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아끼려 포장하는건데, 포장비 2000원 내랍니다"

권혜림 2021. 10. 1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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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지난 7월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음식을 포장한 음식을 들고 음식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배달비 아끼자고 포장하는 건데, 왜 포장비를 받는지 모르겠다. 업주 입장에서도 매장 이용이나 배달보단 포장이 이득 아닌가.”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이모(29)씨의 말이다. 그는 최근 짜장면과 탕수육을 포장하러 중국음식점에 갔다가 ‘포장비’ 2000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이씨는 “배달시키면 군만두 리뷰이벤트도 하는데, 포장비를 내느니 차라리 배달비를 내고 시키는 게 낫겠더라”고 말했다.

최근 비싼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매장을 찾아 포장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적게는 200원, 많게는 용기당 2000원까지 포장비를 받는 곳이 있어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설거지 비용까지 청구할 기세”


소비자들은 음식점 업주들이 부가 비용을 점점 더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추세라고 비판한다. 배달비 도입 초기엔 반발을 샀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되니 포장비까지 등장했다는 것이다.

안산 단원구에 거주하는 A씨는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를 포장하는데 계산 도중에 포장비 200원을 받는다고 말하더라"며 "미리 고지하든지. 200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더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포장비 요구 업장이 많아졌다고 느꼈다는 B씨는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많아 ‘환경부담금’ 차원에서 포장비를 받는 줄 알았다. 근데 단순히 포장에 드는 비용을 받는 거더라”며 “나중엔 식당에서 먹으면 그릇 사용료, 설거지 비용까지 달라고 할 기세”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집에서 음식을 담을 용기를 가져갔는데도 포장비를 받는 매장도 있다. 감자탕 가게에 냄비를 들고 갔다가 거절당한 후 포장비를 요구받았다는 정모씨는 “포장 용품에 대한 비용도 아니고 ‘포장을 하는 행위’에 대한 비용을 요구하는 건지,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그냥 돌아왔다”며 “이런 식이면 집에서 재료 사다가 해 먹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배민과 요기요 배달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뉴스1


“심리적 거부감” vs “포장 비용 무시 못 해”


포장비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주제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포장비 관련 글에서 한 작성자는 “오늘 포장 손님이 오셨는데 포장비 받는다고 난리 치셨다. 포장비용이 600원이라서 500원씩 받고 있다”고 적었다. 이 글에서는 포장비를 두고 댓글 공방이 벌어졌다.

“홀에서 먹으면 장소 제공, 물ㆍ밑반찬 주고 리필 시중들어주고, 테이블 정리하고 설거지까지 생각하면 포장 손님이 좋지 않나” “일부러 찾아오시는데 안 받는 게 맞다고 본다. 그 정도 메리트는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는 등 포장비를 받지 않는다는 업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차라리 음식 가격을 올려라. 따로 포장비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손님들한텐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포장 손님에겐 오히려 5~10% 할인을 제공한다는 업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반대 입장인 업주들은 “당연한 게 어디 있느냐, 엄연히 정해진 비용인데 뭐가 문제냐. 그게 싫으면 이용 안 하면 된다” “단가가 높으면 할인해도 남으니 안 받지만, 단가가 낮은 곳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꾸미 음식점을 운영 중인 40대 한모씨는 “아직 포장비를 받고 있진 않지만 자잘한 밑반찬 용기까지 생각하면 영세업체는 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솔직히 포장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포장비 등장 배경을 두고 “그만큼 현장 경영에서 마진율이 점점 떨어진다는 이야기”라며 “마진이 왜 줄었을까를 생각해보면 플랫폼이 소비자와 업주들 사이에 끼게 되면서 생태계 분란의 소지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갈등 요소들이 생기면서 자영업자들이 일방적으로 부담이나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되다 보니 ‘자영업자 대 소비자’ ‘자영업자 대 라이더’ 이런 갈등이 생겨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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