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향하는 윤석열의 칼

김은지 기자 2021. 10. 1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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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의혹' '대검의 장모 관련 문건 작성' '윤우진 사건'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은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에 재직할 당시 벌어진 일이다. '권력과 맞서는 칼잡이' 이미지와는 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임금 왕(王)’자를 손바닥에 쓴 채 TV 토론에 참여해 주술 논란이 일고 있다.ⓒMBN 유튜브 갈무리

‘강골 검사’ 이미지는 정치인 윤석열의 자산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는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로 정권과 맞부딪쳤다. ‘권력에 맞서는 칼잡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정치권에 등장해 단박에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 자리를 꿰찼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면서 ‘반(反)문재인’ 정서를 일거에 규합했다.

윤 전 총장이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부터 그에 대한 검증 보도가 늘었다. 지난 9월2일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여당은 윤석열 검찰의 총선 개입이라고 규정했고, 야당은 ‘제보 사주’라고 맞섰다. 정치적 공방이 오갔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사건 관련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김웅 의원과 조성은씨의 통화 녹취에는 ‘우리가 고발장을 써서 보내주겠다’와 같은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디지털 증거 검찰 가리킨다’ 기사 참조).

지난해 3월 대검에서 ‘윤석열 장모 의혹 대응 문건’ ‘윤석열 장모 변호 문건’을 만들었다는 〈세계일보〉의 보도도 나왔다. 당시는 윤 전 총장이 검찰 수장이었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 아무개씨는 돈 문제로 여러 법적 분쟁을 겪었다. 최씨는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지난 7월2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검찰 조직을 사유화했다는 의심을 샀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최측근도 검찰에 붙잡혔다. 윤우진 전 서장은 윤석열 전 총장의 측근 윤대진 검사장의 형이다. 검찰이 이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봐주는 데 윤 전 총장도 관여했다는 의혹이다(‘경찰은 파헤쳤고 검찰은 덮었다’ 기사 참조). 현재 이 사건도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되어 있다는 의심을 산다. 관련자 3명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는데, 10월6일 영장실질심사 당일 두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10월6일에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한 명만 구속됐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2010~2011년 벌어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씨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씨는 2013년 윤 전 총장과 결혼했다. 같은 해 경찰은 도이치모터스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들어갔다가 중단했다. 〈뉴스타파〉는 당시 금감원이 경찰의 자료 제공 요청을 거부해 정식 수사로 전환되지 못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열린민주당이 검찰에 고발해 이 사건도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각각은 개별 사건이지만 윤 전 총장의 강점(‘권력에 맞서는 칼잡이’)이 훼손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윤석열의 정치적 자산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고발 사주 의혹’ ‘대검의 장모 관련 문건 작성’ ‘윤우진 사건’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은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에 재직할 당시 벌어진 일이다. 윤 전 총장 자신이나 그의 가족·측근이 연루된 사건을 직위를 이용해 수사하게 하거나 혹은 못하게 했다는 의혹 등이 사안의 핵심이다.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에 휘지 않던 ‘윤석열의 칼’이 자기 자신과 검찰 조직을 향할 때 구부러졌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 캠프도 긴장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런 의혹들이 그의 지지도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가 말해준다(위 표 참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국지표조사(NBS: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회사가 자체적으로 시행·공표하는 정기 전화 면접조사)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다섯째 주에 윤 전 총장은 자체 최고 기록(25%)을 세웠다(10월7일 현재 기준). 그가 검찰총장 임기를 4개월 남겨놓고 자진 사퇴한 3월4일 이후 야권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당시 그가 내세운 사퇴의 명분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반대’였지만, 대권 도전에 선을 긋지 않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후 6월29일 정치참여 선언, 7월30일 국민의힘 입당으로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가랑비에 옷 젖듯 브랜드 망가진다”

9월 둘째 주 같은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자체 최저 기록(17%)을 보였다(10월7일 현재 기준). 9월2일 ‘고발 사주 의혹’이 보도된 직후 여론조사다. 추석 연휴 직전에 잠시 20%로 반등했지만, 9월 다섯째 주와 10월 첫째 주 17%로 다시 내려앉았다. 윤석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좋아했던 윤석열의 모습은 기성 정치권과 다른 공정하고 정의로운 모습이었다. 현재 불거진 의혹은 정치공작 성격이 강한데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런 이미지에 노출이 되면, 윤 전 총장의 핵심 브랜드가 망가진다. 빨리 이런 이슈에서 탈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점이 약해지는 가운데 약점은 계속 노출된다. 연이은 설화는 애초부터 정치인 윤석열의 취약점으로 지목되어온 부분이다. 윤 전 총장은 평생 검사로 살았기에, 정치와 정책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TV 토론에서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지 못했다”라고 말하거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발언이나 작전계획 5015에 대해 잘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세 차례에 걸쳐 ‘임금 왕(王)’자를 손바닥에 쓰고 TV 토론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주술 논란까지 일고 있다.

그사이 당내 경쟁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NBS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3%에서 시작한 홍준표 의원은 10월 첫째 주 15%까지 올라왔다. 9월 내내 오름세다. 10월 첫째 주 기준으로 윤 전 총장(17%)과 2%포인트 차이다.

10월8일 국민의힘 2차 컷오프(8명→4명) 후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한 명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변수 중 하나는 윤석열 자체다. 윤석열 전 총장은 그때까지 강점을 회복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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