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1억 시신 흥정' 세월호 오보에 "3000만원 배상" 판결

박서연 기자 2021. 10.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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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시신 한구에 1억' 브로커?… 법원 "허위사실 적시… 정정보도하라"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채널A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오보로 피해자에게 3000만원 배상과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한 목사가 유가족들에게 다이빙벨을 권유하며 시신을 찾아주는 대가로 1억원을 요구했다는 보도였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관용)는 원고이자 목사인 강아무개씨가 채널A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피고(채널A)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이 사건 보도를 제작·보도함으로써 원고 명예를 훼손했고, 각 보도 위법성도 인정되므로 민법에 따라 원고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으로서 원고가 요구하는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의 위자료 금액을 3000만원으로 정한다”며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4년 4월19일자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채널A '종합뉴스'는 “[단독] '시신 한구에 1억' 피해자 가족 두 번 울리는 사기꾼”(2014년 4월19일), “[단독] '1억만 주면...' 실종자 가족 울린 인면수심 브로커”(2014년 4월19일), “[단독] '1억 시신 흥정' 목사, 다이빙벨 권유했다”(2014년 5월3일), “고발 당한 다이빙 벨... '정부에 사기치고 공무 방해'”(2014년 5월7일) 등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보도 요지는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 전남 지역 교회의 한 목사(강씨)가 다이빙벨 관련 자료를 가져와 실종자 가족에게 권유하고 시신 한 구당 1억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채널A는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당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인터뷰한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과 이종인 대표 등을 고발했다고도 보도했다. 목사에 대해서도 채널A 단독 보도 이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2014년 5월7일자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재판부는 목사 강씨가 1억원을 요구했다는 게 허위인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강씨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건 보도 직후 원고의 사기 혐의에 관해 이뤄진 수사기관의 내사 결과, 원고는 다이빙벨을 소개만 했을 뿐 그 소요 비용을 전혀 언급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당시 원고가 아닌 신원을 알 수 없는 여러 브로커가 돈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져 내사 종결 처리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강씨는 세월호 참사 다음 날인 2014년 4월17일 한 인터넷 매체에서 “[세월호] Air-Pocket-생존의 가능성을 높인다”라는 글을 봤다. 이후 다이빙벨을 투입해 생존자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 약 30곳에 전화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2014년 4월18일 저녁 진도실내체육관에 도착해 해양수산부 사무관을 통해 실종자 가족 대표 중 한 사람인 노아무개씨를 만나 실종자 가족 대표 10여명이 모여있는 곳에서 미리 출력해 가져간 유인물을 나눠주고 다이빙벨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 정부에 투입을 요구하라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그 유인물에 비용에 관한 설명이나 내용은 없었다. 당시 실종자 가족 대표 중 일부는 원고에게 적대적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같은 제안을 할 당시 현장에 있던 유가족인 김아무개씨는 '원고가 진도실내체육관에 방문해 다이빙벨로 학생들을 구조하자고 했는데 홀 중앙에서 다가온 어떤 여자가 원고에 대해 사기꾼이니 그 말을 듣지 마라고 말하기 전까지 목사로부터 1억원이나 기타 어떠한 금전에 관한 발언도 들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사실 확인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채널A 소속 기자들이 자신에게 시신 한 구당 1억원을 요구했다는 게 사실이냐고 묻자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2014년 4월19일 채널A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5분54초 동안 통화하면서 다이빙벨 성능에 대한 설명을 주로 하고 말미에 '시신 한 구당 1억원을 요구했다는 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금시초문'이라고 답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 점 △ 또 다른 채널A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브로커라는 오해를 받았다'라는 취지로 말을 하면서 항의한 사실 등을 당사자 신문에서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채널A 기자들이 강씨가 실종자 가족에게 1억원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실종자 가족 진술을 전해 들었다는 증언 외에 보도가 진실이라는 구체적 증언은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널A 보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보도의 핵심적 내용이 허위이고, 이와 관련해 피고가 이 사건 각 보도의 진실성을 담보·확인하기 위한 충분하고도 적절한 취재 활동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가 입게 되는 피해 정도에 비해 보도 내용 취재를 함에 있어 불분명하고 극히 불완전한 태도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보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미디어오늘은 10일 채널A 보도본부장에게 항소 계획을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원고 측 소송 대리인인 정민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10일 미디어오늘에 “다이빙벨을 권유한 목사는 안타까운 마음, 즉 선의로 인터넷에서 다이빙벨 관련 자료를 잔뜩 복사해 유가족들에게 나눠줬을 뿐”이라며 “돈을 요구한 적 없다. 이런 상황을 채널A는 브로커가 돈을 요구한 것처럼 기사를 썼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이례적인 오보였다. 손해배상액이 통상과 비교해 적지 않다. 원고가 심각한 명예 훼손을 당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 같다. 뒤늦게나마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한 뒤 “채널A는 소송이 제기 됐을 때 목사 강씨가 시신 브로커가 아니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본다. 채널A가 초기에 사과의 뜻을 전하고 피해를 일부 배상해 문제를 해결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채널A는 종합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본 방송은 2014년 4월19일부터 2014년 5월7일까지 사이에 뉴스 특보와 종합뉴스 프로그램에서 5번에 걸쳐 '시신 한 구에 1억', '피해자 가족 두 번 울리는 사기꾼' 등의 제목으로 전남의 한 교회 목사인 강모씨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시신을 찾아주는 대가로 시신 한 구에 1억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강 목사는 그런 요구를 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각 보도를 바로 잡는다”는 내용으로 과거 보도를 정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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