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부동산 카르텔의 경우 대부분 부동산 시장에서 △공공의 역할 축소 △민간 개발 이익 확대를 강조해 왔다.

대장동 개발 사업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수익성이 있는 곳은 '민간'이, 공공인 LH는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하라는 지시에 따라 초기 공공개발로 추진되다 민간 사업으로 전환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4대강 사업은 건설사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으며 감사 결과 건설사의 담합 비리 등이 밝혀지기도 했다.

유 본부장에 적용된 배임 혐의는 바꿔 말하면 "민간의 수익을 공공이 왜 더 회수하지 않았느냐?"가 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따르면 성남시는 당시 배당금, 터널 건설 등으로 5500억원을 회수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5일 법무부 국정감사 당시 "(성남이) 회수한 5500억원은 전국 모든 사업장의 개발 이익 환수금액을 합친 것보다 1.8배나 된다"며 "개발이익 회수로는 독보적이고 초과이익 환수가 빠진 게 문제라고 하는데 이미 정해진 계약서를 바꾸게 되면 개발 자체가 좌초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과거 위례 신도시 개발 당시 민간 회사가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제로로 하거나 적자가 났다며 공공 환수를 막았다"며 "대장동 개발 당시에는 성남시의 확정 이익을 먼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임 유죄 판결시 '프레임 전쟁' 판도 바뀔듯
만약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배임 혐의가 유죄로 판결이 날 경우 흥미로운 상황이 예상된다. 유 본부장의 배임이 유죄라는 것은 "공공이 개발 이익을 민간으로부터 더 환수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의미다.

이 경우 앞으로 모든 개발 사업에서 공공은 최대한 수익에 대한 환수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3기 신도시의 경우 민간 개발 물량을 줄이고 공공 개발을 확대하고 공공의 이익환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초과이익 환수제 도입, 극단적인 경우 토지 공개념 적용을 통한 공공개발 쿼터제(할당제) 등이 도입될 수도 있다.

기존 부동산 카르텔의 경우 '민간 이익 확대'가 기조였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공세를 취하느라 부동산 카르텔이 기존의 입장과 반대되는 프레임에 갖힌 것이다. "부동산 개발 수익이 왜이리 큰 것인가?", "공공이 민간 시행사(건설사)의 수익을 왜 더 많이 환수하지 않았는가?"와 같은 질문의 덫에 빠진 것이다.

부동산 개발 수익이 줄어들고(집 값이 싸진다), 공공이 민간의 수익을 더 많이 환수(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고 주거 복지가 확대된다)해야 할 당위성이 생긴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불투명했던 건설사의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확대,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 등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와 더불어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 등이 병행된다면 부동산 공화국 오명이 얼마간 씻겨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재명 경기도 지사(좌), 윤석열 전 검찰총장(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모두 연관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환주의 시선'은 특정 이슈를 기존의 단순 기사 형식을 넘어 기자수첩, 내러티브 등 다양한 형태로 풀어나가는 온라인 전용 코너입니다.

이환주의 시선 1편 보기(클릭)
이환주의 시선 2편 보기(클릭)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