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감소증, 치료제 없어… 50세부터 관리 시작을" [헬스조선 명의]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1. 10. 1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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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근감소증 명의'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임재영 교수

 

나이가 들면 근육량 줄어들고 힘이 약해지는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근육량이 줄어 걷기가 어렵고, 쉽게 넘어지며, 혼자서는 거동도 힘들어지는 일은 절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 아니다. 이는 '근감소증'이라는 질환이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근감소증과 근감소증 극복 방법을 분당서울대병원에 대해 들어봤다.

-근감소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근감소증은 본래 어떤 질병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근육이 빠져 마른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근육이 줄어드는 현상을 지속할 때 근감소상태 또는 근감소증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근감소증으로 인한 의료적 결과의 심각성이 드러나자 이를 질환으로 보게 된 것이다. 근육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면서 근력 저하, 즉, 힘이 약해져 잘 걷지 못하고, 넘어지고,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등 신체 기능이 저하돼 관리,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보면 된다.

근감소증 문제는 1998년부터 인지됐으나 문제를 인식하고 질병으로 인정받는 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2016년 미국에서 하나의 진단코드를 받은 질병이 됐고, 이후 WHO에서도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1월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을 받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임재영 교수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근육이 얼마나 감소해야 '비정상적인 근육 감소'로 보는가?

비정상의 범위는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정상 범위' 인구집단과 비교해 얼마나 평균과 멀어져 있는가로 판단한다. 젊은 성인과의 표준편차가 -2.5 이상 차이 나면 비정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지만 근육량 비교는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은 근육량이 많지 않아 적절한 비교는 어렵다.

-그렇다면 근감소증은 어떻게 확진할 수 있나?

근감소증으로 진단하기까지는 여러 과정과 절차가 필요하다. 근육량을 측정하고 나서 바로 근감소증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근육량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면서)여러 의심증상과 징후가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근감소증 의심증상으로는 ▲물건을 잘 들지 못하고 ▲계단 오르기가 어려워지고 ▲자주 넘어지고 ▲일부러 체중을 뺀 것이 아닌데 최근 체중이 많이 줄어드는 것 등이 있다. 보통 일 년에 자신 몸무게의 10% 이상 빠지면 유의한 체중감소라고 본다. 또 하나는 종아리 둘레다. 종아리 둘레가 줄어 많이 가늘어져 있으면 근감소증을 의심할 수 있는 '근감소증 의심단계'다.

이러한 의심증상을 보이면서 악력이 평균보다 약하면 '근감소증 가능단계'가 된다. 악력 평균은 아시아인 기준 남성 30kg, 여성 20kg 이상인데 남성은 28kg 이하, 여성은 18kg 이하이면 근감소증 가능단계로 본다. 이 단계부터는 거의 근감소증으로 간주한다.

근감소증 확진은 근육량을 측정하고 나서 이루어진다. 골다공증을 확진할 때 덱사(DEX)를 사용해 골밀도를 측정하듯 근감소증은 전신의 체성분을 측정해 근육량을 측정한다. 체성분 분석을 통해 팔다리 각각의 근육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나서 모두 더한 무게(kg)를 신장(cm)의 제곱으로 나눈다. 이 수치가 남성은 7.0, 여성은 5.4 이하이면 근감소증으로 확진한다. 건강한 정상인은 이 수치가 남성 7.0 이상, 여성 5.4 이상이어야 한다.

근감소증 확진 환자의 체성분을 측정한 결과.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근육량이 적은 것과는 다른가?

다르다. 근육량의 절대량이 많이 부족해도 힘이 정상이고, 걷기 등의 신체활동에 문제가 없으면 근감소증은 아니다. 이는 단순히 근육의 절대량이 적은 것이다.

-정형외과나 내과질환보다 근감소증을 먼저 의심해야 하는 증상이 있나?

상황이 너무 다양하기에 쉽게 답변하기는 어렵다. 다만, 근감소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개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외과적 혹은 내과적 치료를 했는데도 해결되지 않고 더 약해지는 과정을 거친 이들이다. 다른 질환보다 근감소증을 먼저 의심하기에는 질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다.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주변 가족이나 이웃이 옛날보다 많이 마르셨다,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 반복해서 넘어지시더라. 등의 얘기를 해 병원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근감소증은 통증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라 몸이 약해지는 것으로 증상이 나타나기에 초기단계에 병원을 찾지 않는 질환이기도 하다.

