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한 달은 안 닦았어요"..기름때 가득 편의점 튀김기

박진영 입력 2021. 10. 14. 10:33 수정 2021. 10. 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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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GS25 편의점에서 운영 중인 튀김기 내부 모습.


혹시 편의점에서 만든 치킨 드셔보셨습니까? 가격이 싸고, 맛있어서 요즘 인기가 많은데요. 또 어린아이들은 간식으로 핫도그나 떡꼬치도 많이 사 먹죠.

그런데 편의점 조리 식품, 과연 위생은 안전한걸까요?

■ "기름때 눌어붙은 튀김기, 최소 한 달은 안 닦았다."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A 씨. 한 달 전, 집 앞 GS25 편의점에서 새벽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점주는 A 씨에게 기본적인 업무와 함께 튀김기 청소 업무를 맡겼습니다. 음식이 들어가는 조리통과 기름 거름망을 깨끗이 씻어서 다음 날 아침에 쓸 수 있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무 첫날, 튀김기 문을 연 A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튀김기 내부가 온통 기름때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하루이틀새 생긴 때가 아니었습니다. 기름때가 눌어붙어서 겹겹이 쌓여 있었던 겁니다.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보시죠.

A 씨가 가지고 있던 청소 도구로는 도저히 벗겨낼 수 없었습니다. 한다고 해도, 때를 벗기는 데만 한 두 시간은 걸릴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손님 응대까지 해야 했던 상황.

A 씨는 어쩔 수 없이 조리통과 기름 거름망만 청소하고 퇴근했습니다. 매일 아침 치킨을 튀기는 점장이 이런 상황을 보면 다음 날 묵은 때 청소를 위한 청소 도구도 새로 주고, 청소 방법도 알려 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점주는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A 씨는 의아했습니다. 점장은 왜 이런 튀김기를 그대로 놔둘까. 또 GS25 본사는 이걸 점검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A 씨는 간호학도로서 소비자 건강이 걱정된다며, 제보를 결심했다고 했다.

A 씨

"최소한 제가 근무했던 한 달 동안은 안 닦았어요. 기름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갈았고요. 사장님은 별로 신경을 안 쓰시더라고요. 도대체 왜 이걸 이렇게 내버려두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 튀김기는 최소한 본인이 근무한 한 달 동안은 청소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소비자 건강이 걱정됐습니다. 간호학도로서 위생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 씨는 단순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한 달 만에 일을 그만뒀고, 최근 '던킨 도너츠 공장 뉴스'를 본 뒤 이 영상을 KBS에 제보했다고 했습니다.

■ 위생에는 아무 문제 없다?

해당 편의점 점주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위생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동영상으로 봐서 기름때가 두드러질 뿐이지 심각한 부분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 조리통과 기름 거름망은 매일 청소를 하고 있지만, 튀김기 전체는 매일 청소하기 힘들다는 말을 덧붙였는데요.

해당 편의점 점주

"솔직히 그 안에는 매일 청소 못 합니다.
그리고 벽에 기름때 묻은 건, 음식 조리하는 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이 때문이었을까요. 점주는 매일 아침 치킨을 튀겼지만, 튀김기 내부를 그렇게 방치했습니다.

그러나 명백한 식품위생법 위반입니다. 현행 <식품위생법 제3조 3항>은 식품에 직접 사용되는 기구는 사용 후 세척, 살균하는 등 항상 청결하게 유지 관리하도록 한 겁니다.

식품위생법은 조리 기구는 항상 청결하게 유지, 관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식약처 근무 경력의 식품전문 변호사는 영상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태민/식품 전문 변호사(전 식약처 근무)

"청소를 매일 못하면 편의점에서 튀김을 팔지 말아야죠. 그 기름때가 만약에 조리되는 음식에 접촉되거나 오염될 경우에는 굉장히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전국 가맹점을 관리하는 GS리테일 측에도 당연히 관리 부주의의 책임이 있습니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GS리테일 측은 엄격한 위생관리를 갖추고 정기적으로 위생 관리를 하고 있지만, 위생상태가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를 했습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위생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했습니다.


■ '과연 GS25만의 문제일까'…. 편의점 위생점검 손 놓은 자치단체

이미 편의점 조리기구 위생 불량 문제는 조금씩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관련 사진을 찍어서 공유한 겁니다.

출처. 커뮤니티 사이트


편의점 조리 식품, 왜 이렇게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는 걸까요. 문제의 편의점이 위치한 대구시 전체 구청 위생과에 문의해봤습니다.

튀김기와 어묵 판매처럼 한 쪽에 조리기구가 설치된 편의점은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각 자치단체 위생과의 점검 대상이기도 한데요.

문제는 자치단체가 편의점 조리기구 위생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대구시 전체에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된 편의점은 전체 1,200여 곳에 달하는데, 아직 편의점에 대한 위생 점검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자치단체 위생과 관계자

"편의점은 그냥 한편에 조그맣게 조리기구가 있어서 크게 문제 될 건 없거든요. 일반 식당보다 수도 많지 않고…. 그래서 아직 점검 계획은 잡혀 있지 않습니다."


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편의점 조리기구 위생 점검이 사각지대에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니 편의점 조리기구 위생 문제가 잇따를 수밖에 없겠죠.

편의점은 이제 우리 생활 속에 '작은 식당'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편의점 위생 문제를 방치하다간, 조만간 큰 문제가 터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모두 알아야 할 때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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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jy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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