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전력난에 '동분서주' 리커창..中 2인자가 사는 법

조성원 2021. 10. 14.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운데)가 8월 18일 허난성 정저우시 수해 지역의 지하철 터널을 방문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9월 이후 중국 각지에서 전력난 문제가 벌어지자 유난히 바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 권력 서열 2위 리커창 총리입니다. 말 그대로 동분서주입니다. 무엇보다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면 중국 전력난의 원인과 대책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 리커창 총리, 전력난 극복 위해 '동분서주'

리커창 총리는 10월 12일 몽골의 오윤엘덴 총리와 화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상호 이익을 위해 몽골과 석탄 교역 규모를 확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양국 기업이 시장 원칙에 따라 적극 협력해 합리적이고 안정된 가격으로 에너지 공급망이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리커창 총리(왼쪽)는 12일 몽골의 오윤엘덴 총리와 화상회담을 갖고 석탄 수출 확대를 요청했다. (사진=신화통신 화면 캡처)


몽골은 올해 9월까지 석탄 수출량 1,190톤 가운데 1,130톤을 중국에 수출했습니다. 몽골 수출 석탄량을 사실상 전량 중국으로 보내는데도 중국측이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최근 화력 발전소용 석탄 부족으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의 현실이 정상간 대화에서도 주요 의제가 됐습니다.

이와 함께 리 총리는 지방 정부들의 인위적인 석탄 사용 감축 조치와 전력 사용 제한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신화통신은 리 총리가 10월 9일 국가에너지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방과 관련 부문은 국가 경제를 하나의 바둑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부정 출발하지 말라"고도 경고했습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운데)가 10월 9일 '제5차 국가에너지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중국 국무원)


■ 리커창 총리, 지방 정부들에 무리한 공장 가동 중단·전력 제한 시정 요구

최근 중국 전력난의 원인으로 석탄을 비롯한 에너지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 중앙 정부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방 정부들이 무리하게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전력 사용을 제한한 조치가 지적받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리 총리가 지방 정부들에 대해 분명한 시정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리 총리는 탄소 피크와 탄소 중립 달성이 경제 변혁과 고도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면서도 전력과 석탄 수급이 모순되는 최근 상황을 계산, 연구해 탄소 피크로 가는 시간표와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니다. 그러면서 북방 사람들이 따뜻하고 안전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하라고도 주문했습니다.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강조하면서도 현장은 현실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12일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UNCBD) 당사국 총회에서 화상 연설하는 시진핑 주석 (사진=CCTV 캡처)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권력 서열 1위 시진핑 국가주석은 10월 12일 윈난성 쿤밍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연설에서 탄소 피크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2030년 탄소 배출량의 정점(피크)을 기록한 뒤,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이미 제시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도 강조했습니다.

■ 시진핑, 탄소 중립·신재생에너지 강조…리커창, 에너지 '공급 부족' 해결 강조

시 주석이 대외적으로 탄소 중립의 목표와 수단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살림을 책임진 리 총리는 탄소 중립의 대의는 존중하되 민생 경제가 지나친 타격을 입지 않도록 속도 조절과 현실적 대안 마련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리 총리가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최대의 에너지 불안 요인은 공급 부족인 만큼 안전을 담보한다는 전제로 현대식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에너지 자급 능력을 높이는데 힘쓰라"고 말한 점도 주목됩니다.

'안전을 담보로 한 현대식 에너지 시스템'은 원자력 발전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49기의 원자로를 가동한 세계 3위의 원자력 발전 능력 보유국입니다. 추가로 19기의 원자로를 건설 중이고 해상 원자로 구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원자력 발전 능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중국 원자로의 다수가 한국과 마주보는 중국 동해안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만큼 우리로서는 더욱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리 총리는 국내 석유와 천연가스 탐사, 개발도 강조했습니다. 선진 화력발전소 건설도 지시해 당분간 화력 발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점도 재확인했습니다.