-근감소증 고위험군이 있나?

대표적인 고위험군은 고령자다. 근감소는 일종의 노화현상이기 때문에 75세 이후 초고령기는 고위험군이다. 고령기는 66~75세, 75세 이후, 85세 이후로 구분하는데, 75세 이후는 다른 나이에 비해 근감소증의 위험이 훨씬 크다.

만성질환자도 근감소증 고위험군이다. 근감소증은 우리가 아는 많은 만성질환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노인성 질환 대부분은 근감소증과 연결되어 있다. 만성질환 중에서도 당뇨는 근감소증에 아주 중요한 위험인자다. 노인성 당뇨병은 근감소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외에도 만성 심부전, 간경변 등 간 질환, 만성 폐질환 등도 근육감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암과 관련된 암성 근감소증도 있다. 암을 치료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근감소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40~50대라도 만성질환이 있으면 근감소증 고위험군인가?

당연하다. 만성질환의 시작 시기가 보통 40~50대이다. 보통 이때는 근감소증 진단기준에 부합할 정도로 근감소가 일어난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만성질환이 있으면 만성질환이 없는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보다 근육 감소속도가 빨라진다.

근육량은 20대 후반에 최고치에 이르고, 그 이후에는 매년 근육량과 근력이 줄어드는데, 만성질환이 있으면 감소속도가 더 빨라진다.

임재영 교수가 근감소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근감소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근감소증은 아직 치료제가 없다.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임상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근감소증을 예방하고 관리하며 개선해야 한다. 현재 근감소증 개선에 가장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운동이다. 운동을 통해 근감소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흔히 근력 운동이라고 하는 저항성 운동이 효과적이다. 근력 운동을 적절히, 잘 수행하면 근육의 양도 늘릴 수 있고, 근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영양이다. 근육에는 다양한 영양요소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단백질이다. 단백질 섭취가 근감소증에는 특히 중요하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근감소증 진단을 받으면 현재 단백질을 얼마나 섭취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영양평가를 통해 얼마만큼 결핍이 있는데, 현재 섭취량은 얼만큼인지 등을 파악해 단백질을 더 섭취하도록 하는 등 영양개선을 한다. 여건상 영양개선에 한계가 있으면 단백질 보충제도 사용한다. 단백질 보충제는 분말, 음료수, 스낵 형태 등이 있는데 환자 상태와 상황에 맞춰 적절한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하게 하고 있다.

-단백질은 얼마나 섭취해야 하는가?

국민영양조사를 통해 권고되는 일일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0.8~1.2kg 정도다. 건강한 일반 노년층의 권장량이 이 정도이다. 예를 들어 60kg의 성인이라면, 하루에 60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그렇지만 단백질 일일 60g 섭취는 어렵다. 달걀 하나가 6g 정도다. 그렇지만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육류, 식물성 단백질까지 잘 섭취하면 하루 60g 정도의 단백질 섭취는 충분히 가능하다.

단, 근감소증 확진을 받은 환자가 섭취해야 하는 권장 단백질은 기준이 다르다. 근감소증 환자는 체중 1kg당 1.2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근감소증 환자는 건강한 일반인보다 단백질을 더 섭취해야 근육상태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결핍이 심한 상태면 일일 1.5g까지도 섭취를 권고한다.

-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꾸준히 하면 근감소증을 완치할 수 있나?

3개월 정도 열심히 운동을 하고 단백질 섭취를 하면 실제 근육량이 증가하고 근력이 향상돼 근감소증 진단 기준은 벗어날 수 있다. 그 순간엔 '근감소증에서 해방됐다'라고 할 수 있으나, 문제는 1년 후이다. 운동과 단백질 섭취가 계속되지 않거나 만성질환이 악화하면 다시 근감소증이 될 수 있다. 근감소증은 단계적으로 나빠지거나 좋아지지 않는다. 열심히 관리하면 좋아졌다가 관리하지 않으면 다시 나빠지고, 관리를 하고 있어도 만성질환이 악화하거나 낙상하면 갑자기 나빠진다. 한번 나빠지면 회복되더라도 이전만큼 좋아지기는 어려운 경향도 있다.

