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흔해지는 고급 브랜드 아파트.. 곳곳에서 "우리도 붙여달라"

고성민 기자 2021. 10.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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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서울 강남권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만 사용해 희소성을 인정받던 고급 브랜드가 점점 흔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10여년 전에 공급한 아파트 단지에서 브랜드를 바꿔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지 곳곳에서도 "우리도 붙여달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건설사들이 마냥 외면하지 못해서다.

건설사들은 최근 서울 강남권과 용산구 등 핵심 지역에만 쓰던 고급 브랜드의 활동반경을 스스로 넓히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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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서울 강남권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만 사용해 희소성을 인정받던 고급 브랜드가 점점 흔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10여년 전에 공급한 아파트 단지에서 브랜드를 바꿔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지 곳곳에서도 “우리도 붙여달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건설사들이 마냥 외면하지 못해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 에이치’,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각사 제공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 삼익타워 재건축 조합원들은 최근 단지명을 ‘남천 헤리치자이’에서 ‘남천 그랑자이’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GS건설은 기존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외에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갖고있지 않다. 그러나 서울 본사 사옥이 ‘그랑서울’인데다 서초그랑자이, 방배그랑자이, 신촌그랑자이 등 서울 주요 단지에 ‘그랑자이’를 붙이곤 했다. 삼익타워 조합원들은 그랑자이가 ‘자이’보다 고급 브랜드라고 판단하고 단지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수원 장안구 천천동 ‘천천푸르지오’(2009년 준공) 입주민들도 단지명을 ‘화서역 푸르지오 써밋’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천천동이라는 덜 익숙한 지명을 빼고 지하철 1호선·신분당선(예정)이 지나는 화서역을 단지명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또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달기 위해 대우건설과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기존 아파트와 정비사업지 등 곳곳에서 고급 브랜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우건설 관계자는 “입지와 상품성, 시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고급 브랜드 ‘써밋’ 적용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데, 천천푸르지오의 경우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써밋을 적용해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고급 브랜드를 출시한 건 2015년부터다. 현대건설은 2015년 ‘디 에이치’를 출시했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2016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를 준공하고 ‘아크로’를 고급 브랜드로 쓰고 있다. 대우건설은 2017년 ‘푸르지오 써밋’을 내놓으며 ‘서초 푸르지오 써밋’, ‘반포 써밋’을 준공했다. 롯데건설은 2019년 ‘르엘’을 출시했다. ‘반포 르엘’, ‘르엘 신반포’ ‘르엘 이촌’ 등을 준공할 예정이다.

건설사들은 최근 서울 강남권과 용산구 등 핵심 지역에만 쓰던 고급 브랜드의 활동반경을 스스로 넓히고 있기도 하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수주전에 ‘아크로’와 ‘르엘’이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대우건설은 성동구 행당7구역, 동작구 노량진5구역에 ‘써밋’을 제안했고, 현대건설은 송파구 마천4구역에 ‘디 에이치’를 꺼냈다. 고급 브랜드의 탈(脫)강남화 흐름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승자독식인 수주전에서 일감을 따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보고 있다. 고급 브랜드 도입 요구를 거부했다간 수주전에 대단히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앞선 지난 7월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조합은 ‘아크로’ 도입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시공사인 DL이앤씨와 계약을 전격 해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의 수주를 위해 활동반경을 넓힌 고급 브랜드는 결과적으로 브랜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희소성을 잃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수주를 얻지만 손해도 있다는 의미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권 정비사업 수주전이 꽤 많은 곳에서 이미 완료된 상황이라, 건설사들은 지방이나 강북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도입해 수주를 따내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수주에 성공하며 분양 성공률을 보다 높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고급 브랜드의 희소성이 사라진다는 의미여서 브랜드 가치에선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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