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롬곡옾높

서정민 입력 2021. 10. 14. 00:22 수정 2021. 10. 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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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올봄 막걸리 양조장 한강주조와 대한제분이 협업해 만든 ‘표문막걸리’(사진)의 인기가 여전하다. 4월 첫 라이브커머스 판매에서 준비된 물량 800병을 방송 2분 만에 완판시키더니, 이젠 어엿하게 젊은층의 막걸리 소비를 견인하는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옛날 술로만 취급받던 막걸리 이미지를 뒤집자는 의미로 ‘곰표’ 로고를 뒤집어 붙인 게 히트 요인이다. 막걸리를 마시기 전 병을 뒤집어 흔드는 습관도 반영했단다.

MZ세대가 신조어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뒤집기다. 요즘 유행하는 ‘롬곡옾높’ 역시 ‘폭풍눈물’을 뒤집어 쓴 단어다. 비슷한 예로 ‘H워얼V’도 있다. 이건 난이도가 더 높다. 상하를 뒤집어 봐도 쉽게 읽히지 않는다. 영문자 V와 H를 한글 자음·모음으로 인식하고, ‘워월’도 자음·모음으로 모두 해체해서 앞뒤 글자를 재조합해야 비로소 ‘사랑해’라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올봄 막걸리 양조장 한강주조와 대한제분이 협업해 만든 ‘표문막걸리’. 옛날 술로만 취급받던 막걸리 이미지를 뒤집자는 의미로 ‘곰표’ 로고를 병에 뒤집어 붙인 게 히트 요인이다. 막걸리를 마시기 전 병을 뒤집어 흔드는 습관도 반영했단다. 사진 서정민

며칠 전 한글날, 이런 종류의 신조어를 한글 파괴범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단순히 ‘재미’만 탐닉하며 아름다운 한글을 망치는 걸 그대로 둘 것인가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신조어가 꼭 나쁘기만 한 걸까. 지난 9월 업데이트된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먹방’ ‘대박’ 등의 한글 신조어가 등재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없던 단어다.

언어는 시대를 반영한다. 세상을 좀 뒤집어 보겠다는 MZ세대의 호기심이 오히려 기특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요즘 호평 받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 나오는 대사 하나가 떠오른다. “시각을 좀 달리해봐. 혹시 알아? 인생이 새로운 방향으로 당신을 굴려줄지.”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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