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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맥스 직접 구매해보니.."처방전 없어도 1인당 1개씩 팝니다"

박다영 기자 입력 2021. 10. 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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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제약 '피라맥스', 의약분업 예외지역서 처방전 없이 판매
기자가 처방전 없이 직접 구매한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사진=박다영 기자

"1인당 1개씩만 살 수 있습니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적어주세요."

샤넬 매장이 아니다.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판매하는 약국에서 들은 약사의 안내말이다.

기자는 최근 충남 지역의 한 약국을 찾아 처방전 없이 피라맥스를 구입했다.

피라맥스는 신풍제약의 말라리아 치료제다. 회사는 이 약이 코로나19(COVID-19) 치료에 활용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임상 3상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신풍제약이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이후 주주게시판이나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처방하는 병원과 약국 리스트가 돌고 있다. 이 리스트에 따르면 의약분업 예외지역에 있는 약국 다수가 처방전 없이 이 약을 판매하고 있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은 병원이 적은 도서·산간벽지다. 의료 취약지라 의사의 처방전이 없더라도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나 예방 효과가 있다고 믿는 일반 소비자들이 말라리아 치료제로 허가된 이 약을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해외 출장이나 유학, 이민을 앞둔 사람들은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피라맥스를 찾고 있다. 아직 치료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피라맥스 구입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1인당 1개씩만 구매가 가능하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만 적으면 되기 때문에 여러 명의 주민등록번호만 알고 있다면 여러 개를 구입할 수 있다. 본인 인증 절차는 없고 여러 명을 기재하더라도 본인과 관계를 확인하지는 않는다.

직접 방문한 약국 외에 의약분업 예외지역에 있는 복수의 약국에 피라맥스 구입을 문의하자 "주민등록번호 당 1개씩 판매한다"면서 "많이 사두고 싶다면 필요한 만큼 주변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오면 된다"고 안내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택배비만 부담한다면 택배로 배송도 가능하다고 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가 의사 처방 없이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은 예외적으로 3일 분량을 의사 처방이 없이 판매할 수 있다. 피라맥스는 1개가 3일 분량이다. 약사법에서 허용된 3일 분량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1인당 1개씩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피라맥스가 아직 코로나19 치료용으로 품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법의 소지는 있다. 내년 7월부터는 전문의약품을 불법으로 구매하는 경우 소비자도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이처럼 피라맥스가 암암리에 코로나19 치료용으로 판매되는 것은 허술한 관리감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방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었지만 당국은 현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방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피라맥스 처방은 2019년 한 해 동안 단 3개가 이뤄졌으나 1년 후 국내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난해에 무려 1만391건으로 늘었다.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의 처방량을 보면 2016~2019년까지 4년간 한 건도 없다가 지난해만 81건이 처방됐다.

국내에서 거의 처방되지 않았던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 국내 유행을 기점으로 처방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피라맥스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말라리아 치료제라 약국에서 직접 살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피라맥스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은 "(피라맥스의) 허가사항에는 말라리아 외 코로나19 치료용은 전혀 반영 돼있지 않다"며 "유사한 내용을 파악해보고 과다한 처방이 이뤄지지 않도록 국민들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은 "피라맥스는 전문의약품이라 약국에서 살 수 없다"고만 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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