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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중대재해법]②중소건설사는 한방에 '영구퇴출' 당할 수도..車 브레이크 사고도 현대차 CEO가 처벌

김민정 기자 입력 2021. 10. 13. 06:01 수정 2021. 10. 1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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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붕괴' 사고 재발시 본사 CEO 징역형
입찰시 제약, 행정처분이 더 두려워
車부품공장 사고나면 원청 대표이사 처벌

[편집자 주]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 임원들이 대형로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형사적 책임의 주체를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CEO)’로 명시해놨기 때문이다. 특히 시행령상 CEO의 이행 의무와 책임 범위가 모호해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중대재해법 시행 100여 일을 앞두고 건설과 자동차, 플랫폼 등 산업 분야별 고민과 대처법을 들여다봤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 참사 사고 현장 모습/연합뉴스

9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 발생했다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개발 구역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권순호 대표이사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기존엔 현장을 지휘하는 현장 소장이 책임을 졌지만, 법 시행 이후에는 처벌 대상이 대표이사가 된다.

윤성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앞으로 광주 학동 붕괴사고처럼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에게 3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저가 수주’ 안받을 수도 없고...건설사들 ‘골머리’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산업계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이 건설업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본사 최고 경영자(CEO)가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최근 로펌에는 안전실태 조사와 위험요인 분석, 직제개편 등을 문의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건설업계와 로펌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대형건설사들은 적정한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지에는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에는 발주자로부터 빠듯한 공사 기간을 부여받아도 사업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속도 보다는 ‘안전’에 초점을 맞춰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안전과 비용 사이에서 건설업계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매출액을 높이려 건설사들이 연말에는 ‘저가 수주’라도 맡으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안전 문제 때문에 수주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칫 무턱대고 수주 했다가 입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정원 변호사는 “앞으로 건설사들은 안전 관련 비용과 기간 확보를 요구하고, 계약 이후 사후 변경에 따른 비용 증가까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면서 “발주처도 중대재해법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시행사의 공사 기간 연장이나 비용 증가를 거절했다가 사고로 이어질 경우까지 상세히 살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건설업종의 산업재해 2만7211건 중 5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2만1904건으로 전체의 80.5%를 차지한다.

중소 건설사의 한 임원은 “사실상 현행 유지 외에 특별한 대응책을 마련할 비용적 여력이 없다”면서 “대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CEO 형사처벌 등으로 인한 ‘경영 공백’도 걱정이지만, 행정제재가 주는 타격이 더욱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제재로 건설사가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 공공 입찰 자격에 제한이 생긴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영업정지를 당한 상태에서 조달청으로부터 부정당업자 제재까지 겹치면 대형 건설사가 아니고서는 사실상 시장에서 영구 퇴출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한 공사 현장에 2~3년 계약직으로 안전관리자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경력이 있고 유능한 안전관리자를 정규직으로 두기 위한 ‘물밑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격이 있는 사람을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며 “한 대형 건설사는 직원들에게 안전관리사 자격증을 따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내놓기도 했다. 그만큼 인력난이 심하다”고 전했다.

폭발 사고 발생한 한 자동차 부품공장의 모습/연합뉴스

◇자동차 부품공장 등 하청업체 사고도 CEO책임...시민재해도 대비해야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수많은 하청업체를 운영하는 자동차 업계도 고민에 빠졌다. 하청업체와 용역 직원들이 수만 개의 부품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법적인 책임은 원청의 대표이사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많은 하청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는 공장 시스템의 특성을 감안하면, 모든 사고를 원청이 예방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 8월, 현대자동차 울산3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A씨가 사망했다. 부품을 옮기는 과정에서 물건을 싣고 내리는 리프트 설비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것. 기존 산안법을 적용하면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현대차 울산3공장의 안전 책임자와 하청업체 관계자가 처벌 받는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서울 본사 회의실에 앉아 있던 현대차 대표이사가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A씨가 하청업체 직원인 데다 현대차가 시설이나 장비, 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상 고의와 인과관계 범위도 기존보다 넓어졌다는 점에서 CEO의 법적 리스크도 확대된 상황이다. 최근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위아 창원4공장에서는 협력업체 근로자 B씨가 프레스 공정을 하던 중 기계에 끼어 숨졌다. 당시 함께 작업하던 동료가 B씨를 보지 못하고 기계를 수동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무 수칙에 맞게 2인 1조로 작업에 나섰지만, 시행령상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가 미흡하다면 현대위아 대표자가 처벌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원청의 책임 범위가 모호해 사업장 내 모든 제3자 종사자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묻도록 돼 있다”면서 “(원청이) 수급업체 평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선정하고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 교육에 공을 들이는 방법밖엔 없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한 업체에 “협력사의 안전 관리를 전담 지원하는 부서를 신설해 안전 작업 수행을 지원하고, 안전 관련 정보 등을 공유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자문했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중대산업재해 뿐만 아니라 ‘중대시민재해’도 대비해야 한다. 자동차와 같은 제조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생산과 유통, 판매 업체까지 모두 처벌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만약 자동차 브레이크 결함으로 시민이 1명 이상 사망한다면 브레이크 제조사는 물론 완성차 제조사의 대표이사도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전기·수소차 등 신차 개발과 출시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나 수소 전지 폭발로 인해 시민들이 피해를 보면, 경영진에 대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은 개발과 구매, 조달, 품질, 유통, 판매, 시설관리, 고객 서비스 등 단계별로 사고 예방을 위한 점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법무법인 세종의 송봉주 변호사는 “배터리는 본질적으로 폭발이나 화재, 감전의 위험이 있는데 제조와 설계상 결함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특히 인구 집중 지역, 공공장소 등에서의 사고 발생 가능이나 위험도가 과거보다 상당히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배터리 설치 장소나 구조, 사후 관리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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