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50억·젊은 건물주..끊이지 않는 '부모찬스' 논란
"불투명한 관행 차단 장치 만들고 사회 시스템 신뢰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월급 230만원 사원이라며, 6년 다녔다며, 50억 퇴직금이 정상적이야?", "누군 연금 훅 깎이고 퇴직금 없고", "산재로 장애등급 아니 사망해도 회사에서 위로금으로 50억 주는 곳 없지 않아?"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아들(32)이 받은 '퇴직금' 50억원을 놓고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들이다.
"일반 직장인에게는 퇴직금 5억원도 큰돈인데"
끊이지 않는 '부모 찬스' 논란에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로 불리는 20~30대는 물론 일반 직장인들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는 곽 의원 아들이다.
그는 특혜·로비 의혹에 휩싸인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2015년 6월 입사해 보상팀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3월 퇴사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화천대유를 소개받았다고 했다.
입사 후 230만~380만원(세전 기준)의 월급을 받던 직원이 성과급과 위로금을 포함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곽 의원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국내에서 근로 기간이 10년 미만인 퇴직소득자 중 퇴직금(정산 퇴직급여액과 중간 지급액 포함)을 50억원 이상 받은 사람이 최근 5년간 3명이라는 통계에 비춰볼 때 일반 직장인들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30대 직장인 홍모씨는 "일반 직장인에게는 퇴직금 5억원도 큰돈인데 50억원이라는 액수는 상상할 수 없는 큰 금액"이라며 "몇몇 소수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남은 직장인들은 월급의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박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200년치 월급"이라며 "수많은 청년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다가 산재로 사망하고 다쳐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과도한 업무에 따른 건강상의 문제를 고려한 성과급과 위로금이 반영된 금액이라는 게 곽 의원 아들의 해명이다. 화천대유도 합법적인 퇴직 위로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40)이 2015년 6월부터 화천대유에서 일하다가 올해 6월 이 회사가 분양한 아파트 1채(84㎡)를 분양받은 데 대해서도 특혜 의혹의 시선이 있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은 "회사로부터 법규에 따른 분양가격으로 정상 분양받았을 뿐이고 가격을 내리는 등의 특혜는 없었으며, 대금은 기존에 보유하던 주택을 처분한 자금으로 납입했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퇴직금 과다 논란은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동생이 지난해 말 케이큐브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퇴직금 14억원을 놓고도 빚어졌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의 2대 주주로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동생의 퇴직금 과다 지적에 대해 "몇십억, 몇천억의 이익을 냈다고 들었고 거기에 걸맞은 성과급이라고 생각은 한다"면서도 "제가 생각해도 퇴직급여 부분은 좀 많다"고 인정했다.
손쉽게 건물 소유…부모 찬스로 부 쌓기
'부모 찬스'는 부동산과 자본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국세청은 지난달 30일 나이나 소득을 고려할 때 자기 힘으로 자산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는 30대 이하 446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부모의 도움으로 고가의 상가 빌딩을 편법 취득하거나 아버지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수억원을 빌려 사업자금으로 쓴 경우 등이 있다. 부모로부터 주식을 편법 증여받은 2세 영아도 있다.
국세청은 "젊은 나이임에도 고가 상가 빌딩 소유 등 많은 재산을 축적했으나, 실상은 '부모 찬스'를 이용해 현재의 부를 이룬 사례를 다수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 일자 기준)에 따르면 올해 1~8월 아파트 증여 건수는 5만8천298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집값 상승 기대와 양도보다 낮은 증여세율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는데 법적으론 문제 없지만 집값이 뛰고 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자녀들이 증여받을 경우 손쉽게 내 집을 마련하는 셈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 찬스에 부패 문제까지 터지면서 청년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을 키우고 있다"며 "불투명한 관행을 막는 장치를 만들고 기업과 정치인, 경제적 여유 계층이 솔선수범해서 일반 사회구성원들이 우리 시스템을 신뢰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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