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조혈모세포 기증 이젠 헌혈처럼 손쉽게.. "생명을 선물하세요"

이한결 2021. 10. 1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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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저희 엘리 앉을 자리 좀 깨끗하게 소독할게요." 서울 서대문구 한 교회에서 만난 이엘리(25)씨의 어머니는 알코올 소독제로 연신 의자를 닦았다.

15년 전 학교 축제 기간에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 부스를 만났던 나모(35)씨는 올해 6월 조직적합성항원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환자는 조혈모세포가 잘 생착돼 퇴원했는데 최근 가벼운 재발이 보여 나씨에게 다시 한 번 기증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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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혈액병 환자에게 희망을
조혈모세포 기증자 나모씨(35·왼쪽)와 수혜자 이엘리씨(25)가 LED 랜턴을 이용해 하트를 그리는 장면을 합성한 사진. 나씨와 이씨는 각각 다른 사람과 기증 및 이식을 했다. 나씨 사진은 대전 충남대병원 혈액원에서, 이씨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교회에서 촬영했다.


“잠깐만요, 저희 엘리 앉을 자리 좀 깨끗하게 소독할게요.” 서울 서대문구 한 교회에서 만난 이엘리(25)씨의 어머니는 알코올 소독제로 연신 의자를 닦았다. 면역력이 약한 딸을 위해 항상 소독용품을 들고 다닌다고 했다. 이씨는 2019년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 진단을 받았다. 대식세포가 이상 증식해 이씨의 폐, 간, 골수를 망가뜨렸다. 독감인줄 알고 해열제 먹으며 버틴 대학 3학년 중간고사가 마지막 시험이 됐다. 반복되는 항암치료와 입·퇴원 끝에 지난해 5월 조직적합성항원형이 일치하는 조혈모세포 기증자가 나타났고, 같은 해 10월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1년. 이씨는 얼마 전 대학 동아리 친구를 만났다. 2년 만에 ‘평범한 외출’을 한 이씨는 “드디어 일상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조혈모세포 수혜자 이엘리씨가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교회에서 투병 당시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라는 뜻의 조혈모세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를 말한다. 백혈병 악성림프종 등 난치성 혈액 질병 환자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완치될 수 있다. 누구나 기증 희망 신청서를 작성하고 채혈을 하면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을 할 수 있다. 조직적합성항원형이 일치하는 혈액 질환자가 나타날 경우 다시 유전자 검사가 진행되고 최종적으로 일치하면 기증 절차가 진행된다.

조혈모세포 기증자 나모씨가 충남대병원 혈액원에서 혈액성분채집기를 이용해 림프구 기증을 하고 있다.


15년 전 학교 축제 기간에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 부스를 만났던 나모(35)씨는 올해 6월 조직적합성항원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입원해야 하는 부담은 있었지만, 골반뼈에서 골수를 채취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최근에는 헌혈처럼 말초혈 기증으로 진행된다는 말에 기꺼이 팔을 걷었다. 그 환자는 조혈모세포가 잘 생착돼 퇴원했는데 최근 가벼운 재발이 보여 나씨에게 다시 한 번 기증을 요청했다. 재요청을 받고 침대에 누워 림프구를 기증하고 있던 나씨는 “몸에 있는 것을 잠깐 빼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많은 분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판교에 있는 분자진단 헬스케어 기업 랩지노믹스의 유전자형 검사실에서 연구원들이 조직적합항원 검사를 하고 있다.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로 등록할 때 분석했던 유전자형이 최종적으로 일치하는지 검사하는 곳이다.


한림성심대 간호학과 동아리 '빠담빠담'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강원도 춘천에서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한림성심대 간호학과 최지호씨(21)가 지난달 29일 교내에 마련된 부스에서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서를 작성한 뒤 유전자 검사를 위해 채혈하고 있다.

사진·글=이한결 기자 alwayss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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