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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백현동 옹벽위 텅빈 9000평 공원.."대장동보다 심각"

함종선 입력 2021. 10. 13. 07:28 수정 2021. 10. 1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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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가 백현동에 아파트를 짓게 해 주는 조건으로 받은 '공원'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 대체공휴일인 11일에도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원 기자


성남시가 백현동 구(舊)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적률을 4단계나 높여주는 대가로 민간사업자에게 토지를 기부받았지만, 정작 이 땅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채납을 이유로 안전 문제가 대두된 '높이 50m, 길이 300m'의 대형 옹벽 조성까지 허용했지만 일종의 '구색맞추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전북으로의 본사 이전을 앞둔 2015년 2월 11만2861㎡의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A민간사업자에게 2187억원에 매각했다. A사는 전체 부지의 47%인 5만2417㎡(토지이음 기준)에 1223가구(전용 84㎡ 이상 중대형) 규모의 '판교 B아파트'를 지었다. A사는 나머지 부지를 공원과 연구·개발(R&D) 용지로 성남시에 기부채납했다.

백현동 식품 연구원 부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토지 용도 4단계나 높여주는 대가로 받은 땅이 '맹지'?

이 과정에서 성남시는 이 부지의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나 상향 조정했다. 또 성남시는 당초 임대 아파트를 분양 아파트로 전환하고 산을 깎아 아파트 부지를 조성하게 허용했다. 이 부지는 서울 비행장 옆이라 고도제한이 있어 아파트를 일정 높이 이상 높게 지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옹벽을 최대 50m 높이로 깎아 아파트 지을 수 있는 땅을 더 많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성남시 측은 "민간 분양으로 결정한 것은 전체 부지의 50% 이상을 공원 등 공공 기여분으로 기부받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토지이용계획정보시스템인 토지이음과 법무부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성남시가 기부채납 받은 땅 중 절반이 넘는 2만9859㎡(약 9000평) 가량이 현재 공원(백현근린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하지만 대체휴일인 지난 11일 오후 해당 공원을 직접 가보니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사가 워낙 가파른 데다 차량으로 진입이 불가능한 사실상의 '맹지'였기 때문이다.

인근에 공영주차장도 없어 B아파트 입주민을 제외하면 사실상 공원 이용이 어려워 보였다. 한 B아파트 주민은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없는 데다, 교통도 불편해 이 아파트에 살지 않는 외부인이 이 공원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공익을 위해 활용돼야 할 공원이 '단지 내 등산로'로만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남시가 백현동에 아파트를 짓게 해 주는 조건으로 받은 '공원'의 진입로. 경사가 가파르고 차량 진입이 불가한 사실상 '맹지'였다. 김원 기자

성남시, 350억 건물 대신 땅을 더 달라고 한 이유는

성남시가 인허가 대가로 받은 R&D 용지(2만4943㎡) 역시 공터로 방치돼 있다. 일부 용지의 경우 식품연구원이 건물을 지어주기로 한 대신 받았지만 제대로 활용을 못 하고 있다. 2017년 6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초 식품연구원은 R&D 용지에 200억짜리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성남시는 건물 대신 토지를 받는 것으로 조건을 변경했다.

노환인 당시 성남시의원은 2017년 시정 감사에서 "2014년에 평가해 보니 200억 정도면 건물을 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지막 지구단위계획 수립할 때 계산해 보니까 무려 350억 가까이 건물 가격이 올라갔다"며 "사업자에 부담을 주니까, 사업시행자의 돈을 벌어주기 위해서 성남시가 계획을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증인으로 나선 김낙중 성남시 도시개발사업단장은 "R&D센터 건물을 기부채납 받으면 향후에 성남시에서 그 건물에 대한 이용을 어떻게 할지도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거기에 상응하는 만큼의 토지를 추가로 더 기부채납을 받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백현동 판교 B아파트 단지 옆 R&D 용지. 김원 기자


성남시는 부지 매각 후 6년 후인 지난 5월 이 부지를 A사로부터 기부채납 받고 현재 사업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지 역시 옹벽을 세우고 수로를 만드는 등 조성공사를 마친 상태다. 성남시는 R&D 용지에 직접 기업을 유치하거나 부지를 매각할 방침이지만 해당 부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상업용으로 활용할 수 없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자세한 사업계획은 내부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 안전 걸린 사안… "대장동보다 문제 심각"

B사가 세운 특수목적금융투자회사(PFV)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사는 B아파트 분양으로 1조264억원의 분양매출과 누적 분양이익 2476억원을 거뒀다. 지구단위계획하에 진행된 이 사업은 성남시장이 구역 지정 결정 및 고시권자이고,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다.

옹벽 공사 당시 상황. 거대한 포크레인이 장남감처럼 보일 정도로 옹벽이 높고 크다. 네이버 항공뷰


백현동 개발 사업에 대한 중앙일보 보도〈10월 5일 자 4면〉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은 더 쌓이고 있다. 최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과거 선대본부장 출신 인사가 이 사업에 참여해 수백억 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또 문제의 옹벽에 대해 산림청장은 12일 국감에서 "(이런 옹벽은) 오늘 처음 봤다"며 "산지관리법 위반 문제는 현재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은 "산지관리법에서 아파트 내 옹벽과 관련한 규정을 까다롭게 정한 이유는 입주민들의 안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에서 백현동 인허가는 대장동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원·함종선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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