근감소증 치료는 정답이 있는 것 같지만 잘 개선되지 않는다. 단백질 섭취와 운동이 습관이 되어야 하는데 어렵기 때문이다. 한두 달 시도하다가 다시 중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근감소증은 잘 개선되지 않는다.

-근감소증은 상태가 좋아져도 계속 같은 강도로 관리해야 하는 건가?

그렇다. 근감소증은 꾸준히 관리해야만 한다. 동시에 동반질환도 관리해야 한다. 근감소증을 악화할 수 있는 여러 다른 문제요인까지 잘 관리해야만 한다. 당뇨 때문에 근감소가 진행되는 고령환자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당뇨 조절이 안 되면 근감소증 개선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근감소증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임재영 교수.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근감소증을 예방할 수는 없나?

근감소증은 낫기 굉장히 어려운 질환이라 예방이 중요하다. 일단 확진되면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굉장히 어렵다. 근감소증 확진 전 단계라면 적절한 운동과 영양관리를 통해 근감소증 확진을 막을 수 있다.

근력을 측정해보면, 정상 이하이지만 아직 근감소증 확진은 아닌 상태가 매우 많은데, 이는 지금 당장 불편하지 않다고 해도 앞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근감소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상태임을 알아야 한다. 문제를 잘 인식하고 단백질 섭취, 저항성 근육 운동 등을 꾸준히 하면 상태는 좋아진다. 계속 관리하면 고령이 되어도 근감소증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언제부터 근감소증 예방을 시작해야 하나?

만 65세 이상 고령기가 되어 근감소증 예방을 시작하면 늦다. 그 이전에 준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 여러 연구자료를 분석해보면, 근력, 신체수행능력의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은 50세다. 신체수행능력이 50세까지는 거의 변화가 없다. 물론 신체는 조금씩 노화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유지가 된다. 그러나 50세를 기점으로 조금씩 신체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사람마다 차이는 크다. 50세부터는 근감소증에 대한 인식을 갖고, 근력감퇴 현상이 느껴진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근감소증 예방에 좋은 운동이 있나?

저항성 운동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건강할 때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다가 중년 이후가 되면 저항성 운동, 즉 근력 운동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중고령시기에 기초적인 저항성 운동은 중요하다. 꼭 헬스클럽에 가서 아령을 들지 않아도 된다. 다양한 방법이 많다.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발을 쭉 뻗어 버티는 것, 아령을 이용해 팔을 굽혔다 펴는 것, 스쿼트 등은 아주 기본적인 저항성 운동이다. 상 하체 운동을 잘 조합하면 훌륭한 저항성 운동이 된다.

-근감소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

통계마다 차이는 있지만, 근감소증 확진 단계인 환자는 65세 이상 기준 10명 중 1명 정도다. 우리나라에만 80만명이 있다는 것이다. 굉장히 흔하고 많은 분이 겪는 문제이며, 일상에서 여러 문제를 겪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렵겠지만 운동과 영양관리라는 두 가지를 꼭 하시길 바란다. 내가 나를 관리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실천하다 보면 근감소증은 어느 정도 개선된다.

언젠가는 치료제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때까지 운동과 영양관리를 잘하면 근감소증을 극복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임재영교수는

임재영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의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대한재활의학회 보험위원 및 총괄간사, 대한근전도전기진단의학회 이사, 대한근감소증학회 학술이사, 대한림프부종학회 감사, 대한스포츠과학운동의학회 학술이사, 대한암재활학회 학술이사, 대한노인재활의학회 연구이사, 대한임상통증학회 보험이사를 역임했다. 또한 PM&R(미국재활의학회지) Associate Editor, Rehabilitation Research and Practice, Editorial Board, 대한노인병학회 Ann Geriatr Med Res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립재활원 재활의학과 임상과장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장/의학자료정보센터장, 경기도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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