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아프다고 당당하게 얘기할 환경 만들어졌으면"

이두희 2021. 10. 11. 11: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416해외연대'가 9일, 다큐멘터리 '재난참사,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다'의 온라인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 모임을 가졌다.

 영화의 나레이션을 맡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시연양의 어머니 윤경희씨는, 영화 관람 후 진행된 대화 시간에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는 치료로 극복되는 일이 아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아이들이 죽은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16해외연대 '재난참사,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다' 온라인 상영회 개최

[이두희 기자]

 영화 상영회 포스터
ⓒ 416해외연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416해외연대'가 9일, 다큐멘터리 '재난참사,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다'의 온라인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 모임을 가졌다. 

영화는 사회적 재난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외 피해자,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취재를 통해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함께 생각하도록 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왜 내가 우리 애를 잃었지?' '왜 나만 잃어야 하지?'라는 그 지점을 넘어갈 수가 없는 거예요. 밝혀진 게 없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속였다고 느끼기 때문에 분노의 지점에서 넘어가지 못하는 겁니다." (조선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년 반이 넘었지만, 참사의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처는 아물기는 커녕 매일같이 커져 간다. 전문가는 자신들이 겪고 있는 아픔에 대한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더욱 심각한 이유라고 지적한다.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세월호 희생자 김시연양 어머니 윤경희씨
ⓒ 416해외연대
 
영화의 나레이션을 맡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시연양의 어머니 윤경희씨는, 영화 관람 후 진행된 대화 시간에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는 치료로 극복되는 일이 아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아이들이 죽은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지난 7년 반이란 시간 동안, 이들이 트라우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도록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어떤 엄마는 장기를 떼어낸 분도 있고, 갈수록 심해지면 심해지지 줄지는 않거든요." (2학년 6반 권순범군 엄마 최지영)

장기를 떼어낸 엄마, 일주일에 한 번씩 신장투석을 받는 아빠.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들의 몸과 마음은 트라우마로 지쳐가고 결국 견디지 못해 가슴아픈 선택을 한 이들도 있다. 한국 사회는, 이렇게 하루 하루를 벼랑에 내몰린 채 사는 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줘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이 그런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손을 내밀어준 건 바로 다름 아닌 먼저 떠나간 아이였다.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죽으면 이 아이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2학년 4반 최성호군 엄마 엄소영)

영화는 영국의 힐스버러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국가의 책임을 지우는 데 27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걸 소개한다. 혹시, 이 장면을 보고 "그럼 세월호는 아직 7년밖에 안됐으니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힐스버리 참사의 교훈은 진실규명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진실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밝힐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지금,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상도 언제나 위협받을 수 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상준군의 어머니 강지은씨의 이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이게 우리만의 일이 아니에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도 학교 가다가, 쇼핑 갔던 거잖아요. 모두가 일상을 살았어요." (2학년 8반 지상준군 엄마 강지은)

이날 상영회에는 세계 각국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바라는 이들 4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치료가 필요한 유가족들이 사회의 치료에 나서는 현실이 안타깝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집 안에 모든 물건을 노란 손수건으로 덮어 놓았다" 등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의견들을 나누었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반드시 진상규명', '끝까지 책임자 처벌'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다짐을 하고 마쳤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시민의 일상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는 그 생명의 죽음을 방치, 방조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을 게을리했으며, 그 국가의 부작위 속에 피해자와 가족들의 트라우마의 상처는 깊어만 갔다.

사람들은 지난 2016년 겨울, 이런 국가의 존재 의미에 대해 물었고, 결국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권력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스스로 촛불정부라고 자임하는 현 정부에서도 이들의 트라우마는 더욱 깊어져 갈 뿐이다.

이제 다시, 촛불을 들었던 이들 스스로가 국가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 번 물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이들이, 바로 현 정부이다. 문재인 정부가 반 년 채 남지 않은 임기 동안에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피해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응답하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