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틀렸다?"..사후 10년 한뼘 폰이 사라진다, 왜

김승한 2021. 10. 1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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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 월드 엑스포`에서 첫 `아이폰`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이 가능해야 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내세웠던 스마트폰 철학이다. 휴대폰은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고 편리해야 한다는 그는 줄곧 4인치 이하의 '한뼘 폰'을 고집해왔다.

잡스의 신념을 고수해온 애플을 2011년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출시로 패블릿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을 때도 "스마트폰이라기엔 너무 크고, 태블릿이라기엔 너무 작다"며 삼성을 깎아내렸다.

그러나 이젠 두 회사 제품의 화면 크기는 비슷해지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아지고 기능이 많아지면서 작은 화면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화면이 필수로 자리잡으면서 '한뼘 폰'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은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다.

◆ 미니폰 고수한 애플, 3.5인치→6.7인치로 확대

잡스의 철학과 달리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는 대화면으로 변해왔다.

과거 피처폰 시절에는 전화와 문자메시지 외 특별한 기능이 없어 휴대폰은 들고 다니기 편한 아담한 사이즈면 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달랐다. 전화와 문자는 물론 인터넷 검색, 동영상 시청, 게임 등 용도가 다양해지면서 스마트폰 화면은 점점 커져야만 했다.

삼성전자가 2011년 공개한 갤럭시S2. 이제품 화면 크기는 4.3인치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애플이 2007년 출시한 아이폰 1세대는 3.54인치였다. 애플도 잡스가 사망(2011년 10월) 이후에도 한동안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을 출시했다가 지금은 6.7인치 아이폰까지 출시한 상태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시리즈를 2013년까지 4인치대로 선보이다가 2014년 갤럭시S5부터 5인치대를 내놓더니 올해 출시한 갤럭시S21의 경우 6.8인치(울트라 모델)까지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이미 대화면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2011년 5인치대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출시하며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의 포문을 연 삼성전자는 2017년 6.3인치 갤럭시노트8을 출시하며 슈퍼 패블릿 시대를 열었다.

삼성이 6인치 스마트폰을 출시하자 이듬해 애플도 6인치대 스마트폰 아이폰XS 맥스를 내놓으며 '거거익선' 경쟁에 뛰어들었다. 크기가 스마트폰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돼 버리자 뒤처지지 않으려고 슈퍼 패블릿 시장에 뛰어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6인치대 스마트폰이 완전히 대세가 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큰 화면을 좋아하는 중화권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화웨이, 샤오미 등도 스마트폰 크기 경쟁에 뛰어들면서 대화면은 확실한 대세가 되기 시작했다.

◆ 대화면에 밀리는 미니폰...아이폰도 상위 모델이 인기

물론 제조사들이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을 아예 내놓지 않는 것은 아니다. 초창기 4인치대까지는 아니지만 애플은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라인업에 '미니'시리즈를 추가해 5.4인치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작은 화면 제품은 생각보다 호응이 크지 않았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2 시리즈는 기본·프로 모델 6.1인치, 프로맥스는 6.7인치, 미니는 5.4인치로 구성돼 있는데, 작은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출시한 미니 성적표가 가장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이폰12 시리즈 매출에서 미니의 비율은 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올해 2분기를 끝으로 애플이 미니 모델 생산을 서서히 중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폰13. [사진 제공 = 애플]
최근 출시한 아이폰13의 경우에도 미니 모델보다 대화면·고사양 라인업인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이 인기가 더 많았다. 아이폰13은 앞서 국내 각종 판매 채널에서 진행된 사전예약에서 조기 품절된 제품 대부분은 아이폰13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이었고 실제 판매량도 프로맥스 모델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적으로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0년만 해도 4인치 이하의 스마트폰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점점 그 비율이 감소해 2019년부터는 단종됐다.

반면 2013년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6인치 이상의 스마트폰은 2019년 68%의 시장점유율을 점했다. 내년에는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화면 늘리고 크기는 유지?...폴더블로 해결한 삼성

스마트폰 화면은 계속 커질까. 제조사들은 제품 크기를 현 상태에서 유지하되 화면을 늘리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 6인치대보다 큰 화면을 위해서는 자연스레 단말기 크기도 커져야한다. 풀스크린 구현을 위해 베젤(테두리)을 줄이고 펀치홀(화면 상단에 카메라 구멍)을 채택하기도 했지만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크기가 더 커지면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라는 제한에서 벗어나게 된다. 6인치대 크기는 태블릿PC가 아니라 패블릿으로서 스마트폰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출시한 갤럭시Z폴드3. 펼쳤을 때 화면은 7.6인치에 달한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폴더블폰이다.

삼성전자는 화면을 넓히면서 크기를 줄이는 고민을 단순히 반으로 접어서 해결했다. 하지만 폴더블폰은 상당한 기술력이 뒷받침 돼야하기 때문에 이를 완벽히 구현한 곳은 사실상 전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2019년 삼성전자를 필두로 시작된 폴더블폰은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도 가세하면서 대중화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나아가 제조사들은 화면을 접고, 돌리고, 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면서 다양한 형태를 통해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우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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