■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도 '전력난' 피해

사실 중국의 전력난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코트라가 9월 말 조사한 결과, 쑤저우, 장가항 등지에서 9월 중순부터 지방 정부가 우리 기업들에게 전력 사용량을 35~65% 줄이라고 요구했습니다.

코트라는 옌청의 경우 한때 모든 기업에게 생산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상하이의 석탄화력발전소 (사진=연합뉴스)


텐진에서는 우리 영세기업들이 적잖게 포진한 진남구의 피해가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9월 19~22일 사전 통보없이 갑작스레 단전을 겪기도 했습니다.

남부지역에서도 사정은 비슷해 광저우, 동관, 후이저우, 선전 등지의 한국 기업에서 피해가 확인됐습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고위관계자는 당초 10월 초면 우리 기업들이 전력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일부 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중국 정부, 석탄 수입·증산 독려…북부 폭우로 증산 지장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석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우선 수입을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9월 석탄 수입량이 3, 288만 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습니다. 러시아와 몽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은 물론 멀리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석탄을 들여오고 있습니다.

중국 허베이성 황화항에서 석탄을 하역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중국이 외교,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호주로부터 석탄 수입을 중단한 조치가 이번 전력난과 관계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020년 기준 중국의 석탄 생산량은 38억 톤인데 반해 수입 석탄 물량은 모두 더해 4억 톤에 불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특정 국가로부터의 석탄 수입량이 전반적 석탄 수급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이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중국에서 호주산 석탄은 발전용보다는 주로 제철용으로 활용한다고 베이징의 경제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는 심지어 호주 석탄 수입 중단과 중국 발전난의 관계를 '오비이락'이라고까지 평가했습니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국내 석탄 기지들에 증산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석탄 광산이 많은 산시성과 네이멍구 자치구 지방 정부가 우선 책임을 짊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북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광산 60여 곳이 피해를 보면서 전력난 탈피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북부 산시성에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물바다가 된 진중시. 현지 언론은 석탄 산지인 산시성에서 발생한 홍수로 문 닫은 탄광이 60곳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는 사이 중국내 석탄 가격은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정저우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내년 1월 인도분 발전용 석탄 가격은 10월 13일 한때 역대 최고가인 톤 당 1,640위안까지 올랐습니다.

중국 당국은 앞으로 석탄 화력 발전을 통해 얻는 전기는 100% 시장 거래로 공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발전소 운영난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중국은 현재 석탄 화력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의 70%만 시장 가격을 적용합니다. 중국 내 산업용·상업용 전기 사용자 가운데 44%만 시장가로 전기를 쓰고 나머지는 고정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받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시장화, 현실화하겠다는 것입니다.

■ 한때 시진핑과 1인자 다퉜던 리커창…에너지 정책이 마지막 주요 과제 될 수도

중국의 권력 세대 교체 국면에서 공청단을 배경으로 한때 시진핑 주석과 선두를 다퉜던 리커창 총리는 내년 가을 당 대회를 계기로 권력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마오쩌둥에 필적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진핑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권력 연장도 유력한 상황에서 리커창 총리의 입지는 좁아져왔습니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오른쪽)가 9월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경절 리셉션에 시진핑 주석 한 걸음 뒤에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CCTV 같은 관영매체를 보면, 정상외교 등 대외 활동이나 공산당과 군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위상 과시는 물론 코로나19 극복과 같은 국내적 성과도 대부분 시 주석의 업적처럼 조명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리커창 총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거나 수해 현장을 점검하는 등 제한된 장면에서 간혹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력난 극복과 에너지 정책 대안 수립은 짧으면 1년 남짓 권력 일선에 머물 리커창 총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안정적 경제 성장이라는 자신의 최대 임무를 완수하는데 꼭 필요하면서도 국내외 다양한 주체와의 협력과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동분서주하는 리 총리의 모습에서 절박한 과제를 짊어진 행정가와, 무대 중심에서 밀려난 2인자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